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두려워 하지 않고 병원 상담과 약물 치료 하면 호전이 되는거 같아요
1. 약물 치료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20년 정도 직장 생활을 하며 나름대로 베테랑이라고 자부해 왔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잘 맞지 않는 상사를 만나 지속적인 가스라이팅과 인격 모독에 노출되면서 제 일상이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퇴근 후에도 상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환청처럼 맴돌고, 일요일 오후만 되면 다음 날 겪을 비난이 두려워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결국, 일주일 넘게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해 업무 효율이 극도로 떨어지고 사소한 결정조차 내리지 못하는 제 모습을 보며, 이대로는 정말 정신이 무너지겠다는 위기감에 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2. 약을 처음 먹었을 때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처음 졸피뎀 계열의 수면유도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을 때 가장 먼저 느낀 변화는 쉽게 잠에 드는 것이었습니다. 밤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던 상사의 폭언이나 업무에 대한 불안한 생각들이 약 기운과 함께 서서히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늘 긴장 상태로 곤두서 있던 신경이 가라앉으면서 오랜만에 끊기지 않고 8시간 정도의 깊은 잠을 잘 수 있었습니다. 충분한 수면이 확보되니 다음 날 출근해서 상사의 지적을 받아낼 때도 이전보다 감정적으로 조금 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습니다.
3. 부작용이 있었다면 어떻게 경험하셨나요?
다행히 심각한 부작용은 없었지만, 복용 초기에는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물에 너무 무겁게 느껴지는 증상이 있었습니다. 머릿속이 멍한 상태가 오전 내내 지속되어 업무에 집중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리기도 했습니다. 가끔 입안이 심하게 마르는 느낌이 들어 물을 평소보다 자주 마셔야 했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밤새 뜬눈으로 지새우며 겪었던 극심한 불안감과 신체적 고통에 비하면, 그 정도의 불편함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4. 약물 복용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내가 약에 의존해야 할 만큼 신체, 정신적으로 약해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었습니다. 18년 넘게 열심히 사회생활을 해온 내가 고작 인간관계 스트레스 때문에 약물 복용을 시작했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또한, 약을 먹지 않으면 다시 예전의 그 끔찍한 불면의 밤으로 돌아갈 것 같다는 두려움과 싸우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약물 치료를 통해 증상이 호전되는 중임에도, 근본적인 원인인 직장 상사와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약 뒤로 숨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자책하게 될 때가 가장 괴로웠습니다.
5. 약물 치료를 망설이는 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상처가 나면 연고를 바르는 것이 당연하듯, 마음과 뇌가 지쳤을 때 약의 도움을 받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외부의 공격으로 인해 본인의 의지만으로는 조절할 수 없는 신체 증상이 나타난다면, 전문가를 찾아 적절한 처방을 받는 것이 나를 지키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잠을 자지 못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그러면 상대의 공격에 더 무기력하게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약물은 잠시 비바람을 피하게 해주는 우산 같은 존재이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본인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생각하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