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증상이나 계기로 질환 검사/진단을 고민하게 되었나요?
평생을 빈틈없고 정갈하게 살아오신 외할머니의 변화를 처음 느낀 건 명절쯤 이었어요. 자식들 주려고 음식이며 과일, 참기름을 꼼꼼히 챙겨주시던 분이, 방금 한 질문을 5분도 안 되어 다시 하시고 가스 불을 켜둔 채 한참을 멍하니 계시더라고요. 결정적으로 한여름에 겨울 외투를 껴입으시거나, 늘 다니시던 마트에서 집으로 오는 길을 헷갈려 하시는 모습을 직접 목격했을 때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아버렸어요. 단순한 건망증이라기엔 할머니의 일상이 너무 위태롭게 느껴져 검사를 고민하게 되었어요.
2. 처음에는 어디에서 질환이나 증상 정보를 찾거나, 어떤 도움을 받으셨나요?
처음에는 당혹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에서 '노인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를 수없이 검색해 보았어요. 그러다 할머니께서 소중히 여기시던 귀중품을 엉뚱한 곳에 숨겨두시고는 누가 훔쳐 갔다며 화를 내시는 모습이 전형적인 '망상' 증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TV나 책에서 보던 정보들이 할머니의 행동과 너무 일치해 너무 겁이 났지만, 더 늦기 전에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지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와 관련 상담 기관을 통해 구체적인 검사 절차를 확인했어요.
3. 질환 검사나 병원 방문, 진단을 망설였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무엇보다 본인의 변화를 어렴풋이 느끼고 계실 할머니의 마음이 상할까 봐 망설여졌어요. 평소 똑 부러지던 분이었기에 "병원에 가보자"는 말이 당신을 이상한 사람 취급하는 것처럼 들릴까 봐 조심스러웠거든요. 또 막상 '치매'라는 확진을 받게 되면 우리 가족이 마주해야 할 현실이 너무 무거울 것 같아 무섭기도 했습니다. 병명을 확정 짓는 순간, 할머니의 존재가 가족들의 기억 속에서 조금씩 희미해져 갈 것만 같은 두려움이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었어요.
4. 진단/검사/상담/진료를 받아보셨다면 이후 어떤 감정이었나요?
부모님과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검사를 마친 후 초기 판정을 받았을 때, 슬픔과 동시에 아이러니 하지만 묘한 안도감이 교차했어요. 할머니가 이유 없이 화를 내거나 횡설수설하셨던 이유가 성격이 변해서가 아니라 질환 때문 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 그동안 느꼈던 답답함이 미안함으로 바뀌더라구요. 치매라는 것을 확실히 알고 나니 비로소 우리가 무엇을 준비해야 할지가 명확해졌고, 막막했던 안개 속에서 빠져나와 할머니의 남은 시간을 어떻게 더 따뜻하게 채워드릴지 고민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습니다.
5. 지금 비슷한 증상이나 진단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족의 이상 증세를 인정하는 것은 정말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진단을 미루는 것만이 답은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저희는 초기에 숨기지 않고 치매안심센터와 장기요양 등급 등 전문가의 도움을 구한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할머니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이별을 준비할 시간을 벌 수 있었어요. 진단명은 가족을 갈라놓는 장애물이 아니라,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라요. 부디 혼자 감당하지 마시고 꼭 도움을 요청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