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우리가 교과서에서 배운 성웅 이순신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 들어요. 훨씬 더 인간적인 모습이 보이거든요. 어떤 날은 비가 온다고 적고, 또 어떤 날은 어머니 생각이 나서 잠을 못 잤다고 쓰고요. 전쟁 중인데도 매일 일기를 꼬박꼬박 남겼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좀 놀랍기도 해요. 그래서 이 기록들을 보면, 이순신 장군의 성격이 어땠을지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MBTI로 한번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었어요.
일단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엄청난 규칙성이에요. 날씨, 누가 찾아왔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훈련은 어땠는지 이런 걸 거의 매일 빠짐없이 기록해요. 전쟁 중에도 이 루틴이 깨지지 않았다는 게 진짜 대단한 부분 같아요. 뭔가 계획 세우고 체크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스타일인데, 이런 건 즉흥적인 사람보다는 계획적인 사람 쪽에 더 가깝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MBTI로 보면 J 성향이 강하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돼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일기 속에서 감정 표현이 꽤 솔직하게 드러난다는 점이에요. 부하 장수가 명령을 어기면 한심하다고 적고, 겁을 내면 또 그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남기기도 해요. 원균에 대한 평가도 꽤 날카롭게 쓰여 있어서 읽다 보면 요즘 사람들 뒷담화 보는 느낌도 조금 있고요. 이런 걸 보면 원칙과 규율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람이라는 게 느껴져요. 잘못하면 그냥 넘어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이런 부분은 T 성향처럼 보이기도 해요.
근데 또 한편으로는 완전히 다른 모습도 보여요. 아들이 전사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깊은 슬픔을 그대로 기록해요. 하늘이 너무 무심하다고 하면서 차라리 내가 죽고 아들이 살았어야 한다는 말까지 남기거든요.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며칠 동안 제대로 못 먹었다는 내용이 있고요. 이런 걸 보면 단순히 냉정한 사람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감정이 굉장히 깊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겉으로는 원칙을 지키는 모습이지만 속으로는 계속 사람을 생각하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좀 그런 복잡한 면이 보이더라고요.
그리고 일기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들이 “혼자”, “잠이 안 온다”, “가만히 생각했다” 이런 것들이에요. 혼자 있는 시간,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많은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누군가랑 떠들기보다는 조용히 자기 생각을 정리하는 쪽에 가까운 느낌이에요. 그래서 외향적인 타입보다는 내향적인 I에 더 가깝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걸 다 합쳐서 보면 ISTJ 같기도 하고, 또 어떤 부분은 INFJ 같기도 해요. 계획적이고 책임감 강한 모습은 ISTJ 느낌이 강한데, 내면의 감정이나 사명감 같은 건 또 INFJ처럼 보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딱 하나로 딱 잘라 말하기는 좀 어려운 것 같아요. 그냥 실행력은 ISTJ인데 속은 INFJ 같은 그런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요.
사실 생각해보면 400년 전 사람을 MBTI로 나누는 게 맞나 싶기도 해요. 너무 억지일 수도 있고요. 그래도 난중일기를 읽다 보면, 이런 식으로라도 이순신 장군을 조금 더 가까이 이해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괜히 더 인간적으로 느껴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