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제3국에서 취업 기회를 얻어 남편과 함께 이민을 가기로 했다. 내가 원하던 일을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기회였고, 우리 부부에게는 신중하게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소식을 시부모님께 전한 뒤부터 남편의 가족과의 관계는 이전과 같지 않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남편이 외아들이라는 점과 해외에 사시지만 한국식 사고방식을 여전히 가진 시부모님이기에 자식이 멀리 나가는 것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해서 반대를 하셨다. 남편은 부모님을 설득하려 애썼지만, 대화는 자주 막히고 반복됐다. 시부모님은 왜 하필 제3국이냐, 그곳에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겠느냐는 말을 반복했다. 남편은 어디서든 일할 수 있고, 나도 내가 취업을 해서 가는 상황임에도 시부모님은 아들이 부모 곁을 떠나는 선택 자체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듯했다. 나는 방어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반대가 완강할수록 마음은 무겁고 속상했다. 이런 결정을 밀고 나가는 내가 혹시 이기적인 건 아닐까, 부모님과 남편에게 부담만 주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가족 모임이나 통화 자리에서도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도 신경을 쓰게 되고, 남편이 부모님과 대화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마음이 불편해진다. 남편은 부모님을 설득하거나 나를 위로하려 하지만, 나는 편치 않았다. 그 과정에서 남편도 지치고, 서로에게 부담이 되는 듯한 기분이 들 때가 있었다. 이민 준비는 해야 하고 설레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족과의 갈등과 거리감이 내 마음을 계속 눌러 하루하루를 버겁게 만든다. 남편과 새로운 나라에서 행복한 삶을 시작하고 싶지만, 가족의 반대와 냉랭한 분위기 때문에 마음은 흔들리고 갈등이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떠나려는 선택이 나만을 위한 결정은 아닐까, 이기적인 걸까, 그 고민이 하루 종일 마음 한켠을 짓누른다. 그냥 확 떠난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가족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복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