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해야 안심이 되는 위생 강박 증상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손을 자주 씻고 소독하는 건 모두가 당연하게 여긴 일이었다. 나 역시 그저 조심하는 편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잘하고 있다고 여겼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그 습관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심해졌고, 더 세밀해졌다.

외출 후 손을 씻지 않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한 번 씻어도 혹시 제대로 안 씻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다시 비누를 묻히고 처음부터 손을 씻는다.

 

집에 들어오면 해야 할 순서가 생겼다. 겉옷을 벗고, 손을 씻고, 휴대폰을 닦고, 가방을 닦는다. 그 과정 중 하나라도 빠지면 마음이 불안해져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미 깨끗하다는 걸 알면서도, 안 하면 찝찝함이 사라지지 않는다. 밖에서 손잡이나 버튼을 만진 날에는 그 감각이 오래 남는다. 손을 씻고 나서도 손에 뭔가 묻어 있는 것 같고, 그 상태로 얼굴이나 옷을 만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하다. 그래서 손 세정제는 없으면 불안해지는 필수품이 되었다.

 

이제는 스스로도 이상하다는 걸 안다. 예전의 나는 진짜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코로나가 지나간 지금도 내 마음은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가장 힘든 건 이게 단순한 위생 습관인지, 아니면 이미 강박 증세로 넘어간 건지 헷갈린다는 점이다.

깨끗해야 안심이 되는데, 그 안심을 얻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는 걸 느껴서 너무 피곤하고 지친다.

 

손을 씻고 나서도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 순간,

이미 안전한 공간에 있는데도 계속 불안한 상태.

그때마다 이 행동이 나를 보호하는 건지 아니면 나를 더 지치게 만드는 건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코로나는 지나갔는데 내 안의 경계는 아직 풀리지 않았다. 조심하는 마음과 강박 사이에서 나는 아직도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 위생 습관들, 지금도 괜찮다고 넘겨도 되는 건지 아니면 이것이 진정한 강박 증상이라는 걸 인정하고 조금 유연하게 지내도록 해야하는건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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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8
  • 익명1
    저도 코로나 이후로 손 위생에 강 생겼어요
    또 근무 하는 곳이 아직도 중간중간 손 소독을 해야 하거든요 나쁘진 않은 것 같아요.
    • 익명8
      작성자
      이제는 습관처럼 관리하는데 자연스러운 환경에서는 마음이 편하겠어요
  • 익명2
    저도 위생에 딱히 관심없었는데 코로나 이후 계속해서 마스크 착용과 손세정이 습관화 됐어요
    • 익명8
      작성자
      강박증 아니면 관리가 습관이된건 좋은거예요
  • 익명3
    코로나때는 조금이라도 깨끗이 안 씻으면 쉽게 걸리다보니 더 깨끗하게 씻으려는 강박이 생긴가ㅜ같아요. 어떻게보면 자기 최면을 건것처럼
    • 익명8
      작성자
      그게 발단이 되어서 지금까지 이런거 같아요
  • 프로필 이미지
    난방고양이
    상담교사
    답변수 643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코로나라는 거대한 파도가 지나갔음에도 작성자님의 마음속 경계선은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져 있군요. 😭 누구나 조심하던 시기에 시작된 행동이라 "이건 잘하는 거야"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왔겠지만, 이제는 그 행동들이 안심을 주기보다 작성자님의 에너지를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아 참 마음이 아픕니다.
    
    작성자님이 느끼시는 그 찝찝함과 반복되는 순서는 단순한 위생 습관을 넘어 **'오염 강박 증상'**의 문턱을 이미 넘어선 것으로 보여요. 위생은 '청결'을 위한 것이지만, 강박은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거든요. 손을 씻고 닦는 행위가 이제는 보호막이 아니라, 작성자님을 가두는 감옥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면 이제는 그 경계를 조금씩 허물어줄 때가 되었습니다. 🧼
    
    가장 먼저 인정해야 할 것은, 지금의 행동이 작성자님을 보호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에요. "이미 깨끗하다"는 이성적인 판단보다 "안 하면 찝찝하다"는 감정이 앞서는 건 뇌의 불안 스위치가 고장 난 상태와 비슷하거든요. 🧠 이제는 **'불완전한 안심'**과 친해지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집에 돌아왔을 때 정해진 순서 중 딱 하나, 예를 들면 '가방 닦기' 하나만 생략해 보거나 순서를 의도적으로 바꿔보세요. 🎒 처음에는 온몸이 가렵고 다시 처음부터 해야 할 것 같은 강렬한 충동이 들겠지만, 그 찝찝함을 견디며 "닦지 않아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작성자님의 잘못이 아니에요. 그저 너무나 안전하고 싶었던 마음이 조금 과해졌을 뿐입니다. 🙏 오늘부터는 손을 씻는 횟수를 줄이는 대신, 고생한 작성자님의 마음을 보듬는 시간을 더 가져보셨으면 좋겠어요. 완벽하게 닦아내지 않아도 작성자님은 충분히 안전하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
    • 익명8
      작성자
      안전한 환경을 스스로 만들려고 혼자서 너무 힘들였나봐요
  • 익명4
    코로나 시기를 거치면서 저도 손을 자주 씻는 버릇이 생겼네요 
    • 익명8
      작성자
      혼자만 그런게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러네요
  • 익명5
    아무래도 코로나이후에 위생에도
    사람들이 더 예민해진거 같아요
    • 익명8
      작성자
      그런거긴 한가봐요 댓글에서도 다수가 그렇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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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2,372채택률 3%
    코로나라는 긴 터널을 지나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세웠던 방어벽이, 이제는 일상을 가두는 울타리가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무겁게 느껴집니다.
    ​위생은 건강을 위한 것이지만, 그 행동 때문에 일상이 피로하고 에너지가 고갈된다면 이는 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삶의 질을 갉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깨끗하다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불안함' 때문에 반복하게 되는 것은, 뇌가 안전을 확인하는 신호를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더 완벽한 청결'이 필요한 게 아니라, '불안과 함께 머무는 연습'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스스로 이상하다고 느끼는 그 마음이 바로 변화의 시작입니다. 자책하기보다는 "그동안 나를 지키느라 고생 많았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주세요. 그리고 아주 작은 순서 하나를 생략해보는 것부터 시작해 조금씩 유연해지시길 응원합니다.
    • 익명8
      작성자
      관리한다는게 강박이 될 줄 몰랐는데 한 템포 느리게 가는 것도 괜찮겠지요
  • 익명6
    이런 위생관리 잘 해주면 좋다고
    생각 해요
    • 익명8
      작성자
      그런가요. 그게 너무 심해진거 같아 걱정이였더랬죠
  • 익명7
    코로나 시대를 겪고 좋은 습관이 생겼지만 강박도 생겼어요
    위생을 철저히 하는건 좋은거죠
    • 익명8
      작성자
      남들 눈에 띌 만큼이다 보니 강박이라 스트레스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