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1
누구나 나이가 들면 깜빡하는 상황이 잦아지기 마련이에요.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요즘 따라 자꾸 깜빡한다. 냄비에 물을 올려놓고 잊어버리기도 하고, 휴대폰을 어디에 뒀는지 한참을 찾아야 할 때도 있다. 그러다 문득, ‘혹시 나도 치매가 오는 걸까?’ 하는 생각이 불쑥 들어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딸아이가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기에 더 조심하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보다. 젊을 땐 남 일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봐 괜히 겁이 난다. 딸이 걱정할까 봐 내색은 안 하지만, 가끔은 그 애가 없으면 나 자신이 불안해진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단지 피곤해서, 혹은 생각이 많아서 그런 거라고. 오늘은 메모지에 해야 할 일을 적어놓았다. 작은 글씨로 빼곡히 채워진 메모 한 장이, 내 하루를 지켜주는 버팀목이 된다. 그래, 아직은 괜찮다. 아직은, 잘 기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