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푸강아지똥
상담교사
답변수 167ㆍ채택률 1%ㆍ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10여 년 전 뇌졸중이라는 큰 고비를 이겨내고 신체 기능을 95% 이상 회복해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신다니, 그동안 재활을 위해 흘리셨을 땀방울과 눈물겨운 노력에 진심으로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엄청난 의지로 신체적 한계를 극복해내셨음에도 불구하고, 육교를 건너지 못하고 엘리베이터나 운전마저 두려움에 가로막혀 일상의 반경이 좁아지셨을 때 느꼈을 답답함과 상실감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가장 먼저 질문하신 비행기 탑승 가능 여부에 대해 말씀드리면, **복도 쪽 좌석을 배정받고 미리 철저한 준비를 하신다면 충분히 탑승할 수 있습니다.** 작성자님이 스스로 간파하셨듯 고소공포증은 창밖으로 높은 곳의 시각적 자극(밑이 내려다보이는 풍경)이 차단되면 불안의 크기가 훨씬 줄어듭니다. 비행기는 이륙 직후를 제외하면 내부 공간이 넓고 창문을 닫을 수 있어 육교처럼 아래가 훤히 보이는 공간보다 시각적 공포가 덜합니다. 다만 밀폐된 공간이라는 특성 때문에 엘리베이터에서 느끼셨던 것과 비슷한 갇힘에 대한 불안이 올라올 수 있으므로, 탑승 전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안정제를 처방받아 이륙 30분 전에 미리 복용하시는 등의 실질적인 대비책을 세우신다면 안전하게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주치의 선생님 말씀대로 이 증상들은 공황장애나 특정공포증과 매우 유사한 정신적 기전을 가집니다. 1년 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았음에도 차도가 없어 치료를 중단하시고 "해결이 도저히 불가능한 걸까"라며 절망감을 느끼셨을 그 마음에 깊이 공감합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결코 해결이 불가능한 영역이 아닙니다.** 차도가 없었던 이유는 10여 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지셨을 때 뇌가 경험했던 '내 몸의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했던 순간의 극심한 무의식적 트라우마'가 현재 고소공포와 밀폐공포라는 형태로 변형되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뇌는 다시는 그때의 무력한 추락이나 마비감을 겪지 않기 위해, 육교나 엘리베이터처럼 조금이라도 위협이 될 만한 상황을 마주하면 과도하게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당장 도망치라"고 사이렌을 울리는 것입니다. 그동안 받으셨던 치료가 단순한 약물 처방 위주였다면, 뇌의 오작동된 경보 장치를 근본적으로 리셋해 주는 **인지행동치료(CBT)나 전문적인 트라우마 중심 치료**를 병행해야 고리를 끊을 수 있습니다.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기 힘들 때 동행자가 있으면 안심이 되는 것은, 뇌가 '안전한 신호'를 인지하면 언제든 안정을 찾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아주 긍정적인 증거입니다.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마음의 문을 닫지 마시고, 이번에는 공황 및 공포증 인지행동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을 찾아 다시 한번 문을 두드려보시길 권해드립니다. 두려운 대상과 아주 단계적으로 직면하며 "돌아가지 않아도 안전하다"는 것을 뇌에 다시 학습시키는 과정을 거치면, 지독했던 공포의 사슬도 서서히 헐거워질 것입니다. 위대한 재활을 이루어내셨던 그 단단한 의지가 마음의 치유 여정에서도 빛을 발해, 머지않은 날 비행기를 타고 더 넓은 세상으로 자유롭게 날아오르실 수 있기를 마음을 다해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