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교대 호텔리어로 일하면서 야간 프론트 데스크를 지키던 시절, 나에게 불면증은 소리 없이 찾아온 재앙이었다. 새벽 내내 에스프레소 샷을 추가한 커피를 들이붓고 아침에 퇴근하면 몸은 부서질 것처럼 실신전인데 정신만 말똥말똥했다. 암막 커튼을 치고 누워도 문틈으로 새어 드는 대낮의 햇빛과 이웃집의 생활 소음 때문에 뇌가 자꾸 낮이라고 인식을 했다.
침대에 누워서도 지금 못 자면 있다가 또 출근해서 망한다는 압박감에 10분마다 스마트폰 시계를 확인하곤 했는데, 그럴 때마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눈알이 스펀지처럼 뻑뻑해지면서 식은땀이 흘렀다. 이 생활을 반복하니 성격은 날카로워졌고 고객의 작은 컴플레인에도 가슴이 두근거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수면 클리닉을 찾았었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 끝에 수면제 대신 생체 리듬을 잡아준다는 전문의약품인 서방형 멜라토닌 1mg을 처방받아 딱 한 달 동안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은 취침 예정 시간 2시간 전인 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매일 규칙적으로 먹었다. 수면제처럼 퓨즈가 뚝 끊기듯 기절하는 건 아니었지만, 누워 있으면 긴장으로 빳빳했던 목과 어깨 근육이 사르르 풀리면서 뇌에 자연스러운 수면 신호가 들어왔다. 덕분에 보통 침대에서 1시간 반 넘게 뒤척이던 입면 시간이 20분 안쪽으로 확 줄었고, 대낮에도 중간에 깨지 않고 4~5시간 동안 통잠을 자는 숙면 루틴이 잡혔다.
아쉬운 점과 부작용 솔직 후기
처음 3~4일 동안은 기상을 하면 머리에 미지근한 물이 가득 찬 것 같은 특유의 몽롱함과 가벼운 두통이 있었다. 잠에서 깼는데도 몸이 천근만근 무거운 느낌이기도 했다. 클리닉에 전화해서 물어보니 내 복용 타이밍이 문제였다. 초반에는 아침에 퇴근하고 집에 와서 침대에 눕기 바로 직전에 약을 먹었는데, 그렇게 하니 일어날 때까지 약 성분이 몸에 남아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복용 시간을 낮 취침 2시간 전인 퇴근길 지하철 안으로 앞당겼다. 기상 시간(저녁 출근 시간) 기준으로 최소 7~8시간 전에 미리 먹어두는 방식으로 바꾸자, 자고 일어났을 때 머리가 무겁던 몽롱한 부작용은 말끔히 사라졌다.
약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 수면 환경을 바꾼 4가지 습관
1. 빛 차단
야간근무를 마치고 나올 때부터 선글라스를 꼈다. 아침 햇살이 눈망울을 통과하는 순간 뇌는 아침이라고 인지한다고 의사쌤이 그러셨다. 집에 오자마자 100% 완벽 암막 커튼을 치고 스마트폰 화면은 쳐다보지도 않았다.
2. 침대 위 30분
의사쌤이 잠이 안 오는데 침대에 누워 버티는 것은 침대를 스트레스 공간으로 인식하는거라 했다.
시계를 치워버리고, 20분이 지나도 잠이 안 오면 미련 없이 침대 밖으로 나왔다. 거실의 은은한 스탠드 불빛 아래에서 지루한 인문학 책을 읽다가 하품이 나올 때 비로소 침대로 복귀했다.
3. 카페인 프리
근무 중 졸음을 쫓으려고 마시던 고카페인 음료와 커피를 전면 금지했다. 대신 퇴근 후 출출할 땐 바나나 1개와 따뜻하게 데운 우유 반 컵으로 허기를 달랬다. 위장에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몸을 따뜻하게 이완시키는 데 최고였다.
4. 시계 멀리 치우기
침대 근처에서 탁상시계를 아예 치워버리고 스마트폰도 손이 닿지 않는 방 구석에 뒀다. 잠이 안 올 때 지금 몇 시지? 몇 시간밖에 못 자네하고 확인하는 순간 뇌가 각성되어 잠이 더 달아나기 때문에 시간 개념을 아예 지워버려야 뇌가 안심하고 잠에 든단다.
교대근무 불면증은 몸이 피곤한 것과 잠이 오는 게 완전히 별개라 약에만 의존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하셔서 나에게 딱 맞는 멜라토닌 복용 타이밍을 의사쌤이 알려주셨고, 퇴근길 선글라스부터 침대 분리까지 철저하게 수면 환경을 통제하는 삼박자가 맞물려야 약 없이도 푹 잘 수 있는 진짜 생체 리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불면증은 단순히 진짜 삶의 의욕과 일상을 송두리째 갉아먹는 무서운 질병이다. 특히 나처럼 남들과 다른 시계로 살아가야 하는 교대근무자들에게는 더욱 가혹하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한 안전한 멜라토닌 복용, 그리고 철저한 빛 관리와 나만의 수면 루틴. 이 삼박자가 맞물렸을 때 불면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