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 기복이 심한 건가요, 조울증인가요?" — 들뜸과 가라앉음이 반복되는 진짜 이유

트로스터 분들, 안녕하세요! 심리상담사 정현진입니다.

 

"요즘 며칠은 잠을 두세 시간만 자도 머릿속이 아이디어로 꽉 차요. 그러다 어느 순간, 침대에서 일어나는 것조차 버거워지고요."

상담실에서, 그리고 일상의 대화에서 우리는 이런 이야기를 자주 나눕니다. 밤새 계획을 세우며 모든 게 잘 풀릴 것 같던 며칠, 그리고 그 뒤에 찾아오는 까닭 모를 무거움. 많은 분이 이걸 "내가 변덕스러워서"라고 자책합니다.

하지만 이 들뜸과 가라앉음의 반복은 기분의 진폭을 조절하는 회로가 평소의 균형을 잃고 한쪽으로 쏠린 결과일 수 있습니다. 마음을 다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 조절 장치가 잠시 흔들린 것에 가깝습니다. 우울증은 널리 알려졌지만, 조울병(양극성장애)은 한 번쯤 들어봤어도 정확히 어떤 병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1편에서는 바로 그 출발점, "이게 대체 무엇인가"를 함께 정리해 봅니다.

🧠 양극성장애란 무엇인가

조울병은 우울증과 함께 정신건강의학과에서 기분장애에 속하는 질환이며, 진단편람(DSM)에서는 '양극성장애'라고 부릅니다. 이 글에서도 용어를 양극성장애로 통일하겠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비정상적인 기분이 한동안 지속되는 양상을 '삽화(episode)'라고 합니다. 양극성장애는 한 번 이상의 경조증삽화 또는 조증삽화를 경험할 때 진단되는데, 그중 조증삽화를 경험하면 1형, 경조증삽화에 그치면 2형으로 구분합니다. 이 시리즈는 1형에 초점을 둡니다.

흥미로운 점은, 1형 양극성장애가 처음부터 '조증'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의외로 드물다는 것입니다. 먼저 우울삽화를 한 번 이상 겪고,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 조증삽화가 나타나 비로소 양극성장애로 진단되는 경우가 흔합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청소년기에 첫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의 20~32%, 초기 성인기에 첫 우울증을 경험한 환자의 5~15%가 이후 양극성장애로 진단되었습니다. 우울증과 양극성장애가 종종 헷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조울병은 기분이 들떠 자신감이 넘치는 조증 상태와, 마음이 가라앉는 우울 상태가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입니다."

🔬 뇌 안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양극성장애는 뇌세포의 기능과 연결 회로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여러 연구에서 밝혀져 있습니다. 핵심 무대는 신경세포 사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신경전달물질입니다. 우리 뇌에는 도파민(보상·동기와 관련), 노르에피네프린(각성·에너지), 세로토닌(기분 안정), 글루탐산, 아세틸콜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있는데, 양극성장애 환자에서는 이들이 과도하게 생성되거나 부족한 불균형이 보고되어 왔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축이 일주기성 리듬입니다. 사람의 수면-각성을 비롯해 소화기, 내분비, 심혈관계는 약 24시간 주기로 움직이는데, 이 리듬이 흔들리면 기분도 함께 흔들립니다. 실제로 잠을 오랫동안 못 자게 하는 수면박탈을 하면, 양극성장애 환자에게서 조증삽화가 유발될 수 있습니다. 발병이 계절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경우가 흔한 것도 이 때문으로 여겨집니다.

💡 이 대목을 기억해 두세요. 뇌의 화학적 불균형이 원인의 한 축이라는 사실은, 곧 약물치료가 과학적 근거를 갖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 부분은 다른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 원인은 결코 하나가 아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양극성장애의 원인을 한두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합니다.

유전적 요소. 가족 중에 양극성장애가 있으면 다른 구성원이 기분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다만 가족력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발병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뇌의 생화학적 불균형. 앞서 말한 신경전달물질의 대사·활성 이상이 발병 원인의 하나입니다.

스트레스. 장기간 과도한 스트레스는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이어져 감정조절과 수면에 이상을 일으킵니다. 다만 스트레스 자체를 단독 원인으로 규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물질 남용. 알코올이나 일부 약물(항파킨슨약물, 갑상선호르몬제, 정신자극제, 스테로이드제 등)은 조증삽화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면 유전적으로 취약한 사람이 과도한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면 뇌 활동에 부정적 영향이 생겨 발병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로 이 '복합성'이 희망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원인이 여러 갈래라는 건, 교정할 수 있는 지점도 여러 갈래라는 뜻입니다. 생화학적 불균형은 약으로, 스트레스는 관리로, 물질은 조절로 — 다방면에서 접근할 때 치료 효과가 좋아집니다.

📊 주요 통계
  • 1형 양극성장애 평생 유병률  약 1%
  • 양극성 범주 장애 전체 평생 유병률  약 4%
  • 평균 발병 연령  30세 전후 (우울장애 40세보다 조기)

1형은 남녀 유병률이 거의 같고, 기분 증상과 더불어 인지 증상(언어 작업기억 저하, 계획 수립의 어려움, 우선순위 결정 곤란, 둔해진 사고 등)이 약 15~60%에서 동반된다고 보고됩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우울증이랑 조울증이 그렇게 헷갈리나요? 네, 1형은 우울삽화가 먼저 오고 한참 뒤에 조증이 오는 경우가 많아 초기에 우울증으로 보이기 쉽습니다. 그래서 "이른 나이의 우울증" "반복되는 짧은 우울삽화" 같은 단서가 있으면 양극성 가능성도 함께 살핍니다.

Q. 기분 변화는 누구나 있잖아요. 어디서부터 '병'인가요? 일상적 기분 기복과 달리, 조증삽화는 들뜬·과민한 기분과 증가된 에너지가 일정 기간 거의 매일 지속되며 일·관계·금전에 뚜렷한 손상을 남깁니다. '강도'와 '지속성', '기능 손상'이 구분점입니다.

Q. 스트레스만 잘 관리하면 안 생기는 거 아닌가요? 스트레스는 중요한 유발 요인이지만 단독 원인은 아닙니다. 유전적 취약성, 뇌 생화학, 일주기 리듬이 함께 작용합니다. 그래서 스트레스 관리는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닙니다.

Q. 가족 중에 환자가 있으면 저도 반드시 걸리나요? 아닙니다. 가능성이 다소 높아질 뿐, 가족력이 곧 발병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리 알고 일주기 리듬·수면을 관리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상담사 코멘트 

상담실에서 1형 양극성장애 이야기를 처음 꺼내는 분들은 대개 비슷한 표정을 짓습니다. "제가 그동안 한 일들이 다 제 성격 탓인 줄 알았어요." 그 말 안에는 오랜 자책이 담겨 있죠.

그래서 저는 오늘 꼭 한 가지를 남기고 싶습니다. 조증의 들뜸도, 그 뒤의 가라앉음도 당신의 인격이 아니라 뇌의 상태라는 것. 변덕스러운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회로가 잠시 한쪽으로 기울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원인을 '이해'하는 것까지면 충분합니다. 이해는 자책을 멈추게 하고, 자책이 멈춰야 비로소 치료의 문이 열립니다. 다음 편에서 "그래서 나는 어디쯤일까"를 함께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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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심리상담사

 

상담심리사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한국상담심리학회 정회원

 

 

 

 

 

 

 

 

정현진 상담사 프로필
정현진 상담사
상담심리사(2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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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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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갈치1호의행방불명
    평균 발병이 30세 전후라는데 저 딱 그 나이대라 좀 무섭...
    근데 인지증상에 "우선순위 결정 어려움" 이거 저 완전 해당돼요 요새 뭐부터 해야할지 멍할 때가 많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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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현희
    조울증에 관해서 잘 보고 가요
    뇌와 관련이 있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