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자려고 누웠을 때, 혹은 멍하니 창밖을 볼 때 불쑥불쑥 과거의 이불킥 순간들이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인데도 자꾸만 머릿속에서 무한 반복 재생이 되면서 스스로를 갉아먹곤 하잖아요?
돌이킬 수도 없는 지난 실수나 후회스러운 선택들을 곱씹느라, 정작 가장 빛나야 할 지금 이 순간을 하염없이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닌가 싶을 때가 많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지 않는 이상 절대 바꿀 수 없는 어제의 일들에 얽매여서, 오늘 우리가 내디뎌야 할 소중한 한 걸음마저 너무 무겁게 만들곤 하잖아요. 과거의 늪에 빠져 허우적댈수록 몸과 마음은 걷잡을 수 없이 지쳐간다는 것을 머리로는 뻔히 아는데 그게 마음처럼 쉽게 털어지지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옥을 만들어두고 스스로를 가둬두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게 과거의 짙은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끝없는 자책으로 밤을 지새우던 중 우연히 시선을 사로잡는 문장 하나를 발견했어요. 저에게 있어 복잡하게 엉켜있던 머릿속을 꽤나 환하게 비춰주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과거는 잊어버리고 다른 일에 몰두하자.
이것이 고민의 해결이다.
전설적인 권투 선수 잭 뎀시가 남긴 이 짧고 묵직한 한마디가 어쩌면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명쾌한 해답일지도 모르겠네요.
사각의 링 위에서 숱한 주먹을 맞고 쓰러지고 또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했을 그가 온몸으로 깨달은 진짜 승리의 비결은, 방금 맞은 펀치의 아픔이나 지나간 라운드의 뼈아픈 실수에 머물러 있는 게 아니라 눈앞에 닥친 다음 경기에 온 마음과 체력을 던지는 것이었겠죠?
쉼 없이 흘러가는 우리 인생의 링 위에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이미 엎질러진 물 앞에서 울고 있기보다는 지금 당장 내가 몰입할 수 있는 새로운 일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만이 유일하고 확실한 돌파구가 되어주곤 합니다.

이 지독한 고민의 고리를 끊어내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오히려 그 고민과 정면으로 맞서 싸우려 애쓰는 게 아니라, 아예 시선을 휙 돌려버리고 새로운 무언가에 흠뻑 빠져드는 것이더라고요. 무언가에 깊이 몰두해서 땀을 흘리는 그 순간만큼은 뇌가 과거의 후회가 비집고 들어올 단 1mm의 틈조차 내어주지 않으니까요.
그 무언가가 꼭 세상이 인정하는 대단한 목표일 필요는 전혀 없어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도록 동네를 한 바퀴 힘차게 달려본다거나, 평소 읽고 싶었던 책에 푹 빠져본다거나, 아니면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밀린 설거지와 청소를 하며 묵은 먼지를 시원하게 닦아내는 단순한 활동이어도 충분합니다.
내 신경을 오직 현재 마주한 행동에 곤두세울 때 비로소 우리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과거의 찌꺼기들은 스르르 힘을 잃고 흩어져 버릴거예요.
멍하게 앉아 지난날을 되새김질할 여유조차 없게 몸과 마음을 바쁘게 움직이는 것, 그것이 바로 고민을 잠재우는 가장 훌륭한 처방전인 셈이죠. 그렇게 현재에 몰두하며 하루하루 쌓아 올린 작은 에너지들은 결국 거대한 고민의 산을 조용히 허물어뜨려 줄 거라고 생각해요.
혹시라도 지금 어제의 후회라는 무거운 배낭을 짊어진 채 헉헉거리며 힘겹게 오늘을 버티고 있다면, 이제는 그 쓸모없는 짐을 과감하게 내려놓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당장 내 가슴을 뛰게 하거나 온전히 마음을 쏟을 수 있는 새로운 무언가를 향해 기꺼이 고개를 돌려보는 건 어떨까요?
우리가 살아 숨 쉬고 내 손으로 직접 바꿀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은 죽어버린 과거가 아니라 펄떡펄떡 뛰고 있는 바로 지금 이 순간뿐입니다. 과거라는 무거운 닻을 미련 없이 끊어내고, 새로운 일에 몰두하는 에너지를 돛 삼아 다들 자신만의 찬란한 오늘을 향해 시원하게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_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