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친구와 약속을 잡듯 몇 시에 보기로 약속하고 대화를 마무리했습니다. '우리 이따가 만나요'라는 한마디가 진하게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괜히 '우리'라는 말에 의미를 담아보기도 하고, '이따가 만나'라는 말에 기대도 해보고. 마음이 약해지니까 별것도 아닌 걸로 감동도 받는구나 하면서 내심 마음이 따듯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내 손을 잡아 줄 누군가 생겼구나. 알람이 울리고 상담이 시작되었습니다. 매번 그렇듯 처음은 항상 긴장되고 떨립니다. 첫마디, 긴장하지 않은 척하려고 했지만 마음속에 가득 담아 둔 고민과 상처들은 금방 홍수처럼 쏟아졌습니다. 요즘 나의 건강상태부터 물어보면서 상담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은 어떤지, 그 기분을 들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꼬리에 꼬리를 문 질문은 힘겹게 마음을 가뒀던 벽 앞까지 도착했습니다. 나의 상처. 나의 치부를 아무에게도 보여주기 싫었는데 상담사 선생님의 대답 한마디에 모든 것이 무너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