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1
저는 원래 걱정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긴장하면 심장이 좀 빨리 뛰는 것도, 중요한 일이 있으면 불안한 것도 그냥 제 성격이라고 생각하며 살았어요.
그러다 몇 년 전부터 증상이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어요.
언제부터 공황 증상이 생겼는지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진 않지만 사회생활 시작하고 나서부터였어요.
아마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하면서 공황 증상도 시작된 것 같았어요.
공황의 가장 대표적인 증상, 사람이 많은 장소에 가면 숨쉬기 답답하고 가슴이 미친 듯이 뛰더라고요.
사람이 많아서 그런가 보다, 이런 상황은 누구나 다 답답해할테니까... 이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요.
회사에서 거래처랑 통화를 하다가 갑자기 예상치 못한 요구를 받거나, 일이 꼬이는 상황이 생기면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손까지 덜덜 떨리기 시작했고요.
키보드를 치는데 손이 떨려 오타가 날 정도였고, 얼굴이랑 목이 빨개질 만큼 열감도 올라왔어요.
마냥 직장 스트레스라고 치부하기엔 어려운게 집에서도 가슴 답답한 증상이 계속됐어요.
일도 끝났고 이제 집에서 쉬기만 하면 되는데도 마음이 편하지 않고 가슴이 턱 막힌듯 답답하더라고요.
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백이면 백 심장이 찌릿한 증상이 오기도 했어요.
그때부터 인터넷에 제 증상을 정말 많이 검색했습니다.
자꾸 심장이 뛰니까 심장병인가 싶어서 건강검진도 받아봤는데 이상은 없었고, 검색하면 할수록 공황장애 후기가 저랑 너무 비슷한 거예요.
사실 그 전부터 우울감도 있고 불안장애도 조금 있는 것 같아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갔고 상담을 받아보니 공황장애와 불안 증상이 맞다고 하셔서 치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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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처방 받은 약은 렉사프로(에스시탈로프람)인데요. 보통 공황장애 치료할 때 가장 많이 처받받는 약이에요.
약을 먹을 때는 저용량으로 시작해서 점차 용량을 늘리다가, 증상이 호전되면 용량을 줄인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처음에는 5mg으로 시작했고, 불안이 심할 때만 먹는 알프라졸람(0.25mg)도 함께 처방받았습니다.
지금은 20mg 먹어요. 이게 최대 용량이라 하더라고요.
솔직히 처음에는 약을 먹는다고 바로 좋아질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더라고요ㅋ
처음 2~3주는 이게 효과가 있는 게 맞나? 싶은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제 정신과 약까지 먹는 사람이 됐네.. 하는 생각에 기분이 더 우울했던 날도 있었어요.
의사 선생님이 공황장애 약은 바로 효과가 나는 약이 아니라 최소 몇 주는 꾸준히 먹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 말이 맞았어요.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조금씩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심장이 한 번 뛰기 시작하면 제가 그걸 전혀 컨트롤하지 못하고 숨도 막 몰아쉬고 그랬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는 공황으로 인한 불안은 없어졌고, 불안이 올라와도 예전만큼 크게 번지지는 않더라고요.
만차 지하철을 타도 예전처럼 당장 내려야 할 것 같은 공포까지는 잘 안 갔고, 회사에서도 예상치 못한 일이 생겼을 때 심장이 뛰는 횟수 자체가 많이 줄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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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작용은 다행히 심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초반에는 입맛이 조금 떨어졌고 약간 졸려서 몽롱한 날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부분 적응했어요.
그리고 살짝 변비도 생기긴 했었는데ㅎㅎ
아마 약을 처음 먹어봐서 그런 것 같았고, 시간 지나면서 변비도 없어졌어요.
경미한 부작용들이 조금 조금씩은 있었지만
그래도 예전처럼 하루 종일 불안에 끌려다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서 계속 복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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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약의 도움을 받는 것 플러스로 나 스스로도 노력하는 것도 중요해요.
약만 먹는다고 모든 게 해결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저는 불안이 올라오기 시작하면 일부러 다른 곳에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했어요.
막 대단한 건 아니에요.
원래 마음 건강을 챙길 때는 작은 일부터 시작해도 많은 게 달라질 수 있잖아요.
전 그동안 딱히 취미랄게 없었고 쉬는 날엔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거리기만 했었는데 일부러 취미를 만들었어요.
일부러 쉬는 날에 영화나 드라마 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영화를 보는 시간 동안에는 아무 생각도 안 하고 정말 영화에만 집중하게 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현실에서 벗어나 내가 걱정하고 불안해했던 상황을 잊을 수가 있어서 실제로도 좀 도움이 됐어요.
특히 저한테 가장 도움이 되었던 건 몸을 움직였던 운동인데요.
원래는 걷기 운동 외에 진짜 본격적인 운동을 해본 적이 없었는데 약 먹으면서 운동도 같이 시작했어요.
그래서 지금 필라테스와 테니스를 하고 있어요.
운동을 하다 보면 자세 하나하나, 공 하나하나에 집중해야 하니까 불안한 생각을 할 틈이 없어지더라고요.
운동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도움이 많이 돼요.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불안해하지 말아야지 라고 억지로 참고 그걸 의식하기보다는, 다른 곳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훨씬 편안해졌어요!
물론 그걸 시도한다고 바로 좋아지는 건 아니었고 역시 꾸준함이 필요해요.
저도 꾸준히 하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풀리고 잠도 조금씩 잘 오기 시작했어요. 그 전에는 당연히 잠도 잘 못 잤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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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과 비교해서 많이 달라진 점은 제 스스로가 차분해졌다는 것이 느껴져요.
예전에는 사람 많은 곳도 피하고, 지하철 타는 것도 괜히 긴장하고, 조금만 심장이 빨리 뛰어도 또 시작인가? 싶었는데 지금은 그런 악순환이 많이 줄었습니다.
막 8차선 도로도 힘들어했던 적이 있을 정도였는데 이제는 횡단보도도 문제없어요!
증상이 아예 싹 없어졌다고는 못하겠지만 예전처럼 모든 일상이 공황에 갇혀 있지는 않아요.
불안이 와도 아, 이건 지나갈 거야 라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고, 몸도 예전보다 훨씬 빨리 안정되는 느낌이에요.
그래서 지금은 약도 도움이 됐지만 치료를 시작했다는 것 자체가 제일 잘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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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공황장애러분들에게...
저도 처음에는 설마 내가 공황장애겠어? 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만 믿었어요.
그런데 마음이 아픈 건 참는다고 해결되는 병이 아니더라고요.
제 경험상 오히려 방치할수록 증상은 더 심해질 뿐 나아지진 않아요.
공황과 불알은 스스로 나의 마음이 어떤지 인정하는 것이 중요해요.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는게 첫번째입니다.
내 상태가 이렇고, 그래서 나는 도움을 좀 받아야 하겠구나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죠.
그리고 약을 먹는다고 해서 사람이 한 순간에 달라지거나 약에만 의존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저도 아직 치료 중이지만, 적어도 예전처럼 불안에 하루를 빼앗기지는 않게 되어서 그 점이 제일 좋더라고요.
혼자 버티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너무 오래 참지만 마시고 한 번쯤은 전문가와 상담을 받아보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병원에 가시면, 일단 그것만으로도 50%는 치료에 성공한 거예요.
또 마지막으로는 담당 의사선생님을 믿으세요!
믿고! 약 드시면 됩니다.
내 촉으로 혹은 다른 사람들은 이렇다던데 하는 얘기를 듣고 마음대로 약 용량을 조절하거나 약을 건너뛴다거나 상담을 빼먹고 안간다거나... 그러지 마시고, 치료 초반에는 병원을 따르는게 좋습니다.
용량 조절이나 상담의 방향을 바꾸고 싶을 때 어느 정도 치료 받고 나서 해도 늦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공황을 단박에 고쳐야지 하면서 너무 급하게 생각하지 않으셔도 돼요.
마음의 감기를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마시고 가벼운 마음을 가지고 꼭 나을 수 있다는 의지를 가지면 나아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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