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요. 길을 못찾기 시작한건 병원 무조건 모시고 가봐야 해요
남사친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그 친구가 한참을 말없이 있다가 조용히 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요즘 들어 남사친 아버지가 조금 달라졌다고 했다.
평소엔 꼼꼼하고 기억력 좋던 분이었는데, 약속을 잊거나 전화를 한 뒤에도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기억을 못 하신다고 했다. 가끔은 집 근처 시장에서 길을 잃고, 익숙한 골목에서 한참을 서 계신 적도 있었다고 했다. 예전엔 늘 자식 걱정을 하던 분이었는데, 이제는 그 자식이 아버지를 걱정하는 입장이 되어버렸다.
남사친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이 낯설고 두렵다고 했다. 혹시 알츠하이머형 치매의 초기 증상이 아닐까 생각하면서도, 막상 그런 말을 입 밖에 내는 게 쉽지 않다고 했다. 진단을 받게 되면 그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그 친구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마음이 무거워졌다.
누군가를 잃는다는 건 단번에 떠나는 게 아니라, 이렇게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사친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아버지를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과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력감 사이에서 매일 흔들리고 있다고 했다.
나는 조심스레 말했다. 두렵겠지만 병원에 모시고 가보는 게 필요하지 않겠냐고, 알츠하이머형 치매는 조기에 진단받으면 진행을 늦출 수 있는 방법도 많다고 했다. 그 말이 위로가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나도 기분이 씁쓸했다.
이런 경우에 아버지 모시고 병원가보라고 조심스럽게 말한게 맞는거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