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혼이고 현재 만나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서로 결혼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면 미래에 결혼할 수도 있겠죠.
다만 지금의 저에게 결혼은 누구나 일정한 나이가 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시기에 선택하는 것에 더 가까워요.
제가 20대때만 해도 결혼의 ㄱ자도 꺼내지 않던 부모님이 서른살이 되자 슬슬 결혼얘기를 시작하시면서 요즘은 그 빈도와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어요.
제가 우리나라 평균적인 초혼 연령보다 어린데도..이제는 결혼해야 하지 않겠냐 사람을 만나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주기적으로 하십니다.
처음에는 그냥 부모님 세대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저와 부모님은 살아온 시대도 다르고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다르니까요. 그래서 저도 알겠어요 하고 대충 넘겼어요.
그런데 이제는 선자리까지 알아봐 주시기 시작했어요...
요즘 세상에 자만추도 아니고 친한 친구로부터 소개팅도 아닌 어른들 소개의 선은 너무 부담스럽더라고요. 특히나 제가 만나볼 생각도 없는데 자리를 주선하려는 것 자체가요.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선자리에 한번 나간 적이 있으나 저와 너무나 다른 사람이라 두번은 만나고 싶은 마음은 없어서 상대에게 정중히 거절의사를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제가 싫다는 데도 한번만 더 만나보라며.. 점점 선을 넘고 계세요.
심지어 상대의 직업이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나이차이가 심하게 나는 다른 사람과의 주선도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시는 걸 보고 학을 뗐습니다.
제가 결혼을 하고 싶다면 제가 좋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서 서로 충분히 알아가고, 함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단순히 제가 30대가 됐다는 이유로 부모님이 소개해주는 사람을 만나 결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지금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어요.
저는 아직 제 커리어를 더 이어가고 싶고, 지금은 제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데 더 관심이 많아요. 무엇보다 요즘은 결혼적령기라는 말도 잘 하지 않는 시대에, 현재 연애하는 사람조차 없는데 이제 결혼할 나이가 됐으니 결혼해야 한다는 식으로 강요하시는 게 저에게는 너무 순서가 뒤바뀐 것처럼 느껴져요.
좋은 사람을 만나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결혼할 나이가 됐으니 결혼을 위해 사람을 찾아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잖아요.
그래서 저는 부모님께 대화로 설득을 해봤습니다.
자식의 마음, 제 마음이 제일 중요한 거잖아요.
처음에는 최대한 부드럽게 이야기했는데, 이미 부모님의 결혼 강요가 반복되고 있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는 직설적으로, 팩트만 말하게 되더라고요.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는 거라면 이해하겠는데, 지금은 내가 행복할 수 있는 결혼을 원하는 것보다 남들도 다 하니까 너도 해야 한다, 나이가 됐으니 결혼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너무 세게 박히신 것 같다고요.
그리고 부모님께서 주변 사람들에게 우리 자식도 결혼했다 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때문에 저의 결혼을 서두르는 것이라면 그런 생각도 내려놓아 달라고 했어요.
특히 부모님은 제가 나이가 들어 혼자 아프게 되면 어떻게 할 거냐는 이야기도 하세요.
나중에는 간병이 필요할 수도 있고, 혼자 사는 것보다 배우자가 있는 게 낫지 않겠냐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런 이유만으로 결혼을 선택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배우자가 아프면 이혼율이 증가하는 통계까지 보여드렸고, 나중에 제가 정말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생긴다면 결혼이라는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의 외로움이나 간병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지금 원하지 않는 결혼을 하는 건 오히려 더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요.
부모님이 저를 걱정해서 그러시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는 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결혼할 생각이 없고, 앞으로도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계속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답답한 건!! 대화의 출발점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에요.
제가 왜 결혼을 꼭 해야 하느냐고 물으면 부모님은 사람은 당연히 결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세요.
저는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부모님은 결혼을 당연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도돌이표.
심도깊은 대화가 잘 되지 않아 괴로워요.
코치님들이라면 어떻게 하시겠나요?
여전히 우리 사회는 고등학교 졸업을 하면 대학에 가고, 대학에 가면 취업하고, 취업하면 결혼하고, 결혼하면 아이를 낳아야 하는 마치 정해진 수순이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어서 제가 부모님의 가치관을 틀렸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부모님 세대에는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부모님에게는 당연한 인생의 방식이었으니까요.
다만 그 방식이 제 인생에도 똑같이 적용되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인생의 중요한 선택인 만큼, 제가 의사를 믿고 존중해셨으면 하는 마음이에요.
저도 부모님과 계속 부딪히고 싶지는 않아서 대화를 통해 풀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세대 차이가 워낙 크다 보니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결혼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2026년, 더 이상 결혼이나 연애는 필수가 아닌 세상에서, 저와 부모님의 사고 간극을 어떻게 극복하고 잘 대화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계속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보다 아예 결혼 이야기에 선을 긋고 제 선택을 밀고 나가는게 나을지 고민됩니다..
그래도 결혼해보세요 라는 답변보다는 현명한 답변을 기다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말씀처럼 선 자리에 나간 것 자체가 좀 꼬였던 것 같네요ㅠㅠ 앞으로는 서로 설득하기 보다는 서로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볼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