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사람은 자기의 건강을 모릅니다.
병자만이 건강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습니다."
- 칼라일
3년 가까이 통증과 치료가 제 삶의 가장 중심에 놓여있습니다.
제가 겪고 보니...
건강하지 않다는 것은
아프다는 것, 어떤 증상이 있다는 것,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
이런 것만이 아니었어요.
건강을 잃고보니
"건강은 모든 가능성의 원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대로 움직이는 것,
계획을 세우는 것,
약속을 하는 것,
함께 일하는 기쁨, 때론 함께 일하면서 갈등을 겪는 것...
이 모두가 제게는 아주 옛날의 일처럼 느껴지는데요,
아프면서 경험에 제한이 생기다보니
삶에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어떠한 자극도 받기 어려워지면서
점점 더 활기가 사라졌고,
어떤 약속을 하거나 함께 일하는 것에 제한이 생기니
믿을만한 사람으로서 내 존재감을 느끼기 어려웠고
내 존재의 가치에 대해 회의감이 자주 올라왔어요.
저는 자신을 많이 몰아세우다시피 하는 의지의 인간이었으나..
지금은 의지를 발휘할 수 없는 수준의 통증에 짓눌려
이성도 감정도 그저 통증에 휘둘려 널뛰기를 할 때가 많습니다.
어떻게든 '루틴'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려 하지만, 쉽지 않구요.
건강할 때에는 그것이 너무 당연해서
특별하거나 소중하지 않았고,
어느 정도의 가치를 갖는 것인지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어요.
제가 경험해보니...
건강을 잃으면
그 다음에는 나의 생산성과 관련한 부분들, 직업이나 역할이 축소되고
또 그 다음에는 관계의 영역이 축소되고
결국 혼자만의 시간, 곧 혼자 견뎌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확대되더라구요.
그리고 그 시간 동안,
인간이 얼마나 약하고 한계가 많은지,
의지와 노력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 얼마나 많은지 철저하게 마주하게 되지요.
또 어떤 이해관계도, 책임도 없는 상태에서
세상과 주변 사람들을 한 걸음 떨어져서 바라보면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나에게 그동안 주어졌던 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었는지 등등에 대해
머물러 보게 되구요.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것은 너무나 맞는 말이지만,
경험해보니
건강에 한계를 지닌 이에게
세상의 좀 더 깊은 차원이 열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무력감과 자괴감, 무가치함으로 인해 우울한 시간도 갖게 되지만요..)
병자야말로 건강이 진정 무엇인지,
건강이 가능케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아는 사람이라는
칼라일의 말에 백번 공감하며...
제 경험을 나눠봅니다.
이미 건강한 상태에서 건강의 가치를 알고 잘 관리하는 사람은
참 현명한 사람입니다.
자기 건강의 한계, 약함과 강점을 잘 파악하고
또 몸이 보내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그에 순응하는 것..
그것이 건강이 주는 가능성을 온전히 누릴 수 있는 길인 것 같습니다.
이 명언이 하나의 경계가 되길 바라며... ^^
모두 건강할 때 건강을 소중하게 여기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