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하나 다 계획을 짜고 안내와 챙길 것고 신경 쓰실것도 많겠네요
부모님은 저와 여행 가는 걸 정말 좋아하세요.
그래서 같이 해외여행을 여러번 다녀왔고요.
문제는… 저는 그 여행이 너무 힘들었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저도 좋았어요.
부모님과 좋은 추억 만들고, 같이 새로운 곳도 가보고.
그런데 막상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스트레스가 시작됩니다.
저희 집은 늘 자유여행을 가요.
아무래도 패키지는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까 부모님이 패키지를 한번 다녀오시고 나서는 패키지에 학을 떼시고, 그것보다 자유롭게 다니시는 걸 더 원하셔서요.
그러다 보니 항공권, 숙소, 동선, 식당, 이동수단까지 모든 걸 자녀인 제가 다 알아보고 계획해야 했어요.
그런 정보는 젊은 제가 더 잘 알긴 하니까요.
그리고 제가 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
왜 사람들이 여행사나 패키지에 돈을 주고 가는지요ㅎ
그리고 여행이 시작되고 저는 헬을 경험하게 됩니다..
부모님은 아무래도 자식이 편해서인지 좋은 말도 하시지만 불평도 솔직하게 하세요.
음식이 별로네~
여긴 생각보다 볼 게 없네
재미없다
그냥 그렇네
사실 이 말이 직접적으로 저를 비난하는 건 아니죠.
그런데 여행을 계획한 입장에서는 그 말들이 저한테 진짜 너무 신경쓰이고, 내가 잘못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딱히 부모님이 아무 말씀 안 하셔도 뭔가 만족하지 못한 표정이 보이면 저는 괜히 눈치를 보게 되고요.
그리고 또 하나의 스트레스는 저희 부모님은 질문이 많아도 정말 과도하게 많습니다ㅠㅠ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야?
이거 얼마주고 예약했니?
여긴 왜 이렇게 비싸?
다음엔 어디 가는 거야?
인터넷에서 가족여행 동의서, 가족여행 질문 금지사항 밈 있잖아요.
그게 괜히 있는게 아니에요. 사람 사는 게 다 똑같기 때문에 다들 저처럼 경험을 해서 그런 밈까지 돌아다니는 거죠....
저도 실제로 동의서, 금지사항 안내문 다 만든 적 있어요ㅋ
하지만 무용지물이었어요. 금지사항 그대로 실천하면 그만인걸..
그리고 가장 힘든 건 역시 음식 문제입니다.
저희 부모님 취향이 정말 까다로워요.
이건 엄마가 싫어해서 안 되고, 저건 아빠가 싫어해서 안 되고, 그러다 보니 갈 식당이 없더라고요? ㅎㅎ
식당 하나 정하는 것도 어려운데
거기서 나와서 다음 장소로 어떻게 이동할지, 무슨 교통수단을 타야 할지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니까 머리가 쉴 틈이 없어요.
그러다 보니 저와 형제는 여행을 전혀, 단 한순간도! 1초도 즐기지 못하고 가이드하느라 급급하고 여행을 하는 매 순간이 스트레스예요.
그래서 저랑 형제가 둘다 예민해져있어서 형제와도 투닥거릴 때가 있어요..
가족여행의 부작용인거죠.
그런데도! 부모님은 여행을 정말 좋아하세요.
가끔 불평은 하셔도 결국엔 너희랑 또 가고 싶다라고 말씀하시거든요.
문제는… 저는 이제 너무 힘들다는 거예요ㅠㅠ
완전 K.O에요.
단호하게 말할 수 있어요.
이제는 가족여행을 가고 싶지 않아요.
여행을 생각하면 설렘보다 피로가 먼저 떠오르고, 우리 부모님은 왜 이렇게 까다로우실까… 하는 부정적인 생각부터 들게 되더라고요.
부모님이 패키지보다 자녀들과의 자유 여행을 좋아하시는 이유는 저도 알죠.
패키지는 너무 힘이 들지만, 자녀들이 자신들에게 맞춰주는 여행은 자유롭고, 편하고, 익숙하시니까요.
하지만 아무리 자식이어도 나이 있는 부모님을 통솔하는 건 정말이지 쉽지 않아요.
아이들이라면 어느 정도 따라주겠지만,
어른은 각자의 취향과 고집이 있잖아요.
그걸 다 맞추다 보니까 정작 저는 여행에서 아무 즐거움도 못 느끼고 스트레스만 쌓이게 됩니다.
실제로 친구들이랑 가는 여행이나 부모님 없이 가는 여행은 전혀 스트레스가 없거든요.
그런데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만 생각하면 벌써부터 숨이 턱!! 막혀요.
지금도 부모님은 또 해외로 자유여행을 가자고 하세요. (국내여행은 많이 해보셔서 더이상 안하심)
제가 힘들다고 말해도
그래도 같이 가면 좋잖아~ 하시고요.
그 마음은 알지만 저는 이제 한계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정말 궁금합니다.
저와 함께 다니는 여행을 좋아하는 그 마음은 저도 잘 알겠는데,
부모님을 서운하게 하지 않으면서 가족여행을 잘 거절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혹시 저처럼 가족여행이 오히려 부담스러웠던 분들이 계신다면 어떻게 풀어나가셨는지도 듣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