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 먹고 많이 호전되었습니다.

가족과의 이별은 나에게만 있는 일도 아니고, 필연적인 일이지만 막상 닥치면 정말 상상도 할 수 없는 아픔과 고통이 찾아오네요.

 

저는 어릴때 초등학교 가기 전까지 외갓집에서 좀 오래 키워주셨는데 할아버지가 참 저한테 잘해주셨어요. 크게 혼난 적도 없고 잘 챙겨주셨는데, 커서도 생각하길 그때가 내가 제일 많은 사랑을 받은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그때만 해도 선풍기가 방마다 있는 게 아니었는데 여름에 할아버지 옆에서 자면서 부채 부쳐달라고 하면 부채 부쳐주시다가 잠드시는데, 제가 잠은 안오고 더우면 할아버지~ 하고 부르면 또 부쳐주시고. 그래서 저한테 여름하면 바로 할아버지가 떠오릅니다.

 

나이가 들어서 머리가 크다보니, 예전에는 할아버지한테 애교도 많이 부리고 항상 딱 붙어있었는데 이제는 또래 사촌들이랑 지내는게 더 재밌고, 외갓집에 가더라도사촌들이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할아버지가 많이 섭섭해하셨어요. 괜히 뭐 좀 물어보자 하시면서 저랑 얘기도 더 하고 싶어하셨고, 직장 생활은 어떠냐 안 힘드냐 요즘 뭐 하고 지내냐 물어보셔도 저는 대충 대답했던 것 같아요.

 

연세도 있는 편이었지만, 할아버지께서 몸이 안 좋아지시면서 정말 갑자기 돌아가셨어요.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할아버지를 보는데 제가 잘 못해드린 것만 떠오르고 너무 마음이 안 좋았어요. 그러다 며칠 안 돼서 돌아가시고 나니까 마음이 너무 허한데 이게 바로 회복이 안되고 가만히 있다가도 눈물만 나고 아무도 만나기 싫고 의욕 상실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축 쳐지는게 몇달 지속된 던 것 같아요. 상실감에 내가 못했던 죄책감이 더해지니까 내가 너무 싫고..

 

이렇게 지내면 할아버지가 제대로 잘 떠나실 수 있겠냐고, 부모님이 계속 설득하셔서 신경정신과에 가서 진료 받고 우을증 약 처방받고 약 먹으면서 마음을 다잡아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 약을 먹었을 땐 약간 약이 잘 안 듣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축 쳐지고, 마음이 가라앉는 게 별 변함이 없었어요. 그래도 예전처럼 혼자 멍하니 있거나 갑자기 울거나 하는 증상은 많이 없어졌습니다.

 

한번 잠들고 나서 잘 깨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긴 했어요. 눈은 떴는데도 계속 잠이 덜 깬 느낌이고 잤다가 일어나려고 하면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느낌이라 더 못 일어났던 것 같아요.

 

약을 복용하면서 제일 힘들었던 건, 약을 먹을 때마다 할아버지 생각이 났던 것, 잊고 있다가도 약을 먹으면 심리적으로 힘들었어요.

 

약을 안 먹고 혼자 버티려고 했다면 그 고통을 감내하는 시간이 좀 더 오래걸렸을 것 같아요. 신경정신과에 방문할 때마다 위축되고, 엘리베이터에서 신경정신과가 있는 층수를 누를때 괜히 사람들이 신경쓰이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잘 갔던 것 같아요. 제 경험상 아직도 혼자 고민하고 혼자 견뎌내기 힘든데 약복용이 망설여진다면 약물 치료의 도움을 한번 받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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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익명1
    요즘은 우울증 환자가 많아요
    약만 꾸준히 잘 챙겨 먹으면 효과가 좋네요
  • 익명2
    힘든 시간 잘이겨내셨네요
    꾸준히 치료 잘받으시고 이겨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