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약물 복용을 시작한 뒤 달라진 일상

 

 

1.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5월 2일 처음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했을 때는 상담만 받고 약 처방은 받지 않았다. 그때는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조금 쉬면 괜찮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런데 이후에도 상태가 생각보다 나아지지 않았다. 특히 밤마다 불면이 심해졌다. 새벽 2시, 3시가 되어도 잠들지 못하고 뒤척였고, 겨우 잠들어도 몇 시간 못 자고 다시 깨는 날이 반복됐다.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느낌도 자주 있었다. 이직을 앞두고 있으니, 이전 직장처럼 또 다시 불구덩이 속으로 들어가는거면 어쩌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에서 계속 맴돌았다. 밤이 되면 누워서 몇 시간씩 천장만 바라보는 날에 너무나 지쳤고, 아침에는 잔 것 같지도 않은 상태로 몸을 겨우 일으키는 것도 지겹고 짜증났다. 결국 5월 7일, 방문했던 병원에 전화로 5월 9일 제일 첫 시간으로 예약을 잡았다. 더 이상 혼자 버티는 것만으로는 어렵겠다는 생각에 우울증 약물 복용을 시작해볼까 싶어서 다시 병원을 가는거였다.

 

2. 약을 처음 먹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5월 9일 저녁 집에서 처음 우울증 약물 복용을 했다. 솔직히 약을 손에 들고도 한참 망설였다. 내가 정말 약을 먹어야 하는 상태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고, 한편으로는 제발 조금이라도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아주 간절한 마음도 있었다. 첫날은 바로 큰 변화가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평소처럼 새벽까지 계속 뒤척이다가 완전히 밤을 새우는 정도는 아니었다. 완전히 깊게 잠드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중간중간 잠에 드는 시간이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조금 안도감이 들었다. 며칠째 계속 조여 있던 긴장이 아주 조금 느슨해지는 느낌도 있었다. 다만 자다가도 중간에 여러 번 깨면서 시간을 확인했고, 잠에서 깰 때마다 심장이 두근거리는 느낌이 남아 있었다.

 

3. 부작용이 있었다면 어떻게 경험하셨나요?

우울증 약물 부작용은 복용 첫날 밤보다 다음 날 아침에 더 크게 느껴졌다. 5월 10일 오전 8시쯤 눈을 떴는데, 평소처럼 잠에서 깬 느낌이 아니라 머리를 물에 적셔진 무거운 솜으로 눌러놓은 것처럼 무거웠다. 몸도 축 처져서 침대에서 바로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겨우 일어나 물을 마셨는데도 입안이 계속 바짝 마르는거 같았고, 속도 살짝 울렁거렸다. 식사를 하려고 했지만 입맛이 없어서 몇 숟갈 뜨다가 안 먹었다.

 

소파에 앉아 있는데 눈꺼풀이 계속 무겁게 내려앉고 정신이 흐리멍텅해져서 친구들 카톡 메세지도 한참 보고도 내용을 제대로 읽지 못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두근거리는 느낌이 들 때도 있었고, 괜히 숨이 답답해서 창문을 열어놓고 한동안 가만히 멍때리고 앉아 있었다. 몸이 붕 뜬 것처럼 중심이 잘 안 잡히는 느낌도 있었고, 머리 뒤쪽이 묵직하게 당기는 느낌 때문에 계속 목과 어깨를 주무르게 됐다.

 

특히 힘들었던 건 몸은 피곤한데 마음은 또 쉽게 편하지 못하는 이상한 상태였다. 약을 먹으면 바로 편안해질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몸이 처지면서도 불안감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이게 우울증 약물 부작용 때문인가’, ‘내 몸에 안 맞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4. 약물 복용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건 약 자체보다도, 내가 결국 약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태라는 걸 인정하는 과정이었다. 이전에는 어떻게든 참고 버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우울증 약물 복용을 시작하는 순간부터는 스스로도 내가 찐으로 많이 지쳐 있었구나라는 현실을 마주하게 되는 느낌이 들었다. 또 약을 먹으면 내가 변해버리는 건 아닐까, 의존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계속 있었다. 약을 먹기 전마다 괜히 검색을 반복하게 되고, 다른 사람들의 후기를 계속 찾아보기도 했다. 작은 몸 상태 변화에도 예민해져서 심장이 조금만 빨리 뛰어도 긴장하게 됐다.

 

5. 약물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나 역시 5월 2일 첫 상담 때는 약 처방 없이 버텨보려고 했다. 그런데 상태가 좋아지지 않고 그대로여서 결국 다시 병원을 찾게 됐고, 5월 9일부터 우울증 약물 복용을 시작하게 됐다. 얼마되지 않아서지금도 완전히 편해진 것은 아니다. 우울증 약물 복용이 무조건 쉬운 결정은 아니지만, 혼자 감당이 어려운 상태라면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아직 적응 중이지만, 최소한 이 상태를 어떻게든 바꿔보려 노력하고 있다는 마음만으로도 이전보다는 조금 덜 막막하게 느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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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익명1
    우울증도 약만 잘 맞으면 
    일상생활이 덜 힘들어요
    • 익명2
      작성자
      그래서 약 먹기로 한거고, 모든 사람에게 맞는게 아니라서 부작용도 있는거고요
  • 익명3
    치료를 위해 필요할땐 약을 먹는게 좋죠
    더 아프지 않기 위해서요
    • 익명2
      작성자
      치료가 필요하다면 약을 먹으세요
  • 익명4
    어려운 상태라면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필요하다! 가장 공감되는 말입니다
    • 익명2
      작성자
      혼자서 해결하지 못할 때는 도움이 필요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