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위안이 되었던 커피 중독

안녕하세요. 남들에게는 말하기 힘든 속내지만 여긴 조금 편히 털어놓을 수 있을 것 같아 글을 적어봅니다. 제가 요즘 고민하는 건 거창한 중독은 아니에요. 그저 매일 아침과 오후, 습관처럼 찾는 커피 한 잔과 나만의 강박적인 루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 저희 집이 참 많이 시끄러웠어요. 남편의 사업이 예기치 못한 실패를 겪으면서, 평생 가꿔온 일상이 한순간에 모래성처럼 무너져 내렸거든요. 빚쟁이들의 독촉과 내일에 대한 막막함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버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때의 저는 아마 사람이 아니라, 그냥 견뎌내야 하는 '기계'처럼 살았던 것 같아요.

 

 

그 힘들었던 시간 속에서 저를 유일하게 숨 쉬게 했던 건,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혹은 잠시 짬이 난 오후에 마시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었습니다. 음..내 손으로 쥐고 있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나만의 보상'처럼 느껴졌거든요. "이 한 잔 마시는 동안은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 나는 충분히 애쓰고 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던 것이 어느덧 하루하루 가장 강력한 루틴이 되어버렸네요

 

 

이제는 형편도 조금 나아졌고 남편도 다시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제 몸은 여전히 그때를 기억하고 있나봐요.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커피를 마시지 않으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그 루틴이 깨지면 마치 다시 예전의 그 불안한 날들로 돌아갈 것만 같은 막연한 공포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게 있더라고요.. 맛으로 마시는 게 아니라, 마셔야 안도감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지인들은 카페인 중독 아니냐고, 너무 예민하게 루틴에 집착하는 것 아니냐고 하긴 하는데요. 커피 중독의 본질은 카페인이 아니라, 무너졌던 내 삶을 지탱해준 나만의 질서에 대한 집착이라는 걸 아니까요 힘들었던 시절에 대한 보상심리가 이제는 제 일상을 꽉 붙들고 놓아주질 않는 것 같습니다.

 

 

굳이 무언가를 들이켜지 않아도, 억지로 루틴을 지키지 않아도 별일 안생긴다는걸 알지만 습관처럼 이렇게 해야 마음이 편해지나 봅니다. 요즘에는 일부러 날씨가 춥고 그래도 늘 걷기운동 하면서 꼭 외출해서 바람도 쐬고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갖고 그러고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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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익명1
    커피 같은 건 몸에 이상이 있지 않는 한 괜찮지 않을까 생각해요 하지만 분명히 몸에 무리가 온다면 조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 익명2
    커피도 습관이자 중독이네요 
  • 익명3
    저도 하루 한잔 거의 물처럼 연하게 아침에 한잔씩 마시고 있는데 커피를 마신다기보다 기분전환겸 하루의 활기를 찾기위한 위안의 느낌에서 마시고 있는데 그만 마셔야지 하면서도 잘 안되네요
  • 익명4
    저도 한때는 믹스커피를 8잔씩 마셨네요.
    요즘은 커피 한장정도 마셔요.
  • 익명5
    커피중독도 고민이 되겠어요
    위안이 되는 것 하나쯤은 괜찮지 않은까요?
    담배 술.. 이런 것 보다 덜 해롭잖아요
  • 익명6
    위안이 됐던 커피라 쉽게 끊긴 어럽겠어요
    하루 2-3잔은 건강에도 좋다고 해요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1,912채택률 4%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무너지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나를 돌본 유일한 증거였을 거예요.
    ​세상이 온통 흔들릴 때, 내 손에 쥔 따뜻한 컵 하나만이 유일하게 통제 가능한 평온이었기에 그 루틴에 집착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입니다. 카페인 때문이 아니라, 그 질서가 깨지면 다시 그 지옥 같은 불안이 들이닥칠까 봐 무서운 것이지요.
    ​하지만 이제는 기억해주세요. 그 단단한 루틴이 당신을 살린 것도 맞지만, 그 시간을 이겨낸 진짜 힘은 커피가 아닌 작성자님 내면에 있었다는 사실을요.
    ​지금처럼 걷기 운동을 하며 찬바람을 쐬는 변화는 아주 건강한 신호입니다. 이제는 '무언가를 해야만 안전하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당신의 일상은 충분히 안전하고 견고하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자주 속삭여주셨으면 합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는 보상이 아닌, 진정한 휴식으로서의 차 한 잔을 즐기실 수 있길 응원합니다.
  • 프로필 이미지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답변수 174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그동안 겪으셨을 마음고생과 견뎌내신 세월이 글에서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작성자님에게 커피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라, 가장 추웠던 시절 나를 지탱해 준 유일한 '생존의 밧줄'이었을 거예요. 이제 상황은 나아졌지만, 몸과 마음은 여전히 그때의 긴장감을 잊지 못해 커피라는 루틴을 통해 '지금은 안전하다'는 확인을 받고 계신 것 같습니다.
    
    맛이 아니라 안도감을 위해 마시는 그 한 잔은, 어쩌면 나 자신에게 보내는 가장 애틋한 위로였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그 긴장의 끈을 늦추어, 커피가 '불안을 막는 방패'가 아닌 '진정한 즐거움'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처럼 추운 날씨에도 걷기 운동을 하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모습은 이미 건강한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계신 증거입니다.
    
    커피를 마시지 않아도, 루틴이 조금 어긋나도 작성자님의 평화는 깨지지 않을 만큼 단단해져 있다는 사실을 믿어보세요. 스스로를 다독이며 한 걸음씩 나아가시는 그 마음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채택된 답변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