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의식하는 남자가 있었어요. 3살 연하인. 전 31살 그 친구는 28살에 처음 만났어요. 날 보다가 들키면 다급하게 눈 피하는 남자. 가까이 다가가면 동공 흔들리는. 내가 그 사람이 있는 자리에 등장하면 정신없어 하고. 하던 일에 집중 못하는. 내 표정 의식하고 불편한거 조용히 챙겨줬던. 완전 버퍼링과 뚝딱 그자체.
근데 절대 티 안내려고 하거나 딱히 내게 선톡은 없던.
외향적이고 스몰토크도 잘하고 쾌활하고 그런 사람인데 제게만 유독 어려워하던 친구였어요.
엄마가 24살에 암 걸리셔서 26살에 돌아가셨데요. 그 친구는 자기 목표 포기하고 엄마 곁에서 간호하기로 마음 먹었고, 돌아가신 후에야 원하던 종교 일 하면서 목표를 이뤘어요.
4~5개월을 저러니까 제가 너무 답답해서 왜 언제는 다정하다가 언제는 쌩까냐고 하니까 얼굴 빨개져서 빵 터지는 듯 웃더니 진짜 쌩깐 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남자는 원래 하나에만 집중하면 그것밖에 안보인다고 하던데... 그리고 그 다음 날 나보고 핸드크림 있냐고 물어보고, 근처 자리 안 떠나려고 하더라고. 오전에 사정상 다른 자리로 갔다가 내 앞으로 돌아와서 쭉 있더라고요. 사실 다른데로 발령나서 떠나는 시점이었는데 마지막에 헤어지면서 같이 또 일하면 좋겠다고까지 말했고요. 자기 부서로 오라고.
용기내서 그날 저녁에 장문 톡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챙겨줘서 고맙다고 그런 배려가 선물 같았다고 말했는데...
가끔 다른 업무로 마주칠때 난 상처받아서 차가워지고 걘 볼때마다 당황하고 어색해하고. 긴장하고 그러더라구요.
그렇게 멀어졌어요. 그쪽에선 연락 한 번 없었구요.
근데 8개월이 지나도 다른 남자도 만나봤지만.
얘를 못 잊겠더라구요. 오랜만에 만났을때는 이 친구가 입 가리고 목소리 떨리고 눈 커져서 저를 내려다보더라고요. 저도 놀라서 순간 속으로 어? 왜 이런 눈빛이지? 왜 이렇게 날 ***? 하면서 같이 입 가리게됐고... 그리고 사람이 주변에 많아서 이런 감정 들킬까봐 급하게 등 돌리고 떠나려 했는데 뒤에서 잘 지내셨지요? 하고 묻던데... 차마 못돌아보겠더라고요.
결국 제가 용기내서 고백했는데 둘이 만나는게 부담스럽데요. 전화로 말하니까 무겁게 침묵하는데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결혼 생각 없는건 변함 없다고... 그러면서 자기 결혼관 쭉 말하고... 자긴 부족하데요. 생각하는거나 말하는거나 행동하는게. 더 채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웃으면서 나 혼자 작년에 느낀거냐고 너는 다 친절한데 나만 오해한거냐고 그러니까 침묵하더니 죄송합니다. 제가 부족해요. 어리숙해요 하고 자책? 하듯 말했어요. 2번 정도. 근데 그런 마음으로 그런건 아니래요. 다 공평하게 잘해줘야 해서 그랬던거라고 다급하게 덧붙이더라고요.
그래서 그냥 그렇게 마무리 됐는데... 이 남자는.. 확신이 설만큼 날 좋아했던게 아닌걸까요? 전 이제 부담스럽고 불편한 누나이려나...
그리고 3개월후에 전 뇌종양 판정 받아서 삶이 갑자기 바꼈습니다. 많이 울고 무서웠어요. 그 친구도 공동 지인들 통해 제 이야기 들었을거에요. 연락 한 통 없네요. 그 사람 마음이 궁금해요.
시기나 상황이 다시 온다면 우린 다시 이어질 수 있을까요? 두 번이나 용기 냈는데 까이다니. 그리고 아직도 못 잊고 있다니. 그는 미숙하고 어설픈 남자인데 말이죠.
거절은 거절이니 여기서 단념해야 할까요?
왜 우리가 삐끗했다는 생각이 계속들죠...?
그 사람은 그냥 작년에 느낀 호감이고 이제 더 이상 절 좋아하지 않는다고 봐야겠지요? 사귈만큼은 아닌거였겠죠...?
다시 같은 업무지에서 얼굴보고 마주치면
가망이 있을까요??
감사합니다... 정성스런 답변... 여러번 읽어보았어요. 추가 대화도 가능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