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째 우리는 친구 혹은 연인

저에게는 18년 동안 알고 지내는 남사친이 있는데요. 

18년 전에 처음 만나 나름 한눈에 반해서 1년 반 정도를 사귀었고 

사귈 당시에 둘다 결혼에는 생각이 없었던 사람들이라 맘 편히 사귀었던 거 같아요.

싸울일도 거의 없긴 했는데 

둘다 연애경험도 적고 자기 고집이 세다보니 연애 방법을 잘 몰랐어요.

뭘 해도 좋아보이고 사랑스럽던 사랑의 눈꺼플이 1년 정도의  시간 후에 벗겨지자

각자의 방식만 고수하며 배려하는 맘이 없어지고 

사소한 일로 말다툼이 시작되면 둘다 입을 다물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화해가 쉽지 않았고

결국 참지 못하는 쪽이 이별을 꺼내버리면 헤어지고 

한쪽이 잡아서 다시 연애를 이어가고 그렇게 4번의 이별 후 완전히 헤어졌어요.

 

사귀었던 오빠의 맘은 모르겠지만 저는 미련이 남아서 헤어지고도 완전히 놓지는 못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헤어졌지만 완전히 떠나보내지만 않으면 다시 사귈 수 있을거라 믿었기에

계속 인연의 끈을 놓지 않으려 노력했던 거 같아요.

그렇게 연인은 아닌데 친구라기엔 애매한 관계로 2년여를 보내다가~

갑자기 현타가 오더라구요. 나는 저사람에게 뭐지?? 

연인인가? 친구인가? 그냥 남인가?? 한참의 고민 끝에 이렇게 아무관계도 아닌 현실이 너무 싫어져서 인연 자체를 놓자고 결정했었답니다. 이렇게 애매한 관계 끝내고 각자 인연 찾을 수 있게 아예 연을 끊자고 했죠.

 

그렇게 또 1년 여를 안만나고 지내면서 다른 사람도 만나봤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정을 붙이지 못했어요;;;

결국 그사람과도 헤어지고 어떻게 인연이 되어 다시 그 오빠와 만나게 되어서 지금까지도 그냥 친구로 지내고 있어요.  휴일에 만나 영화도 보고 맛집도 다니고

각자의 생일은 챙기기도 하고

ㅋ 물론 친구라기엔 너무 서로를 잘 알기에 주변에서 보기엔 연인인가? 부부인가? 의심할 지경이지만........

만난지 18년째인 우리는 이제 결혼에는 아예 관심이 없고

서로에게 예전의 애틋한 정도 없어요.

서로의 지인들은 그냥 이제 둘이 같이 살라고 말하지만 ㅋㅋ

그럴 생각이 일도 없죠

 

그냥 오래 알아온 지인 인 셈인데 ㅋ 각자의 나이가 이제 친구들이 다 결혼해서 애도 다 키운 나이가 되다보니 주변에 사람이 많이 없어지는 시기라서 ㅋㅋ

그냥 잘 아는 우리끼리는 친구로라도 곁에 있는게 없는거 보다는 낫지 않나? 생각하는거죠 

서로가 가진 맘의 상처를 알고 있으니 연민의 맘도 있고요.

사실 고민이랄 건 없지만 이제와 새삼 너무 오랜 인연이 사실은 우리의 다른 인연을 막고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요즘 들어 가끔씩 드네요..

물론 뭐 우리가 친구로 지내오며 각자의 인생을 구속한다거나 누군가 만나는 걸 방해한 적은 없지만 

그냥 존재 자체가 사실은 서로에게 구속이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에 대한 관심 자체를 애초에 차단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드는 요즘입니다.

정말 더 나이들면 이제 누구를 새로 만나 시작하는게 어려울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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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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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소리
    서로 사랑했던 부부도 18년 되면 친구같이 되죠.
    사랑이 우정이 된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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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그러게요 거의 20년이 다되가는 기간인데 ㅋㅋ
      이젠 웬만한 같이 산 부부보다도 오래된 사이이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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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hj3
    편안한 관계로만 지냈다면 모르겠지만
    애인사이가 되었던 경험이 있기에
    다시 그런 사이가 되는건 별루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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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이젠 애인사이였었다는 사실조차 망각되어버렸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흐르긴 했죠
      지금은 뭐 오래 알고 지낸 친구 사이 느낌이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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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지민
    18년이면 정말 친한 단짝 정도로
    맘편히 생각해도 괜찮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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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요즘은 그런거 같아요~~ 뭐 너무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그냥 좋은 일 있고 나쁜 일 있을 때 다른 사람보다 먼저 공유하는 친구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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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즐겁게열시미
    사람 마음이 긴사한거죠 놓긴 싫쿠 그렇타구 없어서는 안될것 같구요  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상황을 탓하고 싶은건 아닐까요 그사람이 있어서 내 인생이 외롭지 않은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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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인정하기 싫지만 그런 부분도 없지 않죠... 완전히 놓아버리면 너무 가까운 한 사람을 잃는 느낌이 들거 같긴해요.. 그렇치만 둘다 서로를 잡고 싶은 맘도없어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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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터닝송
    굉장히 오래된 인연이네요 진짜 진지하게 서로 생각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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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사실 고민이랄것도 없는 것이 이미 결론은 내려놓고 사는 느낌이라서 ㅋㅋ
      둘다 놓기도 잡기도 애매하니 그냥 이렇게 사는 거겠죠... 더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 미련없이 놓겠지만 둘다 게을러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긴 어려운거 같아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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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칠리나
    힘드시겠지만  새로운  사랑을  만들어  가 보세요  ^^  ㅡ마음을 잘  붙잡아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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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근데 이게 너무 외롭거나 내가 이제라도 결혼에 생각이 있으면 그런 생각도 가질거 같긴한데;;;
      지금은 연애 자체가 귀찮고 버겁긴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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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광
    글을 천천히 읽어보노라니 저는 두사람 사이의 사랑이 느껴지네요. 18년동안 친구처럼 지냈다고는 하지만 두사람 사이에는 서로 드러내지않는 사랑이 보이네요. 같이 결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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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 주변에서 다들 10년차까지는 이렇게 많이 얘기했어요 둘은 헤어진게 아니고 그냥 좀 떨어져 있는 거 같다고 ㅋㅋ 근데 이제 18년쯤 되니까 그들도 그러려니 하더라구요... 그냥 둘은 거기까진가보다 하고 ㅋㅋ
  • 박정주
    그냥  친구로 두고  연애를 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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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ㅎㅎ 친구로 두는건 그냥 그러려니 이제 정답같은 느낌이 되었는데 
      새로운 연애는 아이구 생각만으로도 버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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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
    와 18년..오래되셨네요
    근데 한번 사귀고 헤어지시고 ...그러셨는데도 18년의 인연이라니
    진짜 인연이 아닐까 싶어지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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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저도 제가 그럴 줄은 몰랐네요 ㅋㅋ 인연이란 한번 끊어지면 절대 이어붙이기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ㅋㅋ 이렇게 오래~~ 인연을 이어갈 줄이야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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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시워크0601
    18년 지기, 좋은 인연이시네요
    두 사람의 관계를 뭐 다른 사람의 틀로 규정지을 필요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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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카쟁이
      작성자
      사실 이 말이 가장 듣고 싶었는지도요~
      그래도 이 오빠가 있어서 연애 안하는 내내 외로워 본 적 없고 저에게 위로가 되고 있었던거 같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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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pi울
    우정이네요. 그렇게 인연이 지속되기도 힘든데 애증관계 같기도 하고 참 이상한 감정들이 섞여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