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낮은 곳으로 - 이정하

[시] 낮은 곳으로 - 이정하

 

 

낮은 곳에 있고 싶었다
낮은 곳이라면 지상의
그 어디라도 좋다
 
찰랑찰랑 고여들 네 사랑을
온 몸으로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한 방울도 헛되이
새어 나가지 않게 할 수 있다면
 
그래, 내가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
너를 위해 나를
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나의 존재마저 너에게
흠뻑 주고 싶다는 뜻이다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 낮은 곳으로 / 이정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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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아는 분들이 많으실거라 생각이 듭니다.

특히 마지막 연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는 구절은 너무도 강렬해서

다른 구절은 다 잊어버렸어도 이 구절만큼은 기억하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이정하 시인은 짝사랑, 그리움에 대한 시를 참 많이 쓰신 것 같아요.

오래 전 이 시를 처음 접했을 때 저도 좋아하던 한 사람을 떠올리면서 

이 시를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고 이 시를 다시 만났을 때 

이 시는 저에게 연인에 대한 사랑이 아니라 

참 이상하게도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마음을 담은 시로 읽히더라구요.

가장 낮은 곳에서 나를 비우고 자식을 품어주는 부모님의 마음.

가장 낮은 자세로 나의 존재까지도 모두 자식을 위해 바치고 싶은 부모님의 마음. 

같은 시인데도 저의 현재 상태에 따라서 

전혀 다른 느낌의 시로 읽히는 것이 참 색다른 경험이였습니다.

 

여러분에게 이 시는 어떻게 다가오는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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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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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나비
    님의 말씀처럼 내가 처해진 환경이나 입장에서
    책의 글은 다르게 해석 되는게 맞는거 같아요
    젊을때 사랑에 목숨걸때는 애인에게 말하는거겠죠
    그러나 연인간에 사랑은 시작될때 이미 이별을 향해
    간다는 글도 있듯이 영원할순 없을테니까요 ㅎㅎ
    자식에게 말하는 님의생각이 어쩜 정답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끝없는 ....재가 되어도 좋은...무한대의사랑
    우린 그런 사링을 거름으로 부모님의 양분을 빨아먹고
    성장했기에 우리 또한 무한대로 돌봄을 해야한다고...
    님의 자식사랑에 비유하신 시의 내용에 더해봅니다
    좋은시와 님의글 뜻깊게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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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잠
      작성자
      옳으신 말씀이세요. 
      물론 모든 가족이 똑같은 형태로 사는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세상의 많은 부모님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다해 자녀들에게 아낌없는 사랑을 베푸시지요.
      잠겨 죽을 수도 있을 만큼의 많은 물은 바다에 있고, 그 바다는 가장 낮은 곳에 있지요. 작은 시냇물이 강물이 되고 중력의 힘으로 아래로 밀려 들어온 물들을 바다가 품어주는 것처럼 부모님 또한 자식의 모든 것을 품어주시는 분들이라는 생각이 문득 드네요.
      진나비님의 댓글 덕분에 더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네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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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 luck
    잠겨 죽어도 좋으니 너는 물처럼 내게 밀려오라
    너무강렬한거 아닌인가요?
    요즘 저도 나이가 들어서 예전에 읽었던 시나, 글들이
    설레임있잖아요 
    그런것들이 연인으로 대비해서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요
    요즘은 부모의 맘으로 대비가 많이 되네요 
    제가 나이를 먹고 있다는것 같아요 
    희망, 행복, 사랑 이런것들이 눈에 많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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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잠
      작성자
      저는 좋은 글귀를 사진을 찍어서 핸드폰에 늘 가지고 다니거든요. 피끓는 청춘일 때는 짝사랑하던 친구, 헤어진 구남친을 떠올리게 했던 글들이 요즘은 좀 다르게 보이는 것 같아서 참 신기합니다. 같은 글을 보아도 저의 상황이나 생각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글이 될 수 있다는게 문학의 힘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참 예전에는 한눈에 알아들을 수 있는 유행하는 감성글만 찾아보고 다녔는데 요즘은 자꾸자꾸 곱씹게 되는 글이 좋아지는걸 보니 저도 나이를 먹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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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ood luck
      ㅋㅋ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좀 신기해요
      엄마가 항상 너도 나이들어봐 
      이런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사뭇 감성적인 되어가는것이 늙나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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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과 나무
    
    사랑하는 대상을 위해,
    자신을 낮은곳으로 임하겠다는 마음 !
    그 사람이 내게로 와서,
    내가 죽음에 이르게 된다고 해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는 의지 !
    지독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인듯요 ^^
    그루잠님 덕분에
    강렬한 사랑의 시한편 잘 감상했습니다 ^^
    • 프로필 이미지
      그루잠
      작성자
      저는 좀 담백한 문체를 좋아하는 편인데 가끔 이런 강렬한 문구를 보고 나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 앉는 기분이 들어요. 연인이든, 가족이든, 내가 사랑하는 누군가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쳐 사랑하겠노라고 말하는 작가의 마음이 너무 절절하게 느껴집니다. 
      숲과 나무님께서 좋게 감상하셨다니 저도 기분이 좋네요.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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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eel 🎶 ok
    낮은 곳에 있겠다는 건너를 위해 나를온전히 비우겠다는 뜻이다.
    ㅇ
    ㅗ
    이런 멋진 말을 제가 듣게 된다면 숨멎일듯요.
    참 낭만적이고 애절한 시인거 같아요^^
    그루잠님의 해석처럼
    부모님의 그 사랑도 비슷하겠지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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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잠
      작성자
      위에 숲과 나무님 대댓글에서도 썼지만 저는 평소에 좀 잔잔하고 담백한 글을 더 많이 읽거든요. 필오케이님 말씀처럼 이런 말을 들으면 심장마비 올 것 같아서 그런가봐요ㅋㅋㅋ 누군가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준다면 감동적이기도 하겠지만 한편으론 그 절절하고 애틋한 마음 때문에 제 마음도 너무 아플 것 같아요. 
      제가 좋아하는 시이긴 하지만 저는 이 화자에게 내 자신을 모두 버리면서까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지는 말라고 말하고 싶네요. 그게 자식을 생각하는 부모님이라고 할지라도요. 그리고 꼭 한번 안아주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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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밧드(0:01발송)
    좋은글에 그루잠님이 시에서 상황이나 환경의변화에 따라 시에서 느끼는 마음이 온전히 전해져서 그게 더 마음이 와 닿네요
    좋은시 감삼문 잘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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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루잠
      작성자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계속 담백한 글만 보다가 간만에 이런 절절한 시를 읽은건데 예전에는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만 떠오르더니 오늘은 부모님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며칠 전에 한밧드님도 한밧드님의 부모님께 모든 것을 바쳐도 좋은 자녀이셨을테고, 한밧드님의 따님 또한 한밧드님께 그런 존재이겠지요? 오늘은 따님께서 마음 고생하는 일 없이 좋은 일만 가득하셨으면 좋겠네요! 한밧드님께도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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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밧드(0:01발송)
      감사드려요
      이번한주도  화이팅하시고 
      굿밤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