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때부터 교보문고를 지나쳐 가는 일이 많았느데요.
예전에는 그냥 사람들처럼 원래 가던 길만 갔어요.
그런데 교보문고의 명판 글은 계절별로 바뀐다는 얘기를 듣고 그때마다 눈여겨 보게 됐어요.
어느날은 읽고 나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간 적도 있고
어느 날은 그 글귀들이 마음에 확 들어올 때가 있어요.
그런 날은 대체로 마음이 조금씩 지쳤거나, 머릿속이 복잡한 날이더라고요.
바쁘게 지나가다 문장 하나가 딱 걸리면 바로 사진을 찍고 계속 곱씹게 돼요.
별거 아닌 몇 줄인데 이상하게 오래 남아요.
그때마다 “아, 이런 말도 있구나” 하고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살짝 풀어지는 느낌이 들어요.
그래서 첨부된 사진 중에 제가 직접 찍은 사진이 대부분입니다.
그렇게 몇 장 쌓이다 보니까 혼자 보기 아까워졌어요.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찍은 것도 아닌데, 보면 위로가 되고 힘도 조금 나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그 글귀들을 같이 나눠보려고 해요.
제가 좋았던 문장들 중에서 위로 명언으로 읽기 좋은 명언들을 골라봤어요.
🌿 위로 명언
1.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나태주, 풀꽃
너무 유명한 이 명언!
누구나 멀리서 보면 자세히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어떤지 모르죠.
역시 사람은 자세히 보고, 오래 알고 지내야 진가를 알게 되는 법이란 걸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것 같거든요.
2. 미소 짓는 너의 얼굴은 여름날 장미꽃처럼 가장 따분한 곳까지 향기롭게 해.
— 나희덕, 여름의 끝
이 문장은 웃어! 힘내! 같은 직설적이고 1차원적은 문장은 아니에요.
그냥 살아 있는 모습 자체가 주변을 부드럽게 만든다는 말인데요.
웃음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말이기도 해요.
3. 겨울 들판을 거닐며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을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기로 했다.
— 이상국, 겨울 들판을 거닐며
힘든 시기가 찾아오면 스스로를 자책하고 너무 빨리 판단해버리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연애가 안 풀리면 사랑을 못하는 사람이고
하지만 이 문장은 내가 지금 잘 안 풀린다고 하더라도, 공백이 느껴진다 하더라도, 그것을 아무것도 없다고 결핍으로 단정하지 말라고 말해줘요.
4. 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어떤 시간은 반으로 접힌다. 펼쳐보면 다른 풍경이 되어 있다.
출근 → 퇴근 → 집 → 잠.
습관처럼 반복되는 날들.
내가 움직여서 가고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난 거더라구요.
그러니까 지금의 내가 정체된 것이 아니라 통과 중인 것이고,
가만히 있어도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조금씩 자라고 있을 거예요!
지금 아무 변화 없어 보여도, 언젠가 펼쳐보면 다른 풍경일 거야!
5. 내를 건너서 숲으로, 고개를 넘어서 마을로. 나의 길은 언제나 새로운 길.
— 윤동주, 새로운 길
저는 윤동주 시인의 시를 참 좋아해요.
보통 새로운 걸 시작해야만 도전이라고 생각할 때도 있는데 지금 내가 하는 선택, 심지어 남들이 말리는 방향이라도 내가 직접 걷는 순간 그땐 내 길이 되고 내 방식이 되는 것 같아요.
6.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 박두진, 대추 한 알
태풍과 천둥이 오더라도 대추는 결국 붉어집니다!
7. 이상하지, 살아 있다는 건, 참 아슬아슬하게 아름다운 일이란다.
— 최승자, 20년 후에, 자에게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라는 말이 문득 떠오르는 문장이에요.
8.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기적이라는 단어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생각해보면 기적이란 게 정말 말 그대로 꼭 기적적인 특별한 사건만 뜻하는게 아닌 것 같아요.
힘든데도 출근한 날,
힘들고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도 해야할 일을 묵묵히 해낸 날.
오늘 하루도 그렇게 버틴 날
우리는 어쩌면 이미 너무 잘 살아온 사람들인지도 몰라요.
그래서 미래도 그렇게 살아낼 수 있다고 등을 토닥토닥해주는 듯한 문장이에요.
9. 이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
— 카를로 로벨리,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인생이 힘들 때마다 왜 이러지? 라는 질문을 멈추게 되고, 공허함이 느껴져요.
그래서 처음에 이 글귀를 보고 그런가? 하며 생각을 해봤어요.
사랑하고, 질문하는 능력이라..
바보 같아 보이는 질문도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도 우리 안에 여전히 생기가 남아 있다는 증거예요.
그걸 잃지 않았다면 아직 괜찮습니다!
10. 구부러진 길이 좋다. 들꽃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류시화, 홀로서기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인 것처럼
굽이치는 길은 느리고 답답하지만 들꽃도 펴고, 꽃향기도 느낄 수 있잖아요.
삐뚤어진 선택, 돌아간 인생, 불완전한 하루를 보낸 사람도 실패한 게 아니라 그런 풍파를 겪은 사람이 어떻게 보면 앞으로 살아갈 날을 더 유연하게 보낼 수 있지 몰라요!
어쩌면 그보다 먼저 필요한 건 내가 또는 남들이 기대하는 역할을 잠시 내려놓고, 숨을 고르는 것도 필요한 것 같아요.
이 글귀들을 읽다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요.
모두가 힘내, 나아질거야 이렇게 쉽게 말한다기 보다는 “괜찮아, 지금도 충분히 잘 버티고 있어”라고 말해주는 위로라서 더 좋더라구요.
비록 내가 구부러지고 천둥과 풍파를 맞아 비에 홀딱 젖었다 해도, 우리 모두 예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