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네이버 파워블로그를 보는듯한 글이네요 .. ㅎㅎ
최근 몇년간 12월 31일에서 1월 1일로 넘어가는 순간을 그다지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달력의 숫자가 12/31에서 1/1로 하나 바뀐다고 해서 삶이 갑자기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해가 바뀐다고 어제까지 나를 괴롭히던 고민이 사라지지도 않고, 며칠 몇달을 미뤄둔 일들이 저절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니까요. 오히려 같은 문제를 안은 채 또 한 해를 맞이하는 찜찜한 기분이 들 때도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새해가 되면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느낌은 분명히 있습니다. 지난 시간을 자연스럽게 돌아보게 됩니다. 저는 잘해낸 일보다 아쉬웠던 장면들이 먼저 떠오르네요. 갈팡질팡하며 선택을 망설였던 순간들, 괜히 타인의 기준에 맞추느라 스스로를 설득하며 타협했던 기억들도 함께 따라옵니다.
이런 과정은 늘 유쾌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의미 없는 시간도 아닙니다. 그렇게 돌아본 시간들이 쌓여야 다음 나아갈 방향을 고민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해라는 것은 삶을 전면 수정하는 계기라기보다, 방향을 다시 점검해볼 수 있는 시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마음으로 새해를 생각하던 중, 오래전에 보았던 명작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떠올랐습니다.
이 영화는 흔히 말하는 성공담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한 인물이 얼마나 많은 것을 이루었는지보다, 그가 어떤 태도로 시간을 통과해왔는지를 차분하게 보여줍니다.
베트남전쟁, 냉전시대, 사랑, 이별, 성공과 실패 같은 미국과 포레스트 개인의 굵직한 사건들이 연이어 등장하지만, 영화는 그것들을 과장해서 보여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평범한 일상처럼 흘려보냅니다.
그래서인지 새해가 되어 느끼는 막연한 기대와 부담이 동시에 떠오르는 이맘 때, 이 영화가 유독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 속 포레스트 검프는 인생의 큰 목표를 세우지 않습니다. 그는 장기적인 계획이나 분명한 비전을 말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눈앞에 주어진 일을 해내고, 누군가가 필요로 하면 곁에 머뭅니다. 달려야 히면 달리고, 떠나야 할 때가 오면 떠납니다. 그 단순한 선택들이 이어지며 그의 인생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 모습은 새해마다 거창한 목표를 세웠다가 스스로를 실망시키곤 했던 제 모습과 자연스럽게 겹쳐 보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대사는 새해를 대하는 태도에도 잘 어울립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서 무엇을 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이 말은 인생의 불확실성을 낭만적으로 포장하지도, 비관적으로 단정하지도 않습니다. 다만 알 수 없다는 사실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합니다.
새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세워도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 순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는 언제나 생기고, 그로 인해 처음 세웠던 계획이 수정되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계획이 틀어졌다고 자책하기보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다음 선택을 고민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새해를 맞으며 제가 가장 먼저 정리하고 싶은 목표는 삶의 속도를 제 기준으로 다시 맞추는 일입니다.
그동안은 남들과 비교하며 뒤처지지 않기 위해 속도를 올리는 데만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빠르게 가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안심시키는 기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달리다 보면 왜 달리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릴 때가 많았습니다.
포레스트 검프를 떠올리면, 그는 언제나 자신의 보폭으로 움직입니다. 달려야 할 때는 이유를 길게 설명하지 않고 달리고, 멈춰야 할 때는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멈춥니다.
이 태도는 다음 명언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새로운 시작은 언제나 지금이다.” – 칼 세이건
이 문장이 저에게 새해라는것에 거대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위안을 줍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방향을 조금 수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새로운 시작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포레스트 검프가 특별한 결심이나 선언 없이도 다음 장면으로 계속 이동하듯, 저 역시 거창한 각오보다 지금 할 수 있는 선택부터 이어가고 싶습니다.
영화 속에서 포레스트 검프는 수많은 실패, 오해와 시행착오를 겪지만, 그것을 실패로 정의하려 하지 않습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이는 선택들도 그에게는 그저 해야 할 일이었을 뿐입니다.
그는 결과를 계산하기보다 행동을 먼저 선택합니다. 달리기 시작했으면 발이 저절로 멈출 때까지 달리고, 약속을 했으면 이유를 붙이지 않고 지키려고 합니다. 이 단순한 반복은 새해 목표를 세울 때마다 결과에 집착해왔던 제 태도를 돌아보게 했습니다.
이 지점에서 어울리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반복적으로 행하는 것의 총합이다. 그러므로 탁월함은 행동이 아니라 습관이다.” – 아리스토텔레스
새해에는 단번에 눈에 띄는 성취보다, 하루의 습관을 조금씩 정돈하는 데 집중해보려 합니다. 매일 조금씩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확보하는 것. 하루의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정도의 목표가 제게는 오히려 오래 지속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포레스트 검프가 보여준 일상의 반복과도 닮아 있습니다. 특별하지 않아 보여도, 그 반복이 결국 삶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독서와 사유의 중요성을 떠올리게 하는 명언도 새해 목표에 포함시키고 싶습니다.
“독서는 사람을 충만하게 하고, 대화는 민첩하게 하며, 글쓰기는 정확하게 한다.” – 프랜시스 베이컨
바쁘다는 이유로 책을 멀리했던 시간이 길었습니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채 책장에 꽂혀 있는 책들을 볼 때마다 마음이 불편합니다. 새해에는 읽고, 생각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통해 삶을 조금 더 정확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포레스트 검프가 자신의 인생을 회상하며 담담히 이야기하듯, 저 역시 제 시간을 정리할 언어를 차분히 쌓아가고 싶습니다.
또 하나의 목표는 실패를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를 갖는 것입니다.
실패를 걱정하다 보니 시도 자체를 미루었던 순간들이 떠오릅니다. 하지 않은 선택은 실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잠시 마음을 편하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이럴 때마다 떠올려야 하는 말이 있습니다.
“나는 실패한 적이 없다. 작동하지 않는 1만가지 방법을 발견했을 뿐이다.” – 토머스 에디슨
이 말은 결과가 좋지 않았던 선택들 역시 좋은 경험으로 남긴다는 점에서 포레스트 검프의 삶과도 닮아 있습니다. 포레스트는 자신의 선택을 분석하거나 합리화하려 애쓰지 않습니다.
다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두고, 다음 선택을 이어갑니다. 그 태도는 새해를 맞는 제 마음에도 부담을 덜어줍니다.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할 때는 빅터 프랭클의 문장이 여전히 기준이 되어줄겁니다.
“삶의 의미는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있다.” – 빅터 프랭클
새해에는 바꿀 수 없는 조건 앞에서 낙담하기보다, 제가 선택할 수 있는 태도에 더 집중하고 싶습니다. 이는 시대와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냈던 포레스트 검프의 모습과도 닮아 있습니다. 그는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기 삶의 태도만 일관되게 끝까지 유지합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포레스트 검프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내가 왜 달렸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 영화 <포레스트 검프> 중에서
이 대사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은 시간도 삶의 일부라는 사실을 인정하게 합니다.
새해를 맞으며 모든 이유와 목표를 또렷하게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때로는 이유를 모른 채로 걷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의미가 보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새해를 맞는 제 마음을 정리해주는 명언을 하나 더 마음에 새겨두려 합니다.
“당신은 언제든 새로운 목표를 세우거나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 – C.S. 루이스
이 문장은 새해를 반드시 완전히 새로워져야 하는 부담의 시간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이미 걸어온 길 위에서도 방향을 조금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지금까지의 선택이 틀렸어도 다시 수정하면 된다는 점에서, 이 말은 새해를 맞는 제 마음을 한결 가볍게 만듭니다.
저의 2026년은 삶을 새로 쓰겠다는 격정적인 선언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오늘을 조금 더 성실히 살아보겠다는 다짐에서 출발합니다.
포레스트 검프처럼, 이유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어도 주어진 하루를 지나치지 않고 살아가는 것. 남들과 비교하지 않고, 제 속도로 걸어가는 것. 그 정도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지만, 그 시간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저는 이 명언들과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교훈을 통해 새해에는 어떤 어려움 앞에서도 어제보다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겠다는 최종 목표를 세웠습니다.
늘 좋은 날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나쁘지 않은 날들이 더 많은 2026년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무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