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의 태도는 단순한 호의를 넘어선 깊은 긴장과 호감이 분명했습니다. 눈을 피하고 동공이 흔들리는 것은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몸의 언어니까요. 하지만 그는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목표를 유예하며 삶의 무게를 일찍 깨달은 사람입니다. 그에게 사랑은 가벼운 설렘이 아니라, 책임져야 할 '무거운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공평하게 대하려 했다"는 다급한 변명은 역설적으로 질문자님을 향한 마음이 특별했음을 자백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 아무 감정이 없었다면 자책하거나 침묵하지 않았을 테니까요. 다만 그는 스스로를 '부족한 사람'이라 규정하며, 누군가를 곁에 둘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에서 뒷걸음질 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뇌종양 판정이라는 너무도 힘든 시기를 지나고 계시기에, 그의 침묵이 더 아프게 다가오실 겁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남자의 마음을 분석하기보다 님의 회복과 평안이 최우선입니다. 그가 소식을 듣고도 연락하지 못하는 건, 거절한 입장으로서 감히 다가갈 자격이 없다고 느끼는 비겁함 혹은 미숙함 때문일 확률이 높습니다. 가망을 따지기보다, 일단은 이 인연의 매듭을 잠시 내려놓으세요. 님은 충분히 용기 있었고 진솔했습니다. 다시 마주쳤을 때 인연이 이어진다면 그것은 그의 성숙함이 준비되었을 때일 것입니다. 지금은 무엇보다 본인의 몸과 마음을 돌보며, 스스로에게 가장 다정한 사람이 되어주시길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날 의식하는 남자가 있었어요. 3살 연하인. 전 31살 그 친구는 28살에 처음 만났어요. 날 보다가 들키면 다급하게 눈 피하는 남자. 가까이 다가가면 동공 흔들리는. 내가 그 사람이 있는 자리에 등장하면 정신없어 하고. 하던 일에 집중 못하는. 내 표정 의식하고 불편한거 조용히 챙겨줬던. 완전 버퍼링과 뚝딱 그자체.
근데 절대 티 안내려고 하거나 딱히 내게 선톡은 없던.
외향적이고 스몰토크도 잘하고 쾌활하고 그런 사람인데 제게만 유독 어려워하던 친구였어요.
엄마가 24살에 암 걸리셔서 26살에 돌아가셨데요. 그 친구는 자기 목표 포기하고 엄마 곁에서 간호하기로 마음 먹었고, 돌아가신 후에야 원하던 종교 일 하면서 목표를 이뤘어요.
4~5개월을 저러니까 제가 너무 답답해서 왜 언제는 다정하다가 언제는 쌩까냐고 하니까 얼굴 빨개져서 빵 터지는 듯 웃더니 진짜 쌩깐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남자는 원래 하나에만 집중하면 그것밖에 안보인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보고 핸드크림 있냐고 물어보고, 근처 자리 안 떠나려고 하더라고. 오전에 사정상 다른 자리로 갔다가 내 앞으로 돌아와서 쭉 있더라고요. 사실 다른데로 발령나서 떠나는 시점이었는데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같이 또 일하면 좋겠다고까지 말했고요. 자기 부서로 오라고.
용기내서 그날 저녁에 장문 톡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챙겨줘서 고맙다고 그런 배려가 선물 같았다고 말했는데...
가끔 다른 업무로 마주칠때 난 상처받아서 차가워지고 걘 볼때마다 당황하고 어색해하고. 긴장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멀어졌어요. 그쪽에선 연락 한 번 없었구요.
근데 8개월이 지나도 다른 남자도 만나봤지만.
얘를 못 잊겠더라구요. 오랜만에 만났을때는 이 친구가 입 가리고 목소리 떨리고 눈 커져서 저를 내려다보더라고요. 저도 놀라서 순간 속으로 어? 왜 이런 눈빛이지? 왜 이렇게 날 ***? 하면서 같이 입 가리게됐고... 그리고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이런 감정 들킬까봐 급하게 등 돌리고 떠나려 했는데 뒤에서 잘 지내셨지요? 하고 묻던데... 차마 못돌아보겠더라고요.
결국 제가 용기내서 고백했는데 둘이 만나는게 부담스럽데요. 전화로 말하니까 무겁게 침묵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 생각 없는건 변함 없다고... 그러면서 자기 결혼관 쭉 말하고... 자긴 부족하데요. 생각하는거나 말하는거나 행동하는게. 더 채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웃으면서 나 혼자 작년에 느낀거냐고 너는 다 친절한데 나만 오해한거냐고 그러니까 침묵하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요. 어리숙해요 하고 자책? 하듯 말했어요. 2번 정도. 근데 그런 마음으로 그런건 아니래요. 다 공평하게 잘해줘야 해서 그랬던거라고 다급하게 덧붙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됐는데... 이 남자는.. 확신이 설만큼 날 좋아했던게 아닌걸까요? 전 이제 부담스럽고 불편한 누나이려나...
그리고 3개월후에 전 뇌종양 판정 받아서 삶이 갑자기 바꼈습니다. 많이 울고 무서웠어요. 그 친구도 공동 지인들 통해 제 이야기 들었을거에요. 연락 한 통 없네요. 그 사람 마음이 궁금해요.
시기나 상황이 다시 온다면 우린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두 번이나 용기 냈는데 까이다니. 그리고 아직도 못 잊고 있다니. 그는 미숙하고 어설픈 남자인데 말이죠.
거절은 거절이니 여기서 단념해야 할까요?
왜 우리가 삐끗했다는 생각이 계속들죠...?
그 사람은 그냥 작년에 느낀 호감이고 이제 더 이상 절 좋아하지 않는다고 봐야겠지요? 사귈만큼은 아닌거였겠죠...?
다시 같은 업무지에서 얼굴보고 마주치면
가망이 있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