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공황장애를 처음 앓았을 때 가장 힘들었던 건 병 자체가 아니었어요.
지금까지 너무 당연하게 누려온 일상이 갑자기 안 되기 시작하면서, 어딘가에 특효약이 있지 않을까, 금방 낫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불안 사이를 오갔어요.
정체도 모르는 채로요. 그 이면엔 자신의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겨온 습관이 있었습니다.
사실 이 병이 가장 무서운 시기는 초창기예요.
병을 병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혹시 더 큰 병이 아닐까 하는 공포가 실제 증상보다 더 크게 작동할 때예요.
그런데 정체를 파악하고 나면, 이처럼 허무하고 낫기 쉬운 병도 없어요.
이른바 공갈빵. 자신의 약한 부분에 기생해 끊임없이 불안을 키워가는 병이에요.
그럼에도 낫기 힘든 이유는 근본 원인이 자기 자신 안에 있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자기 에고와의 싸움이니까요.
호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이 모든 게 당연하다는 믿음이에요.
나는 병이 아니다, 정신과 약은 위험하다, 나를 바꾸면 모든 걸 잃는다는 생각들이요.
이른바 공짜심리. 쉽고 빠르게 낫는 방법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돼요.
에고는 쉽게 버릴 수 없고, 버릴 필요도 없어요. 에고 자체는 나쁜 게 아니에요.
그게 없으면 삶이 오히려 공허해지니까요. 하지만 이 병은 기존의 에고를 한번 무너뜨리고 다시 쌓는 과정이기도 해요.
그게 근본적인 완치로 가는 길이에요.
공짜를 바라지 마세요.
이 병은 힘들고 지루한 마라톤이에요. 하지만 끝은 반드시 있어요.
특효약을 기대할수록, 편한 방법을 찾을수록 병은 길어져요. 잘못된 길을 다시 가는 게 아니라 더 나은 길을 찾는 과정이에요.
그 길을 짧게 만드느냐 길게 만드느냐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