<나는 나 자신을 스스로 위로 해주기로 결심했다>
20대 어느 겨울, 제게 닥친 모든 일이 뜻대로 흘러가지 않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끝없이 아래로만 지하 끝까지 침전하는 느낌이 들던 때였죠. 연말 분위기로 들떠 있던 도시의 한복판에서 취업을 위해 다니던 어학학원을 마치고 지하철역을 향해 힘없이 축 처진 어깨로 걸어가던 그날, 사람들의 밝고 설렘 가득한 표정과 달리 나만 유독 뒤쳐지고 무기력해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생각의 낙서들로 가득했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 또한 그만큼 무거웠습니다.
집 근처 역에 도착해서도 바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동네 어귀를 한참을 서성였습니다. 가로등 아래 가로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 놀이터, 그 아무도 없는 놀이터의 그네에 앉아 담배 몇 개비를 연달아 태우며 오래도록 가만히 앉아 있었습니다. 그렇게 혼자 우두커니 이런저런 잡생각하면서 앉아 있으니 마음이 조금 편해지더군요.
그때 당시, 나를 괴롭히던 건 사실 내 안에서 생겨난 문제들만은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의 기대, 친구들과의 경쟁, 늘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살았던 습관 같은 것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지요. 나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를 너무 신경 쓰느라 정작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네에 앉아 있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갑자기 스치더군요. 지금이라도 나를 잘 붙잡아야한다. 세상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고, 비록 늦더라도, 때로는 흔들리더라도, 나만의 속도로 앞만보고 바로 걸어가자고 말입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머릿속을 어지럽히던 부정적인 내용의 낙서들이 하나둘 지워지며 용기가 생기더군요.
“당신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을 바꾸어라 그것을 바꿀 수 없다면 당신 마음을 바꾸어라 불평하지 마라”
-마야 안젤루
그날 머릿속 낙서 중에서 가장 또렷하게 남은 문장은 바로 이 말이었습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나.”
그리고 스스로에게 이렇게 위로 했습니다.
“어떻게든 지금까지 그럭저럭 잘 해왔잖아?”
지극히 평범하고 흔한 말이지만, 지나치게 꾸미지 않은 그 한마디가 오히려 가장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삶을 살다 보면 통제할 수 없는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고, 마음이 흔들릴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의 위로보다,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주 생각합니다. 아래의 명언들은 그런 순간마다 나에게 들려주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 줄 문장들입니다.
“더 이상 상황을 바꿀 수 없을 때, 우리는 자신을 바꾸어야 하는 도전을 받는다.” – 빅터 E. 프랭클
이 말은 단순한 위로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삶이 무너질 것 같은 순간, 문제의 뿌리가 내 안이 아니라 외부에 있을 때 필요한 말이죠. 상황을 원망하거나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 주길 바라기보다,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는 것. 그게 진짜 시작입니다. 외부 조건이 바뀌지 않아도 마음의 주인이 나 자신임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다시 일어설 힘을 얻게 됩니다.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을 통제할 수는 없지만, 그 일에 의해 작아지지 않기로 선택할 수는 있다.” – 마야 안젤루
이 문장은 커다란 벽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때, 나를 지키는 힘이 무엇인지 알려줍니다. 세상이 나를 흔들 수는 있어도, 그 흔들림 속에서 나를 잃을지 이겨낼지는 오롯이 내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당신이 통제할 수 없는 일에 마음을 빼앗기지 말라.”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Do not let your mind be troubled by things you cannot control.
-Marcus Aurelius
“그대를 괴롭히는 것은 그 문제 자체가 아니라 그것에 대한 그대의 생각이며, 그대는 그 생각을 언제라도 그만둘 수 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당면한 문제에 끌려갈 것인지, 넘어설 것인지는 결국 나에게 달려 있습니다. 그 선택의 순간이 바로 내 마음의 주인이 나임을 확인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우리를 강하게 만드는 것은 붙드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놓아주는 것이다.” – 헤르만 헤세
삶을 버티는 방식이 늘 싸움이나 붙잡고 버티는 것일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흘러갈 일은 흘러가도록 두는 것, 억지로 붙잡고 있던 감정, 기억, 관계를 미련없이 놓아주는 것이 오히려 나를 살리고 위로하는 방법이 되기도 합니다.
“가장 큰 영광은, 한 번도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데 있다.” – 넬슨 만델라
좌절과 실패는 피하려고 해도 언젠가는 마주하게 됩니다. 실패의 쓰라림을 무조건 외면할 필요도 없습니다.
“산다는 건 상처투성이로도 계속 걷는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중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실패로만 남기지 않는 것, 넘어졌던 순간을 기억하되, 그 기억을 부끄러움이 아니라, 상처 난 나를 스스로 다독여 다시 일어서기 위한 발판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정으로 희망을 원한다면 당신의 목소리를 내어야 한다. 그것이 희망을 부르는 가장 빠른 방법이니까” -마야 안젤루
누군가 나에게 건네는 위로도 좋지만, 결국 가장 깊이 닿는 위로는 스스로에게 건네는 애정 어린 말입니다. 내 마음을 내가 돌보고 인정해 주는 것. 그것이 위로의 첫 걸음입니다.
“그대 자신에게 친절하라. 지금은 그게 필요하다” -브레네 브라운 / 불완전함의 선물 중
“온전한 삶(wholehearted living)은 완벽함이 아니라, 진심으로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 서 시작된다. ” -브레네 브라운 / 불완전함의 선물 중
결국 위로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삶이 버겁다고 느껴질 때 스스로에게 건네는 말,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 잘하고 있어.”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내 마음의 주인은 나입니다. 나는 내 마음의 거친 소리도, 흔들리는 감정도 고스란히 들어줄 수 있고, 품어줄 수 있습니다.
오직 나만이 나를 있는 그대로 오롯이 받아들이고 온전히 사랑해 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렇게 말하며 나는 나를 놓지 않습니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 덕분에, 나는 결국 다시 괜찮아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