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267ㆍ채택률 4%ㆍ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지금 작성자님이 겪고 계신 상태는 단순히 '의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게으름이 아닙니다. 요가라는 유일한 즐거움의 통로가 코로나로 끊긴 이후, 마음의 에너지가 서서히 고갈되면서 일종의 '정서적 동면' 상태에 들어간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만나는 게 귀찮으면서도 관계가 끊길까 봐 아찔함을 느끼고, 막상 약속이 잡히면 도망치고 싶은 그 이중적인 마음 또한 현재 마음의 배터리가 바닥나서 타인을 받아들일 여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일어나는 아주 자연스러운 방어 기제입니다. 이 침체된 상황에서 헤어나오기 위해 몇 가지 조심스럽게 제안을 드려봅니다. 우선, '다음 달부터 요가를 다시 시작해야지'라는 거창한 결심을 잠시 내려놓으세요. 이미 에너지가 바닥난 상태에서 요가 학원에 등록하고 대면 수업을 듣는 일은 히말라야 산을 넘는 것만큼이나 높은 벽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무언가를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오히려 나를 더 침대로 숨게 만듭니다. 대신 아주 작고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 보세요. 요가복을 한 번 꺼내 보는 것, 혹은 자기 전 침대에 누워 1분간 깊게 호흡하며 스트레칭 한 번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완벽한 복귀'가 아니라 '미세한 움직임'에 초점을 맞춰보세요. 둘째로, 타인의 활기찬 일상과 자신을 비교하며 채찍질하지 마세요. 테니스나 러닝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은 그들의 '에너지 정점'인 순간일 뿐입니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은 역동적인 취미가 아니라, 상처받고 지친 내 마음을 가만히 안아주는 휴식입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는 게 당연합니다. 마음이 우울이라는 안개에 갇히면 원래 좋아하던 것들도 다 무채색으로 보이거든요. "지금은 내가 잠시 길을 잃었구나"라고 인정해 주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짐이 조금은 가벼워질 수 있습니다. 셋째로, 인간관계에 대한 부채감을 조금 덜어내셔도 괜찮습니다. 관계가 정리될까 봐 두려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진짜 소중한 인연들은 내가 회복된 후에 다시 손을 내밀면 기꺼이 응답해 줄 것입니다. 지금은 타인을 챙길 에너지를 오로지 나 자신을 돌보는 데 쓰셔야 합니다. 약속을 피하고 싶다면 무리하게 나가지 마세요. 그 거절은 사람에 대한 거절이 아니라, 살기 위한 나의 간절한 선택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침대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나를 원망하기보다는 그동안 직장 생활과 일상을 버텨오느라 얼마나 애썼는지 그 수고를 먼저 알아주세요. 오늘 하루도 무사히 퇴근해서 집에 돌아온 것만으로도 내 할 일을 다 하셨습니다. 아주 조금씩, 나만의 속도로 안개를 걷어내면 됩니다.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겠지만..아이 걸음마 떼듯이 조금만 기다려주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