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 도네페질 복용 후기 : 증상 완화와 부작용 조절하며 할머니와 함께했던 시간

 

 

 

언제나 자식들 전화번호를 안 보고도 척척 외우시고, 일 처리에 빈틈이 없던 야무진 외할머니의 세상이 조금씩 흐려지기 시작한 건 세상을 떠나시기 약 3년 전이었어요. 워낙 살림도 정갈하게 하시고 똑 부러지던 분이라, 처음에는 그저 나이가 드셔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건망증이겠거니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려고 했답니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나타나는 증상들은 옆에서 지켜보기에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당혹스러웠어요. 방금 전 함께 식사를 맛있게 마치시고도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밥때가 한참 지났는데 왜 밥을 안 주냐"며 자식들에게 서운해하시거나, 평소 온화하시던 성품과 달리 아주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시는 등 감정 기복이 부쩍 심해지셨거든요.

 

 

 

인터넷으로 이런 증상들을 밤새 검색해 보다가, 할머니가 소중히 여기시던 장롱 속 귀중품을 엉뚱한 곳에 숨겨두고는 누군가 집에 들어와 훔쳐 갔다며 화를 내시는 행동이 전형적인 치매의 '망상' 증세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본인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 기억력 때문에 문득문득 당황해하며 눈물을 흘리시는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가족은 더 늦기 전에 제대로 된 검사를 받고 병원을 찾기로 결심했습니다.

 

 

 

가족들과 함께 할머니를 모시고 대학병원 신경과를 찾아가 인지기능 검사와 다양한 정밀 검사를 진행했어요. 긴장되는 기다림 끝에 알츠하이머성 치매 초기 진단을 받았고, 국내 임상 현장에서 가장 흔하고 널리 쓰이는 성분인 도네페질(Donepezil) 5mg을 처방받아 본격적인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1990년대에 처음 출시되어 전 세계적으로 안전성과 효과가 수십 년간 검증된 가장 대중적인 치매 치료제라는 의사 선생님의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무겁던 마음이 그나마 조금은 놓이더라구요.

 

 

 

치매라는 병명만큼이나 앞으로 들어갈 비용도 솔직히 걱정스러웠는데, 다행히 치매 약은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잘 되어 있어서 실제 부담은 크지 않았어요. 한 달(30일) 기준으로 약국에서 내는 순수 약값이 만 원 내외의 수준이더라구요. 게다가 보건소 치매안심센터에 환자 등록을 하고 소득 기준을 충족하면 나라에서 월 최대 3만 원까지 병원 진료비와 약값을 지원해 주는 '치매치료관리비 지원제도'도 있어서, 실질적인 비용 부담 때문에 치료를 망설일 일은 전혀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감이 생겼어요.

 

 

 

그렇다고 약을 먹는 과정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에요. 처음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을 때는 할머니께서 유독 기운이 없어 하시고 낮잠을 자는 시간이 부쩍 많아지시더라구요. 식욕도 예전만 못하신 데다가 속이 자꾸 더부룩하고 소화가 잘 안된다는 말씀을 자주 하셔서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들 마음은 혹시 약이 너무 독해서 그런 건 아닌지 걱정이 참 많았어요.

 

 

 

다행히 병원 정기 진료 때 상담을 거치면서 복용 시간을 식후로 엄격하게 맞추고, 처음에 적응하는 기간이 조금 지나니까 할머니의 신체도 약에 서서히 적응해 나갔어요. 치매 약을 처음 복용할 때는 보호자가 옆에서 식사량과 수면 패턴, 그리고 사소한 컨디션 변화까지 면밀하게 체크해 주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는 걸 이때 정말 크게 깨달았답니다.

 

 

 

도네페질 약물 복용을 시작하고 치료를 이어가는 동안, 드라마틱하게 병이 완치된 것은 아니었지만 요동치던 할머니의 감정과 행동이 전보다 많이 차분해지셨어요. 이유 없이 갑자기 화를 내시거나 불안해하며 횡설수설하시는 빈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거든요.

 

 

 

덕분에 간혹 저를 앞에 두고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해 "누구냐"고 물으시던 그 서늘한 눈빛 대신, 예전처럼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시는 소중한 순간들이 조금 더 자주 찾아오게 되었어요. "거서게 그거 있잖아, 안 그르쿠드나, 저거 아인나" 같은 일상 단어가 막혀서 쓰시던 부정확하고 애매한 표현들도 약 복용 전보다는 다소 완화되어서, 서로 도란도란 짧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점이 가장 감사한 변화였어요. 완벽하지는 않아도 인지 기능이 급격하게 나빠지는 속도를 뒤에서 붙잡아 늦추고 있다는 게 피부로 체감되곤 했답니다.

 

 

 

지금은 비록 할머니께서 우리 곁을 떠나 세상을 떠나셨지만, 지난 과정을 돌이켜보면 약물 치료는 병을 씻은 듯이 낫게 해준다기보다, 우리 가족이 외할머니와 온전한 정신으로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 이별을 조금씩 준비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을 벌어주는 고마운 도구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 집에서 모두 감당하기엔 부담이 커서 장기요양 등급을 신청하고 외부 도움도 함께 받았는데, 초기에 숨기지 않고 약물 치료와 전문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구한 덕분에 마지막 순간까지 할머니와 더 많은 기억을 공유할 수 있었어요.

 

 

 

지금 이 순간에도 부모님이나 가족들의 갑작스러운 이상 증세를 목격하고, 무서운 마음에 밤새 인터넷 검색창만 두드리며 혼자 고민하고 계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비용이나 진단명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주저하지 마시고, 하루라도 빨리 가까운 병원이나 지역 보건소의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숨기지 않고 늦지 않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만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의 소중한 기억을 조금이라도 더 길고 선명하게 붙잡고 후회 없는 마지막을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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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
  • 익명1
    가족을 위해 애쓰시는 모습에 마음이 뭉클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