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이 드라마 감명있게 봤어요 시즌 2도 나오며 좋겠네요
저의 성격 유형은 ESFJ 입니다.
사람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사람들의 감정과 분위기를 민감하게 알아채는 편이지요.
누군가 불편해 보이면 신경이 쓰이고
어색한 침묵이 흐르면 먼저 말을 꺼내게 되는 사람.
사람들 속에 있을 때 에너지를 얻고
다른 사람을 챙기고 돕는 일에서 큰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이 바로 ESFJ 유형들입니다.
저는 제가 정이 많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지만 때로는 이런 성격이 조금은 서글프게 느껴질 때도 있어요.
뭐랄까.. 타고나기를 존재감이 큰 사람들이 있는 것 같아요.
특별히 튀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닌데
가만히 있어도 주목을 받고 사람들의 기억에 강하게 남는 주인공 같은 사람이 있고
누군가는 다른 사람의 곁을 묵묵히 지키며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되는 사람이 있는 있는 것 같거든요.
ESFJ들은 대부분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드라마에서 주인공 역할은 절대로 할 수 없을 것 같은, 늘 주인공의 친구 역할만 하게 되는 기분이 들기도 하죠.
그래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라는 말은 분명 칭찬이지만
동시에 어딘가 모르게 너무나 평범한 사람이라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거든요.
그럴 때면 내 성격이 좀 달랐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한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늘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이고 싶어요.
누군가 힘들고 불안할 때 기꺼이 먼저 손을 내밀어 줄 수 있는 사람,
혼자라고 느끼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는 사람.
모든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주인공은 될 수 없을지라도
누군가 한번 더 웃게 해주고 마음 따뜻해지는 기분을 느끼게 해줄 수 있는 사람.
한여름 이글거리는 태양처럼 압도적이지는 않지만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덜 춥게 만들어주고
얼어 있던 땅을 녹이고
푸른 잎을 돋아나게 하고
결국 꽃을 피우게 하는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요.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속 최수연이 딱 그런 사람이죠.
최수연은 로펌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로 우영우와는 서울대 로스쿨 동기입니다.
아버지는 현직 부장 판사이고 오빠는 의사인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집안 출신이고
비록 로스쿨 성적은 영우에게 밀리기는 하지만
서울대를 졸업하여 대형 로펌 입사까지 일사천리로 거침없이 해내는 엘리트 중에 엘리트입니다.
보통 드라마에서 이런 배경을 가진 등장인물이 나오면
대부분 나보다 못하다고 생각되는 주인공에게 자신이 밀리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권모술수'를 펼치는 역할로 많이 나오지요?
하지만 최수연은 이런 드라마의 공식을 완전히 깬 인물입니다.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어서 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영우를 항상 곁에서 챙기고
서울대 수석 졸업임에도 불구하고
장애 때문에 어떠한 로펌에도 입사하지 못하는 영우가 당하는 차별에 분노할 줄 아는 사람이지요.
권모술수 권민우가 익명 게시판에 쓴 글 때문에 영우가 부정 입사를 했다는 소문이 돌자
모든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일부러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 하고 소리를 지르는 것만 보아도
누군가 무시 당하는 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사람 사이에 배려와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ESFJ의 성격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제가 ESFJ는 누군가의 곁을 묵묵히 지키는 주인공의 친구 같은 역할을 주로 맡게 되는 점이
때로는 서글프게 느껴진다고 했었지요?
드라마에서 최수연도 이와 비슷한 말을 합니다.
어설픈 영우를 챙기다 보면 정작 자신은 해야 할 공부를 하지 못하기도 하는데
영우는 늘 1등만 하고 자신은 늘 뒤쳐지니 질투가 나기도 한다고요.
누군가를 위하는 선한 마음과
남 좋은 일 하느라 정작 자신은 뒤쳐지는 것 같다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결국 최수연은 회전문 앞에서 당황한 영우를 그냥 지나치지 못합니다.
저는 이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생각이 많아졌어요.
모든 ESFJ 들이 성인군자인 것은 당연히 아닙니다.
1등도 하고 싶고요, 내 것을 더 챙기고 싶기도 합니다.
나를 위해 다른 사람의 작은 곤란함 정도는 그냥 눈감고 모른 척 하고 싶을 때도 있어요.
예를 들어서 제가 만년 2등인데, 1등인 친구가 교재를 잃어버린 것을 모른 척 했고
결국 제가 1등을 한 상황을 상상해볼게요.
제가 친구의 교재를 숨긴 것도 아니고, 저에게 친구를 반드시 도와주어야 한다는 의무는 없지요.
그토록 바라던 1등을 했으니 기분이 좋을 것 같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을 비추어 상상해보면 아마 저는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을거예요.
1등의 기쁨은 한순간이고, 친구를 모른 척 했다는 미안함은 평생 마음에 남더라고요.
비슷한 상황을 겪었을 때 혹은 그냥 아무 일 없이 길을 걷다가 문득
그때의 미안함이 떠올라서 마음이 괴로울 때가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냥 자연스럽게 제 마음을 따라가는 방식으로 살고 있어요.
그 날 최수연이 회전문 앞에 서 있는 영우를 그냥 지나쳤다면
최수연은 아마 그날 잠을 이루지 못했을 것 같아요.
회전문을 지나가지 못하는 영우의 모습이 떠오르고, 그런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회전문이 아닌 다른 문으로 나가지 않는 영우가 답답하기도 했겠죠.
곤란에 빠진 누군가를 모른 척하고 지나친 자기 자신이 되게 별로인 사람으로 느껴졌을지도 몰라요.
저는 최수연과 제가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보아서 그런지
그 장면을 볼 때마다 최수연이 짠하면서도 대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보면 최수연이 ESFJ 임을 보여주는 장면이 참 많이 나와요.
생수병을 따지 못하는 영우의 물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툭 따주는 장면은 여러 번 나오지요
저도 이런 경험이 참 많아요.
제 친구들은 저의 이런 행동을 "엄마 포인트, 설렘 포인트, 뭐야뭐야 포인트" 등등으로 부른답니다.
대단한 것도 아니에요.
밥 먹을 때 냅킨을 챙겨주거나 물을 챙겨주거나
벤치에 앉을 때 휴지나 손수건을 깔아주는 아주 사소한 행동들이죠.
저는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이라 사실 기억도 나지 않는데
나중에 친구들이 이야기해주는 경우가 있어요.
아마 최수연도 누군가에게 "물병 따줘서 고마워" 라는 말을 들으면
'내가 물병을 따줬었나?' 라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ESFJ에게는 다른 사람을 돕고 챙기는 일이 너무도 자동적이고,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들이거든요.
영우는 갑작스러운 변화에 무척 취약하죠.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아무 것도 아닌 '문을 열고 방 안에 들어가는 일'조차도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처럼 느껴지는 영우에게는 무척이나 힘든 일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도 그래요.
예상하지 못한 맛이나 식감은 영우에게는 견디기 힘든 당황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영우는 늘 맛과 식감을 예상할 수 있는 김밥만 먹습니다.
심지어 내용물이 모두 보이도록 그릇에 김밥을 펼쳐 놓고 먹어요.
이런 이유로 늘 김밥 도시락을 싸오는 영우가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식사를 해요.
그날 식당 메뉴가 김밥이었거든요.
그 모습을 본 최수연은 아무렇지도 않게
"김밥 나오는 날은 말해줘야겠네."라고 이야기를 하죠.
저는 이 장면이 ESFJ의 배려심을 잘 표현한 장면이라고 생각했어요.
ESFJ의 배려란 대단하거나 거창한 것이 아니거든요.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기억해두었다가 챙겨주고
불편한 것은 없는지 자연스럽게 살피고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편안할 수 있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
ESFJ의 배려는 이렇게 아주 사소하고 일상에 가까운 다정함인 것 같아요.
아마도 최수연은 '영우가 김밥을 좋아하니까 다음에는 김밥 나오는 날 알려줘야겠다.'라고 아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생각했을거에요.
생수병을 따준 행동처럼 말이죠.
이런 행동 외에도 자신이 은근히 좋아하고 신경 쓰던 이준호가
사실은 영우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질투를 느끼면서도
이준호에게 고래 이야기를 평생 들어줄 것처럼 굴다가 1년도 못 버티고 영어에게 상처 줄거면 애초에 잘해주지를 말라고 하거나
영우가 부정 입사를 했다는 뇌피셜을 퍼뜨리는 권민우에게 영우를 괴롭히고 싶은 거면서 정의로운 척 하지 말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것을 보면
갈등이 일어나는 것은 싫어하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예의나 공정함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ESFJ의 특징이 아주 잘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자신의 감정과 질투를 숨기지 못하면서도
결국 더 중요하게 생각한 건 "다른 사람이 상처받지 않는 것"이었다는 점이 정말 ESFJ 답다고 느껴졌어요.
서운하고 질투가 나는 마음도 사실이지만
ESFJ들은 나의 감정보다 누군가를 함부로 대하는 상황 자체를 더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도 그런 편인데 다른 누군가 무시 당하거나 부당한 대우를 받는 상황을 보면
저는 제 감정은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고 꼭지가 돌아버리는(......속된 말 죄송해요!!!) 것 같아요.
그래서 평소에는 잘 하지 않는 냉정하고 단호한 말을 쏟아내는데
최수연도 딱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이건 사족에 가까운 이야기인데
드라마 속 최수연을 보면서 딱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권민우와 이어졌다는 점이에요.
권모술수 권민우도 사실은 좋은 사람이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성공을 해야 했고 성공을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던 것 뿐이에요.
결론적으로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인정하고 반성했죠.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분명 더 성장해서 멋진 남자, 멋진 변호사가 되었을 거예요.
그런데 최수연을 친한 언니의 시선으로 드라마를 본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늘 다른 사람을 챙겨주기만 하는 최수연에게 그냥 무조건적으로 기댈 수 있고 의지할 수 있는 한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어요.
권민우도 최수연과 잘 지내겠지만 함께 성장하는 과정에서 수 없이 투닥거릴 것 같았거든요.
ESFJ인 최수연도 받기만 하는 사랑을 한번 쯤 경험해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답니다.
누군가를 챙기고 배려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하죠.
어쩌면 굉장히 피곤하고 손해 보는 성격일지도 모르고요.
ESFJ들은 남을 챙기느라 정작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할 때가 많고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때로는 부당한 희생을 요구 받기도 하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최수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다른 사람의 어려움을 모른 척하지 않는 사람.
부당한 일을 겪은 사람을 보았을 때 함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용기 있는 사람 말이에요.
세상에는 여름 날 작열하는 태양처럼 강렬하고 눈부신 사람들도 있지요.
하지만 꼭 그런 사람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라고 최수연을 보면서 생각했어요.
회전문 앞에서 당황한 사람의 손을 잡아주는 사람,
김밥이 나오는 날을 기억해주는 사람,
누군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대신 화를 내주는 사람.
어쩌면 세상은 그런 사람들 덕분에 조금 덜 차갑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오래도록 남는
따뜻한 봄날의 햇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