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의 새들 / 최종천

산책나갔다가 비둘기가 하늘을 날아서 먹이활동을 하네요,

그 아름다움 장면을 카메라로 담아보았네요

 

지상의 새들 / 최종천

​옛날 거지들을 보면

그냥 마음이 편하고, 그를 감싸고 있는

풍경이 평화로워 보였다​

부유한 자들이 흘린 것을 주워먹고

나무그늘 밑에서 꾸벅거리며

졸음도 양식으로 쪼아먹던 그 새들​

왜 없을까?

하품과 눈곱으로

바쁜 사람들 마음의 공터였던

먹여살리지 않아도 건강하던

그 새들, 이따금 새장을 물어뜯으며 소리치던

도무지 울타리도 집도 유치장도 필요없는

그 새들은 어디에 있나​

그들이 덮고 자던 이불인 이슬

그들의 지붕이던 하늘에서

가끔 낙엽처럼 떨어지는 새가

그 새들일까?​

작업복 입은 채로 전철 타고 출장가다가

거지인 줄 알고 나를 피하는 사람들을 보면

모이 쥔 손을 벌써 알고 모여드는

스산한 비둘기떼 같아​

지상의 진짜 새들

거지들이 그립다

- 최종천,『나의 밥그릇이 빛난다』(창비, 2007)

 

지상의 새들 / 최종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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