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떤 치료를 선택하셨나요?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5월 9일 두 번째 병원 방문 이후부터 우울증 약물 치료와 상담 치료를 함께 이어가고 있다. 처음에는 상담만으로 버텨보려고 했지만, 불면과 불안이 계속 반복되면서 일상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특히 밤이 가장 힘들었는데 마음이 편하질 못했고, 누워 있어도 머릿속에서는 계속 불안한 상상이 반복됐다. 몸은 피곤한데 잠은 쉽게 오지 않았고, 겨우 잠들어도 새벽마다 깨면서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 때문에 다시 잠드는 것도 어려웠다.
그래서 두 번째 상담 때는 힘들다정도가 아니라 하루하루 생활을 이어나가는게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했다. 무언가를 먹어야 한다는게 의미가 없고, 하루 종일 멍때리고 있는 시간이 길어진 상태였다. 그래서 지금은 우울증 약물 복용과 상담 치료를 함께 이어가면서 생활 리듬을 다시 맞춰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2. 치료를 시작하고 언제쯤, 어떤 변화를 느끼셨나요?
우울증 치료를 시작한 직후에는 솔직히 정말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더 컸다. 그런데 약 복용 후 일주일 정도 지나면서 아주 사소한 부분들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느낀 건 밤의 공기가 이전보다 덜 무섭게 느껴진다는 점이었다. 예전에는 불을 끄고 누우면 심장이 괜히 빨리 뛰고, 숨 쉬는 것까지 의식될 정도로 긴장해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잠들었는데 최근에는 누워 있는 시간이 아주 조금은 편안해졌다.
또 전에는 아침이나 낮에도 커튼은 열지 않은 채 어두운 방 분위기를 일부러 만들어 놓고 그냥 가만히 앉아있거나 누워만 있는 날이 많았는데,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쐬기도 했다. 먼 산을 바라보는데 이상하게 예전처럼 모든 게 무겁게만 느껴지지는 않았다. 물론 여전히 불안은 남아 있다. 그런데 적어도 하루 종일 바닥까지 가라앉아 있는 느낌은 조금 줄어든 것 같다.
3. 치료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건 몸이 회복되는 속도보다 마음의 불안이 훨씬 빠르게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우울증 약물 복용을 시작한 뒤에도 내가 정말 괜찮아질 수 있을지 의심이 꼬리를 물고 그 생각이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솔직히 부작용도 생각보다 많이 신경 쓰였다. 처음 며칠은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너무 무겁고 몸이 축 늘어지는 느낌이 아주 강했다. 물을 계속 마셔도 입안이 바짝 마르고, 속이 울렁거려서 힘 빠지는 날이 많았고, 정신을 약간 놓은 듯한 멍한 상태가 오래 이어져서 괜히 더 불안해지기도 했다.
오늘까지 약을 복용한지 2주째가 되었는데 부작용은 훨씬 나아졌다.
4. 치료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이 있다면요?
요즘은 억지로 괜찮아지려고 하기보다 하루를 무사히 보내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려고 하는데, 새벽까지 완전히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날이 줄어든 것, 식사를 한 끼라도 제대로 한 날, 잠깐이라도 밖에 나가 걸은 날 같은 사소한 변화에 집중하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상담하면서 들었던 말들도 도움이 됐다. 오랫동안 긴장 속에 있었던 몸은 쉽게 안정되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내가 왜 이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조금 이해하게 됐다. 그 이후부터는 컨디션이 가라 앉는 날이 있어도 내가 이상한 게 아니라 회복 과정일 수도 있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5. 치료를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처음에는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굉장히 망설여졌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 정말 내가 많이 무너진 사람 같을까봐 무서웠고, 스스로도 계속 괜찮은 척하려고 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가장 힘들었던 건 치료 자체보다, 혼자 계속 참으면서 버티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아직 완전히 괜찮아진 건 아니다. 여전히 불안한 날도 있고, 이유 없이 마음이 가라앉는 날도 있다. 그래도 예전처럼 끝없이 어두운 공간 안에 혼자 갇혀 있는 느낌은 조금씩 옅어지고 있다. 치료를 시작한다는 건 갑자기 행복해지는 일이 아니라, 더 이상 스스로를 방치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과정에 가까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