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스트 분들, 안녕하세요! 심리상담사 정현진입니다.
이전 칼럼에서 원인을 이해했다면, 이제 "그래서 내 모습은 어디쯤일까"를 볼 차례입니다.
먼저, 실제 사례 (변형) 하나를 함께 읽어봅시다. 진단은 결국 사람의 이야기에서 출발하니까요.
29세 A씨 이야기 (사례 변형)
A씨는 1개월 전부터 갑자기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이 넘쳐 학원에 다니며 밤늦게까지 공부했습니다.
잠은 2~3시간만 자도 전혀 피곤하지 않았고, 평소 연락 안 하던 친척·친구에게 전화해 자기 계획을 장황하게 늘어놓았습니다.
가족이 걱정해도 아랑곳없이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이야기했고, 값비싼 물건을 사고 과음을 시작했습니다. 술자리에서 싸움이 잦아 여러 번 경찰서에 갔고, 한 달 만에 수백만 원을 써 경제적 곤란까지 겪었습니다.
사실 A씨는 고교 시절 따돌림으로 우울증을 앓았지만 치료받지 않았고, 이후에도 취업 실패와 친구의 이사 등으로 우울삽화를 반복해 왔습니다. 2개월간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약을 불규칙하게 먹고 내원도 띄엄띄엄했습니다.
A씨의 이야기에는 1형의 전형이 담겨 있습니다. 오래 반복된 우울삽화 → 뒤늦게 찾아온 조증삽화 → 그제야 드러난 양극성. 그리고 치료를 시작해도 꾸준히 잇기 어려운 현실까지요.
🎭 조증삽화는 실제로 이런 모습입니다
다음과 같은 모습이 개인·사회·대인관계 전반에 나타나며 뚜렷한 기능 손상을 일으키거나, 자신·타인에게 해를 끼칠 수 있을 때 조증삽화를 의심합니다.
- 과도하게 자신감이 넘쳤다가 자책·절망에 빠진다
- 수면이 줄어도 전혀 피곤하지 않다
- 극단적·충동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
- 부산하고 산만해 일을 제대로 못 한다
- 자극적인 것을 좇아 손해 보는 일이 반복된다
- 말이 너무 많고 주제가 자주 바뀐다
- 도박·술·성관계 등 쾌락적인 일에 몰두한다
🌗 전형 vs '가면형' — 겉으론 멀쩡한 사람들
모두가 A씨처럼 극적으로 나타나는 건 아닙니다. 어떤 분은 조증보다 우울삽화로만 거듭 병원을 찾다가 한참 뒤에야 양극성으로 밝혀집니다. 겉보기엔 성실하고 차분해 "설마 조울증이겠어?" 싶은 분들이죠.
특히 임상에서는 다음과 같은 단서가 있을 때 양극성으로의 진행 가능성을 함께 살핍니다.
이른 나이에 발병한 우울증, 산후 우울증, 짧고 반복되는 우울삽화, 계절에 따른 기분 변화, 비전형적 양상의 우울증 등입니다.
그래서 자가진단이 중요합니다. 단, 한 가지만 기억해 주세요. 자가검사는 '진단'이 아니라 '전문가와 대화를 시작할지 결정하는 신호등'입니다.
📋 한국판 조울병 선별검사 (K-MDQ)
지난 시기, 평소의 나와 달랐던 경험을 체크해 보세요.
- 기분이 너무 좋거나 들떠서 남들이 평소 모습이 아니라고 했거나, 너무 들떠 문제가 생긴 적이 있다
- 지나치게 흥분해 소리 지르거나 싸우거나 말다툼한 적이 있다
- 평소보다 더 자신감에 찬 적이 있다
- 평소보다 잠을 덜 잤거나 잘 필요를 못 느낀 적이 있다
- 평소보다 말이 많거나 매우 빨랐던 적이 있다
- 생각이 머릿속에서 빠르게 돌거나 마음을 차분히 못 한 적이 있다
- 쉽게 방해받아 하던 일에 집중하거나 지속하기 어려웠다
- 평소보다 더 에너지가 넘친 적이 있다
- 평소보다 더 활동적이거나 더 많은 일을 한 적이 있다
- 평소보다 더 사교적·적극적이었다 (예: 한밤중 친구에게 전화)
- 평소보다 성(性)에 더 관심이 간 적이 있다
- 평소의 나답지 않은 무모한 행동을 했다 (무분별한 쇼핑·투자·성관계)
- 평소보다 돈을 훨씬 많이 썼거나 재정적 문제가 생겼다
판정 기준: 위 13문항 중 7개 이상 '예', 증상이 같은 시기에 동시에 나타났고, 일상·관계·업무에 지장을 줬을 때 → 전문가 상담 권유
🩺 조증삽화 DSM-5 핵심 기준 (요약)
- 비정상적으로 들뜨거나 과민한 기분 + 증가된 에너지가 7일 이상 (또는 입원이 필요한 경우 기간 무관)
- 과대감·수면감소·말많아짐·사고비약·주의산만·목표지향 활동 증가/초조·고통스러운 결과를 부를 활동에 몰두
- 사회·직업 기능에 뚜렷한 손상, 또는 입원이 필요할 정도이거나 정신병적 양상 동반
- 물질이나 다른 의학적 상태에 의한 것이 아님
이 외에 증상의 심각도와 치료 경과를 평가하는 Young 조증평가척도(YMRS)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 기분장애를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원인을 배제하기 위해 갑상선 호르몬 검사, 뇌 CT·MRI 영상검사, 임상심리검사를 고려할 수 있습니다.
❓ 자주 묻는 질문
Q. K-MDQ에서 7개 넘게 나왔어요. 그럼 조울증인 거죠?
아닙니다. K-MDQ는 '선별' 도구예요. 7개 이상이면 "전문가와 한번 이야기해 볼 만하다"는 신호일 뿐, 확정 진단은 면담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너무 단정 짓지 마세요.
Q. 저는 우울만 반복되는데 양극성일 수도 있나요?
가능성이 있습니다. 특히 이른 나이 발병, 짧고 잦은 우울삽화, 계절성, 비전형 양상이 있으면 면담 시 그 부분을 꼭 말씀하세요. 조증·경조증 '과거력'을 놓치면 진단이 늦어집니다.
Q. 회사에 알려질까 봐 병원 가기가 무서워요.
충분히 이해되는 두려움입니다. 진료 기록은 본인 동의 없이 회사에 공유되지 않습니다. 부담되면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상담부터 시작하는 방법도 있어요.
Q. 예전 일이 잘 기억 안 나는데 진단이 되나요?
됩니다. 그래서 가족·가까운 사람의 관찰이 큰 도움이 돼요. "그때 며칠 안 자고 이상했다"는 주변의 기억이 면담에서 중요한 단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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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코멘트
자가검사를 하고 나서 "점수가 높아서 더 불안해졌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그 마음, 당연합니다.
하지만 검사지의 숫자는 당신을 진단하는 도장이 아니라, 한 번 들여다볼 가치가 있다는 초대장입니다.
특히 '가면형'으로 오래 지내신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어요. 겉으로 멀쩡해 보였다고 해서 그동안의 힘듦이 가짜였던 게 아닙니다. 오히려 멀쩡해 보이려 애쓰느라 더 지쳤을 거예요.
이 편을 읽고 마음이 무거워졌다면, 그 무게를 혼자 들지 마세요. 다음 편에서는 "그래서 어떻게 나아지는가" — 치료 이야기를 합니다. 불안의 다음 칸에는 길이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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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진 심리상담사
상담심리사 2급
청소년상담사 2급
한국상담심리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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