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됩니다. 좋은 일 많으시기바래요.
배움이란 일생동안 알고 있었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ㅡ도리스 레싱ㅡ
책 가방 들고 학교 다닐 때
유난히 공부 진도가 더디고 힘겨웠어요.
그래서 그랬는지
어려서부터 마음에 분노가 차곡차곡 쌓여
엄청 화를 많이 내며 살아왔지요.
여기 크게 공감되는 유명한 텍스트가 있어서 소개합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이 유배지 강진에서 만난
15살의 제자 황상과 나눈 '권학문' 중 일부 입니다.
황상은 자신이 어려운 공부를
할 능력이 없다고 스승께 토로하니
스승은 공부하는 법을 한 수 가르쳐 주었지요.
스승 왈
배우는 사람에게 세 가지 큰 병통이 있는데 다행히 너에게 해당되는 것이 하나도 없구나.
첫째 외우는데 민첩한 사람.
둘째 글짓는데 빠른 사람.
셋째 이해를 빨리 하는 사람....(중략)
........
공부의 깊이와 신중함을
강조하는 말씀일텐데요.
저는 그 3가지 병통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었네요.
쓱 보면 바로 외웠고
글도 일사천리로 썼고
이해도 순식간이었으니
부지런히 갈고 닦으며 노력하는 것을
못 배웠다고나할까요.
왜 그렇게 화가 났었는지
이제야 실마리가 좀 풀리네요.
결과에 급급했던 조급함에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이제는 한 줄기 빛이 내 앞을 스쳐갑니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학교를 졸업하고 아직까지도
손에서 책을 놓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문리가 늦게 터지려고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시험이라는 압박에서 벗어나서 그런지
이제는
무엇이든 배우는 것이 그렇게 기쁘고 행복할 수가 없네요.
그렇다고 뭐 거대한 깨달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구요.
앞으로 웃으며 살기로 결심한 지금
스쳐지나가는 얼굴들이 있어요.
그렇게 심술을 부리며 살았어도
맑게 웃는 얼굴들 앞에서는 화를 낼 수 없더군요.
긴장과 화를 풀어내는 엄청난 에너지가
순수하게 미소 띤 얼굴에는 있었어요.
그런걸 보면
삶은 어쩌면 그렇게 힘든 것이 아닐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너무 진지하고 어렵게 살아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늦게나마
내가 추구하고 노력했던 것과는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삶이 다가오네요.
매 순간 느린호흡으로
내 앞에 주어 진 것들을
소중히 어루만지며
살아 갈 힘이 생겼다고나 할까요.
이제부터라도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괜찮아~
하며 살고싶네요.
도리스 레싱 도
삶의 질곡을 헤치고 나와
유레카! 하며
이런 빛나는 명언을 남겼으리라 생각해요.
"배움이란 일생동안 알고 있었던 것을
어느 날 갑자기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저도 정말 뼛 속 깊은 곳까지
기쁨의 파도가 넘칠 것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