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어릴 때부터 늘 덜렁거리고 깜빡거리는 편이긴 했는데요.
그렇다고 흔히 ADHD 하면 떠올리는 이미지처럼
수업 시간에 돌아다니거나 가만히 못 앉아 있는 스타일은 아니었어요.
오히려 학창시절에는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는 학생이었습니다.
문제는 몸은 앉아 있는데 머릿속은 늘 다른 곳에 가 있었다는 거예요.
선생님 말씀을 듣다가도 딴생각을 하고, 공부하다가도 갑자기 다른 생각으로 빠지고, 해야 할 일을 하다가도 집중이 흐트러지는 경우가 많았어요.
그렇다고 공부를 못했던 것도 아닙니다. 이해력이나 기억력은 좋은 편이라 성적도 나쁘지 않았어요.
그래서 저나 주변이나 어릴 때는 내가 ADHD라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는데요.
하지만 성인이 된 지금도 건망증은 여전합니다ㅠㅠ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이 안 나는 경우도 종종 있고, 방금 하려고 했던 일을 까먹는 경우도 많아요.
예를 들면
책상에 앉아서 일을 하려고 했는데
눈앞에 먼지가 보여서 물티슈로 한번 책상을 닦아야겠다 싶어 일어납니다.
물티슈를 가지러 가다가 창밖에 비 오는 걸 보고
"어? 나 우산 챙겼나?" 싶어서 일단 우산부터 확인합니다.
우산을 확인하고 나면 갑자기 "내가 뭐 하려고 했지?" 상태가 됩니다.
그러다가 다시 생각해내고
물티슈를 챙겨서 자리로 돌아오는데.. 이번에는 휴대폰 알림이 와 있네요.
알림을 확인하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또 "아 맞다, 나 원래 뭐 하려고 했지?"를 반복하게 돼요.
이런 일이 생각보다 자주 있습니다.
그래서 성인이 된 뒤에는 무조건 메모하는 습관을 들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로 메모를 시작한 이후 많이 좋아지긴 했어요.
그리고 알람도 맞춰놓고 일해요.
내가 해야할 일을 시간에 맞춰서 할 수 있게끔 저만의 루틴을 잡는 나름대로의 제 노력들을 좀 하긴 합니다.
그런데 웃긴 건 메모를 해놓고도 나중에 보면 "이게 무슨 뜻으로 적어놓은 메모였지?"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래 성격 자체는 굉장히 조용한 편이고
MBTI도 대문자 I고, 내향적이고, 사람들 앞에 나서는 것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는 저를 보고 ADHD 같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차분하고 얌전하다는 이야기를 더 많이 듣습니다.
그러다 조용한 ADHD라는 개념을 알게 되면서 엇 싶더라고요.
겉으로는 산만해 보이지 않지만 머릿속이 끊임없이 다른 생각으로 이동하고, 건망증이 심하고, 해야 할 일을 하다가도 자꾸 다른 자극에 끌린다는 특징들이 제가 느끼는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졌거든요.
심지어 어릴 때는 유독 잘 부딪히고 잘 넘어지는 편이었는데, 이것도 ADHD 특징 중 하나라고...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아리까리해요.
약속 시간은 거의 칼같이 지키는 편이고, 지각도 잘 안 해요.
집중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요.
좋아하는 일이나 공부할 때는 꽤 집중하는 편이고, 필요할 때는 집중해서 일을 끝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겪는 이런 증상들이 조용한 ADHD 특징에 가까운 걸까요?
아니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느 정도는 겪는 건망증이나 덜렁거림의 범주에 들어가는 걸까요?
저 같은 특징을 받은 분들도 병원에 가서 ADHD 검사를 받는 경우도 있나요?
조용한 ADHD에 대해 잘 아시는 분들 계시나요?
성인의 경우 이런 경우에는 어떠한 치료나 상담 또는 생활습관을 고치는게 좋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