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생활을 하면서 직장 상사 때문에 이렇게까지 마음이 복잡해질 줄은 몰랐다. 그냥 까다롭고 예민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상황들이 계속 반복됐다.
회의에서 상사가 분명히 특정 방식으로 보고서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 나는 그 말 그대로 자료를 준비했고, 며칠 뒤 보고를 했다. 그런데 상사는 보고서를 보더니 “왜 이렇게 했어?”라며 표정이 굳었다. 나는 회의 때 들었던 내용을 그대로 설명했는데, 상사는 바로 “내가 그런 말 한 적 없어”라고 말했다. 순간 뻥쳤다. 회의에 같이 있었던 사람들도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있었고, 순간 내가 잘못 기억한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환경이 내가 내 자신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같았다.
그 이후로는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면 메모를 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비슷한 상황은 반복됐다. 메신저로 지시를 받은 일도 나중에 가면 “그건 네가 그렇게 이해한 거지”라는 식으로 바뀌었다. 몇 번 그런 일이 겹치고 나니, 내가 분명히 들었던 말도 확신이 없어졌다.
업무를 할 때도 점점 위축됐다. 혹시 또 잘못 이해했다고 할까 봐 같은 내용을 몇 번씩 확인하게 되고, 보고를 할 때도 말이 길어졌다. 그럴 때마다 상사는 나에게 “왜 이렇게 자신감이 없냐” 라며 비아냥거리는 말을 주구장창 반복했다.
진짜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정말 일을 못하는 사람인가 싶기도 하고, 분명히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도 계속 틀린 사람처럼 지적을 받다 보니 스스로 판단하는 것도 혼란스러웠다.
결국 이직을 준비했고, 더 좋은 조건과 환경의 회사로 이직이 확정되어있는 상태다. 여러 면에서 지금 회사보다 훨씬 나은 곳이라 고민 끝에 사직서를 이미 제출했다.
그런데 사직서를 낸 뒤부터 상사의 태도가 또 달라졌다.
처음에는 “요즘 사람들은 조금만 힘들어도 버티질 못한다”라며 내 선택을 가볍게 이야기했다. 그러다가 며칠 뒤에는 “여기서도 제대로 못 버티는데 다른 회사 가서 잘 할 수 있겠냐”는 말을 대놓고 한다.
퇴근하려고 하면 상사가 나를 앞에
두고 “내가 너 많이 챙겨준 거 알지? 나가면 생각보다 쉽지 않을 거야.” 라고하는데 은근히 협박성 같은 말로 들린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묘하게 흔들렸다. 이미 더 좋은 조건의 회사로 가는 것이고, 객관적으로 봐도 잘 된 일인데도 상사의 말은 계속 머릿속에 남았다.
상사가 내던지는 말들때문에 혹시 내가 너무 성급하게 결정했던 것은 아닐까. 정말 내가 문제였던 걸까라는 생각까지 한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의 상황이 단순한 업무 갈등이 아니라 가스라이팅이었던 것 같은데 상사의 말과 행동 때문에 내가 들은 말과 내가 했던 일, 심지어 내 판단까지 계속 의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 좋은 회사로 가는 상황인데도 근무기간을 다 채워야해서 이 회사를 나가는 날까지 이런 말만 듣고 있으니, 홀가분해야할 마음이 불편하고 정신 건강이 염려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