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러스트 ADHD 자가점검을 해봤다.
결과는 심화 단계인 66점이 나왔다.
집중을 유지하거나 해야 할 일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크게 느껴질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주의력결핍은 36점 만점에 33점,
과잉행동·충동 영역도 36점 만점에 33점으로 두 영역 모두 높은 점수가 나왔고, 현재는 특히 주의력결핍 쪽의 어려움이 조금 더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 자가점검 전,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었나요?
해야 할 일이 머릿속에는 계속 맴돌았지만 막상 시작하는 것이 너무 어려웠다. 겨우 시작해도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생각으로 빠져버리고, 원래 하던 일을 잊어버리는 일이 반복됐다. 휴대폰 알림이 없어도 무의식적으로 화면을 켜고 이것저것 둘러보게 됐고, 잠깐만 확인해야지 했던 것이 어느새 수십 분, 길게는 한두 시간이 지나 있는 경우도 많았다.
3일은 집에서 자유롭게 근무하는데 주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을 집어 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계속 보게 된다. 정신을 차려보면 두세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원래 아침에 하려고 했던 일은 시작조차 못 한 채 점심시간이 되어버리는 날도 적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오늘도 또 시간을 허비했다는 후회가 밀려왔지만, 다음 날이 되면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나 자신이 너무 답답했다. 해야 할 일은 계속 쌓여가는데 몸은 쉽게 움직이지 않고, 마음만 점점 더 조급해지는 생활이 이어지고 있다.
사람들과 대화할 때도 상대방 이야기에 끝까지 집중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들으려고 노력하는데도 중간에 다른 생각이 떠올라 딴 생각에 빠져서 상대방 이야기를 놓쳐버리는 경우가 많아서 대화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곤했다.
일정도 할말이 많은데, 분명 확인을 했는데도 혹시 내가 잘못 기억하는 건 아닐까 하는 불안감이 계속 들었다. 예를 들면 내일 회사에서 진행하는 미팅 시간도 여러 번 확인하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책상 달력에 다시 적어두고, 휴대폰 리마인더까지 설정해야 겨우 안심이 됐다. 이렇게까지 해야 중요한 일을 놓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메모와 알림에 의존하는 생활을 하고 있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런 모습 때문에 점점 자신감을 잃어갔다는 점이었다. 열심히 해보려고 마음먹어도 집중이 흐트러지고 실수가 반복되다 보니 결국 스스로를 게으르고 의지가 부족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다른 사람들은 당연하게 해내는 것 같은 일들이 나에게는 왜 이렇게 어려운지 이해할 수 없었고, 노력해도 결과가 따라주지 않으니 자신감은 점점 떨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나만 이렇게 사는 것 같은지 답답한 마음이 커져갔다.
2. 자가점검 결과는 어땠나요?
결과는 심화 단계인 66점이었다. 집중을 유지하거나 해야 할 일을 이어가는 데 어려움이 크게 느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보면서 평소 내 생활과 너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주의력결핍과 과잉행동·충동 영역이 모두 높은 점수였고, 현재는 주의력결핍 쪽의 어려움이 조금 더 두드러진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결과 해석에는 집중, 정리,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일상에 큰 영향을 주고 있을 가능성이 있고, 스스로를 자책하며 지냈을 수도 있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문장을 보는 순간 그동안 내가 느꼈던 답답함이 떠올랐다. 또 ADHD 경향성은 의지 부족이나 게으름 때문이 아니라 주의집중과 충동 조절 방식의 차이와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이 좀 인상 깊었다.
3. 자가점검 후 어떻게 하셨나요?
아직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나 치료를 받은 것은 아니고, 결과를 보고 나니 그냥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ADHD가 있는 것인지 전문가의 평가를 받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계속 들고 있다가도 혹시 내가 너무 과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도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반복됐던 어려움을 생각하면 혼자 참고 버티는 것보다 정확하게 확인해 보는 것이 더 나을 듯 싶다.
4. 지금은 어떻게 관리하고 있나요?
아직 치료를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생활습관부터 조금씩 바꾸려고 노력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한꺼번에 적기보다 가장 중요한 것부터 하나씩 메모하고, 알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야 할 일을 최대한 작은 단위로 나눠 시작하는 연습도 하고 있다.
집중이 흐트러질 것 같은 환경에서는 휴대폰을 멀리 두거나 방해 요소를 줄이려고 노력한다. 완벽하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예전보다 스스로를 무조건 탓하기보다 지금은 왜 이런 어려움을 겪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가장 큰 변화인 것 같다.
5. 자가점검을 망설이는 분에게 한마디 해 주세요.
처음에는 괜히 검사했다가 안 좋은 결과가 나오면 더 불안할 것 같았는데 막상 해보니 지금까지 느껴왔던 어려움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것 같고, 자가점검만으로 진단을 내릴 수는 없지만, 혼자 앓으며 자신을 탓하는 것보다는 현재 상태를 확인해 보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결과가 높게 나왔다고 너무 겁먹을 필요도 없고, 낮게 나왔다고 무조건 괜찮다고 단정할 필요도 없는 것 같다. 이번 자가점검을 통해 그동안의 어려움을 조금 더 이해하게 됐고, 앞으로는 혼자 참기보다 필요하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