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앞두고 느끼는 감정은 단순한 우울함이 아니라, 그동안 나를 지키기 위해 팽팽하게 당겨왔던 마음의 현이 비로소 느슨해지며 심리적 탈진 상태를 겪고 계신 듯 보입니다. 그동안 마음이 무너지지 않도록 붙잡아두었던 필사적인 방어가 퇴사가 확정이 나면서 이제 더 이상 방어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고 그동안 억눌러왔던 피로와 상처가 한꺼번에 수면 위로 떠 오르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새로운 시작이지만, 지금의 퇴사는 일종의 상실 과정이기도 합니다. 그곳에서 보낸 시간과 감정의 에너지가 해방감보다 공허함이 더 크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지금은 억지로 설렘을 느끼려 애쓰거나, 빨리 기운을 차려 다음을 준비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잠시 내려놓으시길 바랍니다. 업무에 몰입되지 않는 점을 인정하고 자신을 조금 더 관대하게 대해주세요. 머릿속에만 맴도는 감정은 실체가 없기에 더 불안을 키웁니다. 종이나 메모장에 옮겨 적는 것만으로도 가벼워집니다. 이 긴장을 털어내고 나면 새로운 환경과 마주할 때는 분명 지금보다 한결 가벼울 것입니다.
퇴사를 결정한 뒤에는 마음이 조금은 정리될 줄 알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우울감이 더 짙어지는 느낌이 이어졌다. 회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기가 무겁게 느껴져서 꼭 다른 낯선나라에 온 기분이고, 익숙한 공간인데도 빨리 벗어나고 싶단 생각만 든다. 이제 곧 떠날 곳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마음은 쉽게 정리되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이런 감정이 시작된 건, 그동안 이 회사에서 일을 하면서 작은 말 한마디에도 긴장이 되는 날들이 많았고, 설명을 해도 부정당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스스로를 계속 점검하게 되는 시간이 길어졌다. 그때는 내 감정들이, 내가 정신적으로 심하게 피곤하니까 너무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 그냥 넘겼지만, 그런 순간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마음이 점점 무거워진 것 같다.
요즘의 내 상태는 계절과도 조금 어긋나 있는 느낌이다. 밖에서는 봄이 와서 꽃이 피고 햇살도 점점 부드러워지는데, 나는 아직도 겨울 안에 머물러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밝아지는 분위기와는 달리 혼자만 다른 공간에 있는 것처럼 차갑고 어두운 감정이 계속 남아 있다. 주변은 다 가벼워 보이는데 나만 아직 그 안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느낌이다.
출근길부터 기운이 떨어진 상태로 하루를 시작하고, 특별한 일이 없어도 이유 없이 가라앉는 느낌이 있고, 회사에 도착하면 그 감정이 더 분명해진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고, 집중하려고 해도 생각이 자꾸 끊긴다. 몸은 앉아 있는데 마음은 계속 멀어지는 느낌이다.
퇴근 후에 집에 와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멍하게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졌다. 예전에는 금방 잊혀지던 말들이 계속 떠오르고, 별일 아닌 장면들도 머릿속에서 반복된다. 이유를 딱 잘라 말할 수는 없는데 감정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엉켜버린 기분이다.
퇴사 날짜가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마음은 더 무거워진다. 끝이 보이는데도 해방감보다는 공허함이 먼저 느껴진다.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생각과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겹치면서 감정이 정리되지 않는다.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평소보다 감정이 더 소모되는 느낌이다.
분명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있는 시기인데, 기대보다는 우울감이 더 크게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쌓여 있던 긴장과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퇴사를 앞둔 지금, 무겁게 내려앉는 마음이 계속 이어져서 새 출발의 설레임과 기대감이 우울감 때문에 아주 꽉 막힌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