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중년의 나이, 조직에서는 허리로 앞뒤에서 치이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사회생활을 꽤 오래 해왔고, 나름대로 내공도 쌓였다고 스스로 자부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거울을 볼 때마다 예전의 내가 아닌, 낯선 사람을 마주하는 기분이 듭니다. 예전에는 업무가 아무리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여도, 퇴근 후 땀 흘려 운동하거나 지인들과 어울려 소주 한잔 기울이면 다음 날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회복 탄력성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 튼튼하던 회복의 엔진이 고장 난 것처럼 무기력함이 저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기 위해 차에 앉을때, 또는 밤늦게 침대에 누우면 낮 동안 겪었던 사소한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며 계속해서 부정적인 생각으로 치닫곤 합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제 마음 한구석에는 ‘나만 이렇게 나약하게 흔들리는 것인가’ 하는 불안함이 가득합니다.
지금 가장 저를 반복해서 괴롭히는 것은 다름 아닌 ‘자기 검열’의 끝없는 반복입니다. 분명 퇴근할 때는 “오늘도 고생했다, 이 정도면 충분히 잘해냈다”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려 노력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불안감이 찾아오고 마음 속의 조명이 꺼지고 어두워지면, 마치 잡음이 심한 고장 난 라디오처럼 오늘 있었던 일들을 하나씩 꺼내어 다시 심판하기 시작합니다.
“오늘 주간회의에서 그때 그렇게 말했어야 했는데”, “그 일은 왜 그렇게 어설프게 처리했을까”, “주변에서 나를 얼마나 한심하게 볼 것이며, 어떻게 평가할까” 같은 생각들이 쉴 틈 없이 머릿속을 마구 헤집어 놓습니다.
특히 업무 현장에서 겪는 사소한 피드백 하나가 제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리기도 합니다. 상사나 동료의 그냥 단순한 업무 수정 요청인데도, 저는 그것을 제 인격 전체가 부정당하는 것 같은 거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입니다. 내 의견과 결과물에 대한 이의 이의 제기일뿐 내 인격이 부정 당한 것이 아닌데 그렇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제 자존감이 떨어진 탓이겠지요. 이런 예민함은 심리적으로 고립된 밤중에 더 극대화되어, 스스로를 ‘경쟁력 없는 도태, 패배자, 낙오된 사람’으로 낙인찍는 지경에 이르게 합니다.
이런 생각들이 한번 시작되면 심장이 답답해지고 다음 날 업무 효율까지 현저히 떨어지며, 결국 또다시 실수를 할 가능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매일 반복되고 있습니다. 마치 일부에서 시작된 자그마했던 나쁜 감정이 ‘나’라는 사람의 전부를 집어삼키는 것 같은 느낌, 그 무력감이 가장 두렵습니다.
혼자 나름대로 돌파구를 찾으려 노력은 참 여러기지로 많이 해봤습니다. 우선 ‘생각을 멈추자’는 생각에 운동도 해봤습니다. 늦은 밤까지 땀이 뻘뻘 나도록 러닝머신을 달리고 무거운 무게로 웨이트하고, 집에 있는 치닝디핑에 매달려 풀업운동도 빡세게 하면서 육체적인 피로감에 기대어 머릿속 잡념을 지워보려 했습니다. 하지만 몸이 힘들수록 오히려 잡념은 더 선명해졌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그저 순간을 회피하는 임시방편일 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못하더군요.
또, 마음을 다스리는 데 기록이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를 여러 곳에서 듣고 보았던 바, 수첩에 오늘 감사했던 일을 생각해내어 적어보려고 시도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적으려 펜을 잡으면 감사한 일보다는 ‘오늘 내가 놓친 점’, ‘남들보다 부족했던 점’, ‘잘못한 일’ 들이 먼저 적히더군요. 제 성향 자체가 약간은 부정적인 측면이 있어서, 조금이라도 계획이 어긋나거나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오면 스스로를 결코 용납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대한민국 중년 남자로 산다는 것은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숨기고 속으로 삼키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과정이라고 믿으며 버텨왔는데, 그게 결국 독이 되어 제 마음을 병들게 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혼자 삭이는 것이 최선이라 믿었던 과거의 제 방식이 이제는 한계에 부딪혔음을 통감합니다.
제가 코치님들께 가장 물어보고 싶은 것은 이런겁니다. 코치님, 저는 여기 트로스트에서,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고 생각을 정리하는 법에 대한 칼럼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깊은 의구심도 듭니다. 수십 년 이라는 세월 동안 굳어버린 제 사고방식과 습관이 과연 짧은 시간 동안 유의미하게 변할 수 있을까요? 제 내면에 불신이 이렇게 깊게 뿌리 박혀 있는데, 제가 정말 이 것들을 제대로 잘 끊어낼 수 있을지 자신이 없습니다.
제가 가장 궁금한 건, 다소 불가능하게 보이는 일인 이 부정적인 ‘생각의 전원’을 아예 끄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좀 더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을지입니다. 특히 원치 않는 실수에 대한 자책감과 자괴감이 파도처럼 밀려올 때, 그 감정의 파고에 완전히 잠식되지 않고 제3자의 시선에서 저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가장 구체적이고 실천 가능한 훈련법은 무엇인가요?
억지로 밝은 척하거나 긍정적인 말만 자신을 속이듯 불어 넣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이 불안과 고독감을 재료로 삼아 더 단단한 내면을 다질 수 있는 직관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합니다. 무기력해지는 밤을 견디고, 다시 아침을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습니다.
나를 무너뜨리는 생각의 순환을 끊어내고, 스스로를 좀 더 따뜻하게 대하면서 다시 예전처럼 굳센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가려면 어떤 태도가 가장 필요한지 트로스트에 계신 코치님들의 명쾌하고도 진심 어린 조언을 기다립니다.
코치님 덕분에 고민이 해결되었어요! 정성스러운 조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