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지치고 무서웠을 텐데도, 자신이 겪고 있는 감정과 상황을 이토록 차분하고 정확하게 정리해서 들려주어 고마워요. 글을 쓰는 순간에도 강박과 두근거림이 올라왔다고 했는데, 그 불안을 견뎌내며 용기 내어 마음을 꺼내준 것 자체가 대단한 진전이에요. 그동안 친구 관계와 전학으로 마음을 다치고, 망상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혼자 힘으로 이겨낼 만큼 호전시켰다니, 글쓴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단단하고 스스로를 돌볼 줄 아는 내면의 힘을 가진 사람이에요. 지금 가장 괴롭히고 있는 세 번째 고민인 이유 없는 불안과 기록·계획 강박'에 대해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질 수 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요. 1. 왜 이런 불안과 강박이 찾아왔을까요? 원래 계획을 세우고 리스트를 만들 때 '더 나아진 내가 보이는 것 같아 심장이 뛰었다'고 했지요? 이건 글쓴이가 발전하고 싶고, 삶을 잘 통제하고 싶어 하는 건강한 욕구를 가졌다는 뜻이에요. 하지만 전학 이후 느꼈던 소외감,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 속에서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현실'에 부딪히다 보니, 무의식중에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있는 것(리스트, 계획, 기록)'에 과도하게 매달리게 된 것*같아요. 내가 다 적어두고 통제해야만 안전하다는 느낌이 드니까요. 그러다 보니 흥미 없는 취미까지 적어야 할 것 같은 강박으로 이어지고, 몸은 긴장 상태를 유지하다가 결국 '이유 없는 불안(신체적 두근거림, 답답함)'으로 신호를 보내는 것입니다. 2. "나 같은 불안을 가진 사람이 또 있을까요?" 인터넷을 찾아봐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워 외로웠을 텐데, 절대 글쓴이가 이상하거나 혼자만 겪는 특별한 증상이 아니에요. 심리학이나 정신의학에서는 이를 부동성 불안 혹은 불안 예민성과 관련지어 설명합니다. 뚜렷한 외부의 위협이 없는데도 뇌와 몸이 항상 '위험 경보'를 켜두고 있는 상태예요. 또 완벽하게 기록하려는 성향은 불안을 낮추기 위한 일종의 '강박적 행동'으로, 많은 청소년과 성인들이 스트레스 상황에서 흔히 겪는 모습이랍니다. 3. 마음을 가라앉히는 제안 혼자서 신나는 노래 듣기, 노트 정리, 심호흡 등 많은 노력을 해왔다는 점에서 정말 칭찬해주고 싶어요. 다만, 불안을 없애야 해! 행복해져야 해! 라는 강한 목적의식이 오히려 '또 다른 계획과 강박'이 되어 몸을 긴장시켰을 수 있어요. 이제는 방법을 조금 바꿔볼게요. *완벽한 글'에 대한 집착 내려놓기 지금처럼 나의 상태를 백 퍼센트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해도 괜찮아요. 타인에게 내 불안을 완벽히 이해시키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글을 쓰다가 두근거리면 "또 완벽하게 쓰려고 애쓰고 있구나" 하고 알아채 준 뒤, 잠시 펜을 내려놓으세요. *불안을 물리적으로 털어내기 (신체 이완) 불안할 때 몸에 힘이 들어가면 심장이 더 뜁니다. 신나는 음악보다는 조용한 음악을 들으며 점진적 근육 이완법을 해보세요. 주먹을 5초간 꽉 쥐었다가 툭 풀면서 힘이 빠지는 느낌에 집중하는 거예요. 목, 어깨, 다리도 마찬가지로 해봅니다. *리스트 작성에 '쉼표' 주기 취미 리스트를 쓸 때 마음이 답답해진다면, 의도적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보내는 시간'을 계획표에 넣어보세요. 빈틈이 있는 계획표가 가장 건강한 계획표랍니다. 4. 혼자서 다 짊어지지 마세요 위클래스나 심리상담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지만, 10대의 여름을 불안 속에 가둬두지 않으려면 믿을 만한 어른(부모님, 혹은 학교에서 가장 편한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꼭 털어놓으셨으면 좋겠어요. 말하기가 너무 두렵고 강박이 찾아온다면, 지금 작성한 이 글을 그대로 보여드리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글쓴이가 얼마나 힘들게 버티며 도움을 요청하고 있는지 어른들이 알 필요가 있습니다. 필요한 경우 청소년 모바일 상담 센터(예: 다 들어줄 개 등)를 통해 비대면으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방법도 열려 있어요. 한번 뿐인 열다섯의 여름을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는 그 간절한 바람이, 글쓴이를 다시 건강하게 만들어줄 가장 큰 원동력이에요. 지금 느끼는 불안은 지나가는 소나기 같은 거예요. 완벽하지 않아도, 친구가 조금 적어도, 계획을 다 채우지 못해도 글쓴이는 그 자체로 존재 가치가 있고 소중한 사람입니다. 오늘은 부디 무거운 기록 강박을 내려놓고, 고생한 자신에게 "애썼다" 한마디 건네며 편히 쉴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중 2 여학생입니다. 이야기에 앞서 심리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여 조금 글 순서가 뒤죽박죽일 수 있다는 점과 글의 길이가 매우 길다는 점 참고해 이 글을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올해로 중 2가 된 여학생입니다. 저에게는 재작년부터 큰 문제가 2개 있었는데요.
첫번째로는 소외로 인한 타 지역 전학을 기점으로 정말 친구가 없어졌다는 점입니다. 사실 전부터 우울했었던게 쌓여 활발했던 제 성격이 점점 내향적으로 바뀌니 친구들이 하나 둘 떠난 거 같은데요. 그 중에서도 유난히 저를 미워하고 피했던 친구들과 믿었던 친구들이 저를 빼고 2명이서만 다닌다거나 동아리에서도 저를 빼고 나머지 친구들끼리만 밥을 먹으로 가는 일이 잦아지고 말로만 하는 위로에 지친 저는 결국 전학을 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달라지는 건 별로 없었습니다. 늦은 학기 말 전학에 건너건너 아는 사이인 작은 동네라 그런지 이미 파벌은 형성이 되어있었고 은근한 기싸움 그리고 바로 들어가게 된 시험기간과 수행평가에 친구들과 잘 친해지지 못했을 뿐더러 유일하게 친해진 친구가 저를 무리에서 제일 친하지 않다는 이유로소외시키는 상황까지 와버리니 공황이나 우울이 찾아오더라구요. 항상 무엇을 시작할 때도 나는 친구도 없는 사회성이 떨어진 아이니까 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구요. 그 이후 눈치를 보는 습관이 극에 달한 것 같습니다.
그 다음 2번째 이유는 망상이였습니다. 처음에는 재미로 시작한 캐릭터 망상이 심해져 일상 생활 대부분이 그 캐릭터로 이루어져있더라구요. 제가 보는 모든 걸 그 망상의 주제로 활용하니 스토리형 예술작품을 그대로 음미하는게 어려워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 두 고민은 이번년도 5월에 들어서자 많이 잠잠해졌습니다. 여전히 둘 다 고민이지만 혼자 이겨낼 수 있을만큼까지 호전 되었거든요. 하지만 정말 문제는 마지막입니다.
마지막 고민은 불안 입니다. 이 글의 핵심이라고 말해도 무방하겠네요. 저는 예전부터 리스트를 만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했고 그 행동을 할때면 더 나아진 내가 보이는 것 같아 심장이 뛰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중간고사 시험을 기점으로 매 순간 기록에 강박이 생기고 ex) 취미를 리스트로 정리하는데 자꾸만 더 해야할거같고 흥미가 딱히 없는 취미까지 전부 적게 됨.
그 후 계획을 세우는 것에도 강박 비스무리한 게 생기며 또 다시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그걸 의식하면서 지내는 사이 제 몸은 불안이 익숙해졌는지 이제는 이유없이도 불안하고 심장이 빨리 뛰며 답답합니다. 그러다 한번 터지면 계속 인터넷으로 해결방안만 찾아보고 있구요. (지금 이 글을 쓸 때도 제 상태를 전부 정확히 적어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에 강박과 두근거림이 올라오지만 참아보고 있습니다.) 찾아봐도 저와 같은 불안을 가진 사람을 찾는게 여간 여러운 일이 아니더라구요. 그렇다고 아예 조치를 취한 것은 아닙니다. 심리상담를 받거나 위클래스에 가기도 어려운 상황인지라 혼자 신나는 노래를 듣거나 노트에 정리를 해보고 심호흡도 해보고 환기도 시켜보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다는 생각이 드는데도 너무너무 불안해 참을 수 없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제발 도와주세요. 아직 10대인데 이렇게 아무런 행복도 생산성도 없이 불안과 갑갑함에 갖혀 한번 뿐인 열 다섯의 여름을 보내고 싶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마지막으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