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0년여전쯤에 가족이 하던일이 잘못되고 사정이 예기치 못하게 얽히고설키면서 꽤 오랜 시간 힘든 시간들을 보내야 했습니다.
가족의 사업 실패에 더해 사기문제 까지 겹치면서 매일같이 울리는 독촉 전화와 법적 서류의 압박이 너무 힘들었는데요 그런일들이 갑자기 찾아오니 받아들이는게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때 생긴 깊은 트라우마 때문인지, 어느순간 부터 핸드폰 전화벨만 울리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더라구요. 벨소리를 잔잔한 음악으로 바꿔보고 진동으로도 해봤지만 소용이 없어서, 결국 몇 년 동안 휴대폰을 늘 무음 상태로 설정 해놓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 되면서 사회생활 하면서 그동안 없었던 증상들이 생기기 시작했는데요 언젠가 퇴근길 꽉 찬 지하철 안이었습니다. 사람으로 빼곡한 지하철 안에서 갑자기 순식간에 숨이 안 쉬어지는데 정말 당황했습니다. 순간 너무 무섭더라구요
'이러다 진짜 큰일 나는 거 아닌가' 하는 공포감이 갑자기 들어서 다음 역이 되자마자 내려 한참을 승강장에서 숨을 고르고서야 겨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또 원래 남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에 아무런 거부감이 없던 편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사람들의 시선이 나한테 조금만 집중되어도 가슴이 쿵쾅거리고 식은땀이 나더라구요.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게 힘들어지니까 나도 힘들고 나를 어떻게 사람들이 생각할까? 라는 의식을 하는 순간 증상이 더 심해지더라구요.
일상에서 점점 생활을 하는데 불편하게 하고 증상이 심해지면서 상담이나 치료 받아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다행히도 제 직종이 관련 분야와 어느 정도 연관이 있다 보니, 정신건강의학과 방문에 대한 선입견이나 두려움은 없었습니다. 증상이 더 심해지는 걸 보면서 '이건 혼자 참거나 의지로 극복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당장 전문가를 찾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근처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병원에서 진료를 받고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는데, 의사 선생님께서 다행히 증상 초기에 제때 잘 찾아왔다고 말씀해 주시더라구요. 상태가 아주 심각한 편은 아니니 약물 치료를 가볍게 병행하면서 경과를 보자고 하셨고, 급성 불안이 올 때나 발표 전에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알프라졸람 0.25mg과 인데놀 10mg을 처방받아 왔습니다.
약물 치료도 도움이 되었지만, 내면의 근본적인 트라우마를 다스려야겠다는 생각에 심리상담도 3개월 정도 꾸준히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의 권유로 퇴근 후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무조건 동네 하천변에 나갔습니다. 가볍게 산책을 하거나 러닝을 하면서 땀을 흘리니 가슴속에 얹혀 있던 답답함이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주말에는 집 근처 도서관에 가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에세이나 심리학 책들을 읽으며 나만의 온전한 힐링 시간을 가지기도 했어요.
그렇게 병원 치료와 상담, 그리고 스스로 노력을 기울인 지 몇년이 지났는데요 글을 쓰면서 문득 내 상태가 얼마나 호전되었는지 궁금해져 커뮤니티의 공황장애 자가점검을 진행해 보았습니다. 결과는 다행히 '낮은 수준'으로 나오라구요. 은근히 긴장되긴 했는데 확실히 증상이 호전되긴 한 것 같아요.
한때는 전화벨 소리 하나에 온몸이 경직되고 지하철 타는 것조차 공포였는데, 자가점검표에 찍힌 '낮은 수준'이라는 글자를 보니 그래도 나름의 노력을 하니 나아지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드네요.한때는 정말 힘들었어요. 물론 지금도 공황장애 증상이 없던때처럼 모두 좋아진건 아니지만 전화벨 소리에 몸이 경직되고 쿵쾅 대던 그때를 생각하면 살만하네요...ㅎㅎ
혹시 지금도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원인 모를 답답함으로 밤잠을 설치고 계신 분이 있다면, 혼자 견디며 병을 키우지 마시고 꼭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진료 후 치료 과정에서 저처럼 자가점검을 활용해 나의 호전 상태를 체크해 보는 것도 마음을 안심시키는 데 정말 큰 도움이 됩니다.
스스로를 돌보는 용기를 내시면 반드시 다시 편안한 일상으로 돌아오실 수 있다고 생각하고 확신 합니다. 지금도 마음이 힘든 분들! 우리는 좋아질 자격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