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평생 정갈하고 야무지게 사셨던 외할머니가 길을 잃거나 방금 한 질문을 반복하시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참 많이 아팠어요. 처음에는 단순한 노화라고 믿고 싶었지만, 소중한 물건을 숨기고는 누군가 훔쳐 갔다며 화를 내시는 망상 증세까지 나타나자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걸 깨달았죠. 할머니 본인도 문득문득 자신의 변화를 인지하며 당혹스러워 눈물을 흘리시는데, 그 무력해하시는 모습을 보고 조금이라도 정신이 맑은 시간을 지켜드리고자 가족들과 보건소,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진행해서 진단을 받은 후에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했어요.
2. 약을 처음 먹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드라마틱한 완치는 아니었지만, 요동치던 할머니의 감정이 조금은 차분하게 되는 것을 느꼈어요. 이유 없이 불같이 화를 내거나 불안해하며 횡설수설하시던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거든요. 덕분에 간혹 저를 보고 "누구냐"고 물으시던 서늘한 눈빛 대신, 예전처럼 이름을 불러주시는 소중한 순간들이 조금 더 자주 찾아왔어요. 일상적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답답해하시던 모습도 약 복용 전보다는 다소 완화되어, 짧게나마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던 점이 가장 큰 변화였어요.
3. 부작용이 있었다면 어떻게 경험하셨나요?
처음 치매 약을 복용하고 나서 할머니께서 유독 기운이 없어 하시고 낮잠이 많아지셨어요. 식욕도 예전만 못하신 것 같아 혹시 약이 너무 독한 건 아닌지 걱정이 참 많았습니다. 특히 소화가 잘 안 된다며 속이 더부룩하다는 말씀을 자주 하셨는데, 병원 상담을 통해 용량을 조절하고 복용 시간을 식후로 엄격히 맞추면서 이런 증상들은 서서히 적응기에 접어들며 완화되었어요. 약물 복용 후 컨디션이 저하될 때는 보호자가 옆에서 식사량과 수면 패턴을 면밀히 체크하는 과정이 꼭 필요하더라구요
4. 약물 복용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할머니 본인이 가끔씩 "내가 이상한 사람도 아닌데 왜 이런 약을 먹어야 하느냐"며 거부감을 보이실 때였어요. 당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아 약을 몰래 뱉어내거나 숨기실 때마다 달래고 설득하는 과정이 참 고달팠거든요. 또한 약을 먹는다고 해서 병이 완전히 나아지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빠지는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과정도 심리적으로 지쳤어요. 할머니의 기억이 조금씩 마모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며 매일 약을 챙겨드려야 하는 현실이 때로는 답답하고 무겁게 느껴졌어요.
5. 약물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가족의 치매 진단을 인정하고 약을 먹기 시작하는 건 정말 고통스러운 과정이에요. 하지만 약물 치료는 병을 고치는 수단이라기보다, 우리 가족이 할머니와 온전한 정신으로 인사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는 고마운 도구였다고 생각해요. 망설이는 시간만큼 할머니의 소중한 기억은 더 빨리 사라질지도 몰라요. 약물 복용을 통해 할머니가 덜 불안해하고, 덕분에 우리 가족도 마지막 이별을 조금 더 따뜻하게 준비할 수 있었어요. 그러니 부디 무서워하지 마시고 전문가의 도움을 꼭 받으셨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