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

* 늦여름 저녁 - 안도현

 

마당에 풋감 하나가 쿵, 하고 떨어진다


쿵, 하는 그 소리는 무엇인가
그것은 탕아가 때늦게 제 이마를 치는 소리 같기도 하고
낯선 지구의 산기슭에 별똥별이나 번갯불이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 같기도 한데,
어쨋거나 나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거니 했는데


문득 그 소리를 혼자 서서 들어야 하는,
감을 쥐고 있다가 어떻게 그만 떨어뜨려버린 감나무를 생각하면서
마음이 짠해졌다


나는 방문을 열고 감나무 아래로 걸어가서 풋감,
먹지도 못하고, 다시 어느 나락으로 떨어진다 해도
쿵, 하는 소리 하나 내지 못할 으깨진 풋감을 주워 들고
기분 좋게 담 밖으로 멀리 내쏘아 버릴까 보다,
이렇게 혼자 생각하다가 보았던 것이다
감나무가 구부정한 팔을 뻗어 이리저리 손을 내두르면서
풋감을 찾고 있는 것을

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

 

집앞의 감나무가 이젠 다 따가고 얼마 안남았네요

이 감은 까치밥이 되겠네요

까치라도 먹고 살면 저는 행복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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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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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꼬꼬니 -🍓🍓
    아파트 안에서도 감나무가 있네요.
    자두 매실은 본것 같은데..
    까치가 좋아하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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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작성자
      울 아파트는 감나무가 많아요
      가을 되면 노인정에 많이 따서 들어가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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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그라미7
    아파트 안에 돌아다니면 감나무가 한두 개쯤 있죠 그런데 그거를 과연 누가 딸 수 있을까요. 보면서 너무나 즐거운데 그냥 두  온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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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작성자
      ㅋㅋㅋ 그런데 여긴 감이 익으면 경비아저씨들이 사다리를 가지고 와서 모두 땁니다. 높은 곳만 남겨두고 다 따서 노인정과 주변 독고노인들에게 나눔을 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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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레스트 껌프
    감나무 사진이 가을에 맞는 분위기를 알려주고 있는 듯 합니다.
    가을에 대한 아쉬움 가득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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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니엄마
      작성자
      이젠 24년도 가을은 가면 추억으로 갑니다. 25년도를 기약해야겠지요. 겨울이 오면 추워서 저도 싫은데 가을이 가지 말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 안되는 거죠? 누가 좀 잡아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