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잠님 굿모닝이에요 ㅎㅎ 아 저 방금 한강시인님 시 하나를 게시글에 올렸는데 이거 이거 완전 찌찌뽕입니다 !! 어쩜 이렇게 같은 생각을 ^^ 어제 한강님 노벨문학상 소식듣고 정말 뿌듯하고 기뻤어요 ㅎㅎ 이럴땐 국뽕이 용솟음 치는게 당연하겠죠 ♥
서시 - 한강
어느 날 운명이 찾아와
나에게 말을 붙이고
내가 네 운명이란다, 그동안
내가 마음에 들었니, 라고 묻는다면
나는 조용히 그를 끌어안고
오래 있을 거야.
눈물을 흘리게 될지, 마음이
한없이 고요해져 이제는
아무것도 더 필요하지 않다고 느끼게 될지는
잘 모르겠어.
당신, 가끔 당신을 느낀 적이 있었어,
라고 말하게 될까.
당신을 느끼지 못할 때에도
당신과 언제나 함께였다는 것을 알겠어,
라고.
아니, 말은 필요하지 않을 거야.
당신은
내가 말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을 테니까.
내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후회했는지
무엇을 돌이키려 헛되이 애쓰고
끝없이 집착했는지
매달리며
눈먼 걸인처럼 어루만지며
때로는
당신을 등지려고 했는지
그러니까
당신이 어느 날 찾아와
마침내 얼굴을 보여줄 때
그 윤곽의 사이 사이,
움푹 파인 눈두덩과 콧날의 능선을 따라
어리고
지워진 그늘과 빛을
오래 바라볼 거야
떨리는 두 손을 얹을 거야.
거기,
당신의 뺨에,
얼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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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는 2013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에 실린 서시라는 작품입니다.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으신 한강님은
처음에는 시인으로 등단하셨다가 훗날 소설가로 활동을 시작하셨습니다.
마키에도 책과 글을 사랑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이번 노벨문학상은 우리 모두의 기쁨이네요.
이번 한강님의 노벨문학상을 시작으로
앞으로 한국 문학이 더 발전하고 사랑받았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