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글 속에는 끊임없이 ‘혹시’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일상이 얼마나 고되고 지치는지, 그리고 그 불안이 삶에 깊이 자리 잡고 있다는 마음의 무게가 진하게 전해져요. 지갑을 잃어버릴까, 누가 따라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 택배 상자조차도 의심해야만 마음이 놓이는 하루하루는 단순한 예민함이나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이라는 감정이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어요. 이런 불안은 보통 하루 중 아주 작고 사소한 순간부터 시작돼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냥 지나칠 법한 일에도 ‘혹시’라는 생각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고, 그로 인해 마음은 긴장하고 몸은 경직돼요. 특히 밤이 되면 하루 동안 눌러뒀던 생각과 감정들이 몰려와, 시뮬레이션처럼 머릿속에서 온갖 가능성을 재현하게 되지요. 이러한 상태는 흔히 ‘불안장애’의 특징 중 하나이며, 단순히 예민한 성격이라고 넘기기에는 일상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원인은 다양할 수 있어요. 과거에 겪었던 상실, 충격, 혹은 위협적인 경험이 무의식적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고, 오랫동안 억눌러온 감정이나 스트레스가 내면에서 불안의 형태로 표출되고 있는 것일 수도 있어요. 특히 평소 겉으로는 멀쩡한 척 하며 감정을 숨기고 살아가신다면, 내면의 긴장은 더 오래되고 더 깊어지기 마련이에요. 퇴근 후 몸이 축 처진다는 표현 속에는 그런 감정의 에너지가 얼마나 무겁게 작용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어요. 지금처럼 “이게 성격이 아닐까?”라며 자신을 의심하기보다는, “혹시 내가 그동안 너무 혼자 버티고 살아온 건 아닐까”라고 다정하게 물어보는 시간이 필요해요. 병원이나 상담은 성격을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불안이 나에게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함께 들어주는 과정이에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이 정도는 다 그렇지’ 하며 넘기다가 일상에 지장이 생기고 나서야 병원을 찾곤 해요. 하지만 글을 쓰신 지금 이 순간이야말로,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한 도움의 시작점이에요. 꼭 큰 결심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가까운 정신건강의학과나 심리상담센터에 조용히 문을 두드려보세요. 마음이 덜어지는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일찍 찾아올 수 있어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혹시’를 걱정하는 그 마음조차, 지금껏 삶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당신의 소중한 모습이었다는 것을요. 이제는 그 마음을 혼자 끌어안지 않아도 괜찮아요. 함께 나누며 조금씩 가벼워질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