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신호가 되어버린 치매 초기 증상

 

 

 

 

1. 언제, 어떤 상황에서 처음 이상하다고 느끼셨나요?

 

 

평생을 야무지고 정갈하게 살아오신 외할머니의 변화를 처음 느낀 건 돌아가시기 약 3년 전 명절이었어요.

 

명절에 친척들이 모이고 돌아갈때 자식들 주려고 챙겨두신 음식과 과일, 참기름 등을 꼼꼼히 딱딱 챙겨주시던 분이었는데, 그날따라 방금 하신 질문을 5분도 안 되어 다시 하시고 가스 불을 켜둔 채 한참을 멍하니 계시는 모습을 보게 되었어요.

 

결정적으로 늘 다니시던 동네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헷갈려 하시는 모습을 보았을 때, 가슴 한구석이 서늘해지며 평소와 다른 이상함을 감지하게 되었어요.

 

 

 

 

2. 그때 실제로 어떤 증상이 있었나요?

 

 

가장 두드러진 증상은 단기 기억의 상실과 감정 기복이었어요. 식사를 마친 지 채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밥때가 되었는데 왜 밥을 안먹냐" 하시거나, 평소 온화하시던 성품과 달리 사소한 일에 불같이 화를 내기도 하셨어요.

 

또한 외출하실 때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겹쳐 입으시거나, 소중히 여기시던 귀중품을 엉뚱한 곳에 숨겨두시고는 누가 훔쳐 갔다고 의심하시는 '망상' 증세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신체적으로는 걸음걸이가 눈에 띄게 느려지고 자주 중심을 잃으시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요.

 

 

 

 

3. 해당 질환일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단순히 노화로 인한 건망증이라고 믿고 싶었어요. 하지만 할머니께서 늘 안보고도 외우시던 자식들의 전화번호를 기억하지 못해 당황해하시며 눈물을 보이시는 것을 보고, 이것은 단순한 노화의 문제가 아니라는 확신이 들었답니다.

 

특히 단순한 계산을 힘들어하시고 일상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거 있잖아, 그거 그거 거서게 저거 아인나 그거 내 저번에 안그러쿠드나"라는 부정확하고 애매한 표현이 부쩍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TV나 책에서 접했던 '치매'의 전형적인 초기 증상들과 너무나 일치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어요.

 

 

 

 

4. 가장 힘들었던 점은?

 

 

가장 괴로웠던 점은 우리가 사랑하는 할머니의 세상에서 우리 가족들의 존재가 조금씩 희미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과정이었어요. 저를 보시면 누구보다 환하게 웃어주시던 눈빛이 어느 순간 생경함과 혼란으로 바뀌어 저를 '누구신데 여기 있느냐?'고 물으실 때의 그 상실감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요. 또 하루는 갑자기 제 휴대폰으로 전화를 주셔서 다른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횡설수설 하셨을때 흐르는 눈물이 주체가 안됐어요.

 

또한, 본인의 변화를 스스로 인지하시는 초기 단계에서 할머니 본인께서 느끼셨을 그 공포와 자괴감을 곁에서 지켜보며 아무것도 해드릴 수 없다는 무력감이 가장 큰 고통이었던 것 같아요.

 

 

 

5. 알게 된 후 어떻게 대처하셨나요? 주변에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하셨나요? 혹은 혼자 감당하셨나요?

 

 

증상을 인지한 직후 가족들과 상의해서 곧바로 보건소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했어요. 검사를 통해 초기단계에 진입한 것 같다는 판정을 받은 후에는 부모님과 이모들이 역할을 나누어 할머니의 일상을 보조해 드렸답니다.

 

한 집에서 감당하기에는 심리적, 육체적 부담이 컸기에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고 주간보호센터의 도움을 받으며 전문가분들의 조언을 구했어요. 비록 지금은 할머니께서 세상을 떠나셨지만, 초기에 숨기지 않고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요청해 마지막 순간에 이르기까지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따뜻한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0
0
댓글 1
  • 익명1
    초기에 빠른 대처를 하셨군요
    힘드시더라도 가족 모두와 잘이겨내시길 응원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