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강박, 확인강박..도와주세요

저는 어릴 때 부터 몸이나 내 물건에 무언가가 묻는 것에 굉장히 예민했대요.

옷이 더러워지는 것이 싫어서 흙장난 같은 것도 하지 않았고

손에 물감이나 크레파스라도 묻으면 기절이였고요.

밥을 먹을 때도 누군가가 밥 위에 반찬을 올려주면 숟가라을 놓곤 했대요.

하얀 밥 위에 무언가가 묻는 것이 싫어서요.

성인이 된 지금도 어쩔 수 없이 그릇에 양념이 묻을 수 밖에 없는 비빔밥, 짜장, 카레 같은 음식은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엄마는 저를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이 옷 세탁과 머리 묶어주기였다고 하세요.

더럽지도 않은데 하루에도 몇 번씩 옷을 갈아입는 통에 제 빨래만 엄청 나왔고

머리카락은 늘 한 올도 빠지지 않고 단단히 묶여 있어야 했거든요.

조금만 느슨해져도 다시 묶어달라고 쫓아다니는 저 때문에

엄마는 늘 머리끈과 꼬리빗을 가지고 다니셔야 했어요.

이렇게 머리를 세게 묶어대다가 눈이 찢어지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셨고

지금은 제 머리에 머리카락이 아직 붙어있는 것이 용하다고 하세요.

 

지금도 저는 모든 것이 깔끔하고 완벽하게 정리가 되어 있어야 안심이 돼요.

옷장에 옷은 색깔별로 가지런히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하고

모든 것은 늘 자기 자리를 지키며 제가 정한대로 놓여 있어야 하지요.

냉장고에 물건들은 라벨이 모두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고

같은 색깔, 같은 디자인의 식기를 맞추는게 힘들어서

저희 집에는 아무 무늬 없는 하얀 그릇밖에 없어요.

예전에 미우새에서 배우 윤시윤님이 정리정돈하는걸 보며 저희 엄마가

딱 니네 집 같다고 하신 적이 있는데 제가 생각해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아요.

가족, 친구들 모두 저희 집에 오면 뭐 하나라도 흐트러뜨릴까 봐 부담스럽다고 하거든요.

잘 정돈되어 있는 집을 보면 흐뭇하고 마음이 편안하긴 하지만

이렇게 정리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쓴다는게 고민이에요.

냉장고에 열맞춰 정리해둔 음료수 중에 하나를 먹게 되면 그 자리를 빨리 채워넣어야 마음이 편하죠.

그렇다보니 내가 먹으려고 사놓은 음식인데 먹을 때 몇 번을 망설이게 돼요.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인가요,,,,

 

그리고 저는 확인 강박도 있어요.

예전에 도어락이 제대로 잠기지 않아서 놀란 뒤로 출근할 때 몇 번이나 집에 다시 올라와요.

엘리베이터를 타기 직전까지도 문이 제대로 닫혔는지 몇 번이나 확인하는데

1층에 내려와서도 불안해서 다시 올라가요.

올라온 김에 창문은 제대로 닫혔는지, 냉난방은 제대로 껐는지, 가스밸브는 잠겨있는지 확인하고 또 나갔다가

아, 내가 화장실 불은 껐나? 하면서 다시 올라오죠.

몇 번이나 확인한 뒤에도 불안해서 외출을 잘 못하겠어요.

 

깔끔하고 꼼꼼한 것 다 좋은데, 제 자신이 너무 지치고 힘들어요.

정리하고 확인하고 또 정리하고 확인하느라 얼마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는지 모르겠어요.

이거 하느라고 잠자는 시간까지 줄였거든요.

그만하고 싶은데 하지 않으면 불안해서 멈출 수가 없어요.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요?

고칠 수는 있는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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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익명1
    불안때문에 강박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마음을 내려놓는 것도 도움이 될것같아요. 힘들면 병원의 도움도 괜찮습니다
  • 익명2
    완벽하고 꼼꼼하게 하는게 중요하긴하죠
    하지만 너무 지나치게 완벽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 익명3
    긍정적으로 일단 좋은 쪽으로 생각하시면서 조금씩 마음을 다잡는게 중요할것 같네요 힘드시겠지만 일단 마음을 편하게 하시는것 부터 천천히 힘을 내시면 좋겠네요
  • 익명4
    확인의 연속 저를 보는 것 같아요
    다른 사람들은 이해 못 하겠지만 
    반복적인 확인 정말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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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1,912채택률 4%
    깨끗함과 질서가 주는 평온함 뒤에, 역설적으로 그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에너지를 소진하며 정작 '나의 삶'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 참 안타깝습니다.
    ​현재 겪고 계신 증상은 단순한 습관을 넘어 강박적 성향으로 보이며, 이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불안을 해소하려는 뇌의 방어 기제에 가깝습니다. 스스로 "에너지 낭비"임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은 그만큼 내면의 불안이 크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확인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 같다"는 생각에 딱 5분만 저항해 보세요. 불안이 정점에 달했다가 서서히 내려가는 경험을 반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라벨 방향 하나가 틀려도 내 인생은 안전하다'는 것을 뇌에 반복적으로 학습시켜야 합니다.
    ​강박은 인지행동치료나 약물치료를 통해 충분히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혼자 애쓰기보다 전문가와 함께 불안의 뿌리를 다루면 훨씬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자신을 자책하기보다, 그동안 이 예민함을 안고 사느라 고생한 스스로를 먼저 다독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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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답변수 174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지금 상태는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라 불안을 낮추기 위해 몸이 배운 방식이라서, 혼자만의 문제로 끌어안지 않으셔도 됩니다 🌱
    이미 어릴 때부터 깔끔함과 통제가 ‘안전’과 연결되어 있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진 걸로 보여요.
    그래서 “그만해야지”보다 조금 늦추는 연습이 현실적인 첫걸음이에요.
    예를 들면 확인이나 정리를 하고 싶을 때 바로 하지 말고 1분만 버텨보기, 그 다음엔 2분으로 늘려보는 식이에요 ⏳
    불안은 바로 없어지지 않지만, 행동을 안 해도 내려간다는 경험이 쌓이면 강도가 조금씩 약해집니다.
    지금처럼 잠과 외출까지 영향을 받는 단계라면, 강박을 다뤄본 경험 있는 전문 도움을 병행하는 게 훨씬 덜 지치고요.
    지금의 모습이 평생 이렇게 고정된 건 아니라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
    이미 스스로 문제를 정확히 인식하고 계신 만큼, 방향만 맞추면 숨은 지금보다 훨씬 편해질 수 있습니다.
  • 익명5
    정리강박 확인강박으로 힘드실거 같습니다 
    확인강박의 경우 한번 확인한 후 메모를 해주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