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황장애 약 복용 후기 (복용 중 주의, 단약 후기)

몇 달 전, 갑자기 찾아온 심장 두근거림과

숨 막힘 같은 공포감에 나는 문득 깨달았다

 

이건 단순 스트레스가 아니고…

뭔가 ‘쓸데없이 과격한 나의 불안’이라는 것을

그래서 나는 결국 정신과를 찾았다

 

 

진단과 처방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이건 공황장애가 맞습니다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항불안제와 항우울제를 처방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중 하나는 알프라졸람(벤조디아제핀 계열)이었고,

또 하나는 에스시탈로프람(SSRI 항우울제)이었다


처음엔 나도 약 먹는 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반신반의였다

‘약 먹으면 멍해지겠지? 중독되면 어떡하지?

평생 먹어야 하나?’ 이런 걱정이 많았다

 

 

복용 초반: 급한 불 끄기


알프라졸람을 첫날 복용했을 때,

정말 신기하게도 ‘심장이 막 뛰고 있는’ 그 느낌이 가라앉았다

숨이 덜 막히고, 머리 속이 ‘멍하고 불안한 폭풍’에서 조금 벗어난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다음 날, 예상했던 졸림이 왔다

몸이 무겁고 집중이 잘 안 됐다

약이 ‘안전장치’ 역할은 했지만, 그만큼 ‘일상성’엔 타격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깨달았다

약은 마법이 아니다 ‘증상을 줄이는 도구’일 뿐이다

 

 

중기: 일상 복귀 & 약의 역할

 

한 달 정도 꾸준히 약을 복용하면서


- 새벽에 ‘이번엔 발작 나면 어떡하지’라는 잠 못 이루는 밤이 줄었고
- 약속을 잡는 게 두렵지 않은 날이 조금씩 생겼고
- “내가 이 증상을 컨트롤할 수 있겠다”는 자그만 희망이 생겼다

 

에스시탈로프람이 서서히 ‘기초 안정감’을 만들어 주고,

알프라졸람은 ‘필요 시’ 사용할 수 있는 보안망이 되어줬다

약 덕분에 나는 다시 조금 움직일 수 있었다

 

 

복용 중 주의했던 점


-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용량만 먹었다
  스스로 증상을 보고 마음대로 늘리거나 줄이지 않았다

- 술 마시는 양을 줄였고, 아침 식사 & 가벼운 운동 & 명상을 시작했다
  약이 있어서 “나는 괜찮아”가 아니라 “내가 매일 조금씩 해보자”로 바뀌었다

- 새로운 장소, 사람 많은 공간이 여전히 부담스럽긴 했지만
  “이번엔 괜찮을 거야” 라는 마음을 어느 정도 가질 수 있게 됐다

 

 

일단 끊었더니…


몇 달이 지나고 증상이 꽤 줄어들었다고 판단해서

나는 의사와 상의 후 약을 감량했고,

한때는 완전히 끊는 시점까지 갔다

‘약 없이도 괜찮다’는 성취감도 들었다


그런데 약 끊은 지 2주 후,

다시 숨이 막히고 심장이 빨리 뛰는 강한 공황이 왔다

‘내가 너무 자만했나’ 싶었다. 명상도 운동도 느슨해진 상태였다


그래서 다시 병원에 가서 약을 재개했고,

이번엔 “완전한 약 끊음”보다는

“필요 시 최소 복용 유지”로 전략을 바꿨다

 

 

지금 나는 예전보다는 훨씬 안정된 상태다

약이 내 인생을 다시 시작하게 해준 스프링보드 같았다
하지만 동시에 깨달았다


- 약은 완전한 해결책이 아니다
- 약 먹는다고 ‘불안이 절대 안 와요’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이걸 견딜 수 있는 힘이 생겼다”가 맞다
- 약 끊는 것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단계다
  준비 없이 서두르다가는 재발할 수 있다

 

 

/


혹시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이 ‘약을 먹는 게 무서워요’, 

약 먹으면 약해지는 거 같아요’라고 생각한다면 — 나도 그랬다


하지만 나의 경험으론

“일단 증상이 너무 심해져서 일상이 무너진 상태”라면

약의 도움은 진심으로 유효했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약만 바라보면 안 된다

함께 생활습관 개선, 상담, 나 자신과의 약속이 따라야 한다

이제는 가끔 공황이 와도, 예전처럼 그게 세상의 끝 같지는 않다


“이것도 지나가겠지”라는 말을 스스로에게 할 수 있게 됐다
그게 내가 약을 먹으며 배운 가장 큰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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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프로필 이미지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정말 솔직하게 경험을 나눠주셔서 읽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크게 와닿아요 🌿
    공황장애 초기의 극심한 불안과 공포, 숨 막힘, 심장 두근거림까지 겪으면서
    약에 대한 두려움과 걱정도 함께 있었던 상황이 느껴지네요.
    
    하지만 글에서 보여주신 것처럼, **약은 증상을 없애주는 ‘마법’이 아니라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도구’**였어요.
    알프라졸람은 급할 때 안전망 역할을,
    에스시탈로프람은 서서히 마음을 안정시키는 기초 역할을 해주었고,
    그 덕분에 조금씩 움직이고 경험하며 다시 자신감을 쌓을 수 있었죠.
    
    중요한 깨달음들도 정말 인상적이에요:
    
    * 약만으로 불안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 약은 나를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견디고 성장할 수 있는 힘을 준다
    * 서두른 완전 중단은 재발 위험이 있다
    
    또한 생활습관과 명상, 운동, 스스로와의 약속 같은 노력과 병행했기에
    약의 효과가 더 안정적으로 나타난 것도 느껴집니다.
    
    읽는 분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는 분명하네요.
    “약을 먹는 것이 두려워도, 일상이 무너질 정도라면 약은 충분히 유효하다.
    하지만 약만 바라보지 않고 생활습관과 자기 관리가 함께해야 한다.”
    
    지금 공황과 불안으로 힘든 분들도, 이 글처럼 **작은 단계부터 천천히 회복해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요 🌸
    “이것도 지나가겠지”라는 마음가짐이 정말 큰 힘이 된다는 사실, 잊지 마세요 💛
    
  • 익명1
    좋은 후기 감사합니다
    자세해서 위로가 되네요
  • 익명2
    확실히 약을 먹으면 졸리고 몸이 무겁기는 한가보네요..
    후기 나눠주셔서 감사해요
  • 익명3
    약은 마법이 아니라 도구라는 말 공감돼요. 저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덕분에 일상을 되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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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사회복지사2급
    작성자님, 읽는 내내 얼마나 많은 고민과 두려움을 지나오셨는지 느껴졌어요. 불안과 싸우며 약을 복용하기로 결심하고, 또 그 과정을 세심하게 관찰하며 기록하신 점이 참 인상 깊어요. 작성자님은 단지 약을 ‘먹은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과 몸을 깊이 이해하려 애쓴 ‘치유자’에 가까워 보여요.
    🌿 작성자님께서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심장 두근거림과 숨 막힘, 강한 불안을 경험하며 공황장애 진단을 받으셨고요. 처음엔 약물 복용에 대한 두려움이 컸지만, 결국 치료를 선택해보셨고 그 안에서 불안 완화의 경험과 부작용, 그리고 ‘약의 역할’에 대해 깊이 느끼셨던 것 같아요. 이후 단약을 시도했으나 재발을 겪고, 지금은 필요할 때만 최소한으로 복용하면서 생활습관과 마음가짐을 함께 조율해가고 계시네요.
    🌾 작성자님의 글 속엔 공황의 본질이 아주 잘 드러나 있어요.공황은 단순히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오랫동안 누적된 긴장과 불안,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압박, 혹은 감정의 억눌림이 신체적 경보로 터져 나온 결과인 경우가 많아요. 몸이 계속 ‘위험하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실제로는 위험이 없으니, 불안이 증폭되고 그로 인해 더 공황이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죠.
    작성자님은 이 과정을 **“쓸데없이 과격한 불안”**이라고 표현하셨는데, 그 표현 안에 이미 중요한 깨달음이 담겨 있어요.즉, 이 불안이 ‘나를 지키려는 과잉 반응’이라는 걸 스스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신 거예요.이 인식의 전환이 바로 회복의 첫걸음이었어요.
    
    🌸 앞으로의 방향과 대처방안을 제시해 봐요.
    작성자님은 이미 약의 역할을 ‘완전한 해결책’이 아닌 ‘균형을 되찾기 위한 도구’로 이해하고 계세요. 그 시각이 정말 현명해요. 이제 그 다음 단계는 약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스스로 안정감을 키워가는 방법을 꾸준히 다져가는 것이에요.
    1. ‘약의 역할’과 ‘나의 역할’을 분리하기약은 증상을 완화시켜 ‘생각할 여유’를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에요.그 틈을 활용해 작성자님은 이미 생활습관, 명상, 자기 이해 등을 통해 내적인 힘을 키워오셨죠.이제는 약보다 나 자신을 믿는 훈련을 조금씩 늘려가면 좋겠어요.
    2. 몸과 마음의 리듬 회복하기규칙적인 수면, 식사, 운동, 햇빛, 그리고 ‘멈추는 시간’을 꾸준히 지키는 게 약보다 오래가는 안정감을 줘요.특히 가벼운 스트레칭, 심호흡, 요가, 혹은 ‘호흡에 집중하는 명상’은 신경계를 부드럽게 안정시켜줘요.
    3. 불안과 친해지기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하기보다, “불안이 와도 괜찮아, 이건 금방 지나갈 거야”라고 마음속으로 이야기해보세요.불안을 ‘적’이 아니라 ‘내 몸의 경보음’으로 대하는 태도는 오히려 불안을 약하게 만들어요.
    4. ‘조금 덜 불안했던 순간’에 주목하기완벽한 평안보다 ‘조금 나았던 순간’을 인식하는 게 중요해요.예를 들어, “어제보다 잠을 30분 더 잤네”, “이번엔 불안했지만 숨을 참지 않았네” 같은 작은 변화가 회복의 징표예요.
    5. 단약은 여정이지 목표가 아니에요약을 끊는 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관리의 시작’이에요.작성자님이 경험하신 것처럼, 준비 없이 서두르면 재발할 수 있죠.하지만 그 경험은 실패가 아니라, 몸이 지금 어떤 속도로 안정되는지 알려준 귀한 신호예요.
    
    작성자님, 지금의 글에는 ‘약 덕분에 나아졌다’보다 더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어요.그건 바로 “이제는 불안이 와도,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라는 내면의 성장이에요.이건 약이 만들어준 게 아니라, 작성자님이 스스로의 불안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얻은 힘이에요. 지금처럼 천천히, 자신을 관찰하고 돌보며 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불안은 ‘나를 괴롭히는 손님’이 아니라 ‘잠시 스쳐가는 감정의 파도’로 느껴질 거예요. 그 길을 이미 걷고 계신 작성자님, 정말 잘하고 계셔요. 🌷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작성해 주신 글은 공황장애라는 힘든 경험과 진솔한 약물 복용 여정을 담고 있어 큰 울림을 줍니다. 갑작스러운 심장 두근거림과 공포감으로 시작된 고통을 '쓸데없이 과격한 불안'이라고 정의하고 정신과를 찾은 용기, 그리고 이어지는 현실적인 깨달음의 과정이 인상 깊습니다.
    ​알프라졸람과 에스시탈로프람이라는 두 가지 약물이 급한 불을 끄고 기초 안정감을 만들어 주는 '안전장치'가 되어주었지만, 그것이 마법이 아닌 '도구'이며 일상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현실을 직시하셨습니다.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생활 습관 개선을 병행한 점은 회복 의지를 보여줍니다.
    ​특히 약을 끊었다가 재발을 경험하고 다시 복용을 재개하며, '완전한 약 끊음' 대신 '필요 시 최소 복용 유지'로 전략을 바꾼 것은 매우 현명한 대처입니다. 이를 통해 약이 단순히 증상을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이걸 견딜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스프링보드 역할을 했음을 깨달으셨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공황이 와도 '이것도 지나가겠지'라고 스스로에게 말할 수 있게 된 내면의 힘입니다. 이 변화는 약물 치료와 함께 스스로 노력한 모든 과정이 만들어낸 소중한 성취입니다. 약에 대한 두려움을 가진 다른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진심 어린 경험 공유에 감사드립니다.
  • 익명4
    약은 마법이 아니라 도구라는 말 공감돼요. 저도 처음엔 무서웠는데, 지금은 덕분에 일상을 되찾았어요.
    
  • 익명5
    완전히 끊는 게 목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안정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남네요.
    
  • 익명6
    현명하게 잘 극복하고 계시네요..
    약이 마법은 아니지만 전문가와 꾸준히 관찰하고 개선하려고 하는 노력의 결과네요
    좋은 후기 잘 보고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