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 상사 대처법 — 지옥 같았던 2년 극복기

직장에 나타난 나르시시스트

 

최근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글을 볼 때마다 제 심장은 여전히 철렁 내려앉습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제 일상을 완전히 무너뜨렸던, 그리고 제 스스로를 쓸모없는 인간으로 여기게 만들었던 직장 상사와의 2년이 고스란히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많은 용기가 필요했지만 저와 같은 고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 끔찍했던 시간과 제가 어떻게 그곳에서 빠져나왔는지 상세히 적어보려 합니다.

처음 부서에 배치받고 그 팀장님을 만났을 때만 해도 저는 제 회사 생활에 엄청난 행운이 찾아온 줄 알았습니다. 업무 능력은 물론이고 겉으로 보여지는 언변이 굉장히 화려했으며 무엇보다 갓 부서에 들어온 저를 유독 살뜰히 챙겨주었기 때문입니다. 업무적인 조언을 넘어 개인적인 고민까지 들어주며 밥과 술을 사주던 그 모습은 완벽한 멘토 그 자체였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 모든 과잉 친절은 저라는 사람을 철저하게 파악하고 자신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한 교묘한 사전 작업에 불과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기소 0.36%에 불과…'괴롭힘 방치법' 될라-사회ㅣ한국일보

관계의 양상이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한 것은 제가 부서 업무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제 목소리를 조금씩 내기 시작할 무렵부터였습니다. 가장 끔찍했던 것은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교묘한 가스라이팅과 기억 조작이었습니다. 분명히 구두로 A라는 방향으로 기획안을 수정하라고 지시를 내려놓고 막상 결과물을 가져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자신이 지시한 적 없는 내용을 왜 마음대로 적어오냐며 팀원들이 다 듣는 자리에서 저의 이해력과 지능을 깎아내리는 모욕적인 언사를 서슴지 않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정말 제가 회의 시간에 집중을 못해서 잘못 들은 것이라고 뼈저리게 자책하며 스스로를 갉아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무한 반복되면서 저는 점점 제 판단력과 기억력을 불신하게 되었습니다. 메일이나 메신저로 명확하게 남은 증거를 들이밀어도 상사는 교묘한 말장난으로 본질을 흐리며 결국 제 잘못으로 귀결시켰습니다. 문맥을 파악하지 못한다거나 융통성이 없다는 식의 인신공격이 이어졌고 나중에는 제가 의견을 꺼내는 것조차 두려워하게 만들었습니다. 자신이 저지른 명백한 업무적 실수는 어떻게든 부하 직원들의 탓으로 교묘하게 포장해 전가하면서도 팀의 모든 성과와 타 부서의 칭찬은 오롯이 자신만의 공로로 가로채는 뻔뻔함을 보였습니다.

 

더욱 견디기 힘들었던 점은 부서 내의 사람들을 철저하게 이간질하며 저를 심리적으로 고립시킨 것입니다. 저를 따로 회의실로 불러내어 다른 동기나 선배들의 험담을 은밀하게 늘어놓았고 저에게만 특별히 알려주는 비밀인 것처럼 포장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그 상사가 다른 팀원들에게 가서는 저에 대한 치명적인 뒷담화를 퍼뜨리며 서로를 불신하게 만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결국 팀원들은 서로를 경계하며 소통을 단절하게 되었고 오직 그 팀장 한 사람만을 통해서만 정보가 흐르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기형적인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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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지옥 같은 환경에서 1년 넘게 시달리다 보니 제 몸과 마음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버렸습니다. 일요일 오후만 되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고 숨이 턱턱 막히는 공황 증세가 찾아왔습니다. 평소에 좋아하던 취미 생활은 모두 의미를 잃었고 퇴근하고 집에 오면 불도 켜지 않은 채 누워서 천장만 바라보는 날들이 허다했습니다. 원래 매사에 긍정적이고 자신감 있던 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저 내일 상사의 기분이 나쁘지 않기만을 바라는 눈치 보는 기계로 전락해버린 제 모습이 너무나도 비참했습니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 같다는 위기감에 저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습니다. 여러 차례의 긴 상담 끝에 선생님께서는 제 상사의 행동 양식이 전형적인 악성 자기애성 성향, 즉 나르시시스트의 표본이라는 것을 짚어주셨습니다. 그들이 어떻게 타인의 감정을 착취하고 통제하며 자신의 부풀려진 자아를 유지하는지 그 매커니즘을 이해하게 된 순간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동안 제가 무능해서 겪은 일련의 고통들이 사실은 제 잘못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폭력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제 극복의 첫걸음이었습니다.

 

그레이락(Gray Rock) - 나르시시스트를 상대하는 방법, 회색돌 기법 | 강남심리상담센터 해맑음 : 네이버 블로그

사진 출처: 강남심리상담센터

 

그날 이후 저는 상사를 대하는 태도를 완전히 바꿨습니다. 감정적인 동요를 일절 보이지 않는 이른바 회색 돌기법을 철저하게 실행에 옮겼습니다. 상사가 무리한 트집을 잡거나 인신공격을 할 때 예전처럼 억울해하며 해명하거나 울먹이는 대신 영혼 없는 표정으로 네 알겠습니다 수정하겠습니다 라고 짧고 건조하게만 대답했습니다. 그들이 가장 원하는 것은 타인의 고통받고 억울해하는 감정적인 반응이라는 것을 알았기에 철저하게 그 먹잇감을 차단해 버린 것이더라고요.

 

이와 동시에 저는 생존을 위한 철저한 기록을 시작했습니다. 지시 사항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반드시 사내 메신저나 이메일을 통해 다시 한번 텍스트로 확인받는 절차를 거쳤습니다. 통화나 대면 보고 시에는 예외 없이 녹음 앱을 켜두었고 날짜와 시간 그리고 그날의 상황을 육하원칙에 따라 제 개인 파일에 빼곡하게 기록해 나갔습니다. 상사가 또다시 말을 바꾸거나 책임을 전가하려 할 때마다 저는 감정을 완전히 배제한 채 예전에 남겨둔 기록과 캡처본을 조용히 첨부하여 대응했습니다. 자신의 거짓말이 더 이상 통하지 않고 명백한 물증 앞에 직면하자 상사는 서서히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며 저를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결정적인 순간은 부서 전체의 성과가 걸린 큰 프로젝트에서 상사가 또다시 치명적인 실수를 저에게 덮어씌우려 했을 때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동안 모아두었던 녹취록과 이메일 기록 그리고 업무 지시 타임라인을 모두 정리하여 상위 부서장과 인사팀에 정식으로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감정을 덜어내고 오직 객관적인 사실과 증거만을 바탕으로 그간의 부당한 업무 지시와 책임 전가 사례를 조목조목 짚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는 명백한 증거들 앞에서 상사는 변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고 결국 사건은 공론화되어 저는 즉각적인 타 부서 이동 발령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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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를 옮기고 새로운 환경에서 일하게 된 지 어느덧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처음에는 새로운 부서 사람들도 언제 돌변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방어적으로 대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제 페이스를 되찾고 일상의 평안을 누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출근할 때 더 이상 가슴이 조여오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이 감사합니다.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것은 그들의 비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상식선에서 이해하려 노력하고 그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직장이나 혹은 가까운 관계에서 원인 모를 우울감과 억울함에 시달리며 매일 밤 숨죽여 우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채워지지 않는 밑빠진 독에 물을 붓고 있는 것 같다면 당장 상대방이 나르시시스트가 아닌지 객관적으로 돌아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말을 가장 힘주어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은 그들이 깎아내리는 것처럼 무능하거나 부족한 사람이 절대 아니며 지금 겪고 있는 그 지옥 같은 상황은 결단코 여러분의 잘못으로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자신을 잃지 마시고 철저하게 감정을 분리하여 냉정하게 대처하시기를, 그리고 하루빨리 그 병든 관계에서 무사히 탈출하시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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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9
  • 익명6
    객관적인 증거로 당당하게 부서 이동을 이뤄내신 결단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앞으로의 직장 생활에는 늘 좋은 사람만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익명2
    작성자
    따뜻한 댓글 덕분에 오늘 하루 큰 위로와 힘을 얻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증거를 모으고 인사팀에 가기까지 참 많은 용기가 필요했는데, 제 선택을 당당한 결단력이라고 인정해 주셔서 마음이 뭉클하네요. 앞으로는 더 이상 상처받지 않고 제 페이스를 지키며 일하려 합니다. 익명6님의 매일도 늘 평온하고 좋은 사람들로만 가득 채워지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겠습니다!
  • 익명5
    2년 동안 매일 상사의 기분과 말 한마디를 살피며 일해야 했다면 얼마나 마음이 지쳤을지 글만 읽어도 느껴져요. 처음에는 좋은 멘토라고 믿었던 사람이 오히려 자신의 판단과 자신감까지 흔들어 놓았다는 게 더 큰 상처였을 것 같아요.
    
    특히 지시를 해놓고 나중에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하거나 잘못을 부하 직원에게 돌리는 상황이 반복되면 누구라도 자기 기억과 능력을 의심하게 될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기록을 남기고 감정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결국 객관적인 자료를 가지고 도움을 요청하신 게 정말 잘하신 것 같아요.
    
    무엇보다 환경을 옮긴 뒤 다시 본래의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는 부분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가 계속 나를 무능한 사람처럼 느끼게 만든다고 해서 정말 내가 부족한 사람인 것은 아니니까요. 지금도 비슷한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다면 혼자 참고 버티면서 모든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자신의 마음과 일상을 지키기 위해 거리를 두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충분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익명2
    작성자
    제 글을 진심으로 읽고 깊이 공감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댓글을 읽는 내내 제 지난 2년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닿았다는 생각에 마음이 울컥해지네요.
    
    말씀하신 것처럼 처음에는 좋은 사람인 척 다가와 교묘하게 제 판단력과 자존감을 무너뜨렸기에, 그 늪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더 힘들고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내가 정말 부족한가?'라며 매일 밤 제 기억을 의심하고 자책하던 순간들이 가장 고통스러웠거든요.
    
    그래도 더 이상 제 자신을 잃고 싶지 않아 시작한 기록과 회색 돌기법이 저를 살리는 열쇠가 되어주었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인 사실로만 맞섰을 때 비로소 그 단단해 보였던 상사의 가짜 자아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은 부서를 옮겨 아침에 숨이 막히지 않는 것만으로도 매일 기적 같은 평온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 글이, 그리고 보내주신 이 따뜻한 댓글이 지금도 어디선가 숨죽여 울고 있을 또 다른 분들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구원의 신호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씀, 가슴 깊이 간직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익명4
    무엇보다 본인의 무능해서 겪은  잘못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산된 폭력의 결과물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 제 극복의 첫걸음이라는 글이 와닿네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통제와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심리를 떨쳐내긴 어려웠겠어요
    
    사실 조직내 직위를 이용한 만행은 직원으로 견디기 더 힘들죠..
    부서원 모두 겪는 문제지만 입밖으로 내기조차 힘들고
    외부에서의 평가를 이겨내긴 어려운 문제였을거예요..
    2년이라는 시간동안 영혼을 갉아먹는 시간의 고통이 고스란히 느껴져요..
    
    제일 좋은 방법은 런... 도망이라는데 
    다행이 부서이동을 하셨다니 다행이예요..
    
    회색 돌기법은 몰랐는데 글을 읽으면서 많이 됐어요..
    병든관계를 인식하고 탈출하는 방법까지 공유해주셔서 고마워요
    
    
    
    익명2
    작성자
    제 글에 깊이 공감해 주시고,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의 고통을 알아주셔서 정말 큰 위로를 받아요. 말씀해 주신 대로 조직 내 직위를 이용한 괴롭힘은 부하 직원 입장에서 정말 무기력하고 고립되기 쉬운 만행이더라고요. 다들 겪으면서도 말 한마디 꺼내기 힘든 분위기 속에서 제 스스로를 지켜내기가 참 외로웠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이 탈출이라는 점에 정말 적극 동감해요. 저 또한 운이 좋게 부서 이동을 할 수 있었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다면 퇴사까지도 심각하게 고려했을 것 같아요. 회색 돌기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혹시 주변에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방법이 스스로를 지키는 단단한 방패가 되어주길 바라요. 따뜻한 댓글 남겨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익명3
    2년 동안 나르시시스트 상사의 가스라이팅과 책임 전가를 견디며 얼마나 스스로를 의심하게 됐을지 마음이 무거워요. 회색 돌기법과 기록으로 자기 자신을 지켜내고 결국 안전한 곳으로 옮긴 과정이 비슷한 상황의 분들에게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익명2
    작성자
    공감해 주시고 제 마음을 헤아려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처음에는 정말 제가 부족해서 그런 줄 알고 매일 밤 자책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 사람의 문제였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제 글이 지금도 혼란스러워하고 계실 분들에게 작게나마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따뜻한 말씀에 큰 위로를 받습니다.
  • 익명1
    처음에는 좋은 멘토처럼 보였던 사람이 시간이 지나면서 통제와 조종을 시작했다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더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죠
    익명2
    작성자
    그 혼란스러움이 사람의 판단력을 가장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좋은 사람이라는 가면에 속아 제 기억력과 감정을 먼저 의심하게 되더라고요. 지나고 보니 그게 그들의 가장 무서운 조종 방식이었습니다. 지금 혹시 비슷한 혼란으로 괴로워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절대로 본인 잘못이 아니라는 걸 꼭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소중한 댓글 감사합니다!
  • 익명7
    처음에는 살뜰한 멘토처럼 다가와 믿게 만든 뒤 가스라이팅과 책임 전가로 작성자님 스스로의 기억과 판단까지 의심하게 했다는 부분이 너무 마음 아프게 읽혔어요. 2년 동안 일요일만 되어도 공황 증세가 오고 출근을 앞두고 숨이 막혔다는 건 단순히 힘든 직장생활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계속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는 뜻이었을 텐데, 그때 정신건강의학과의 도움을 받고 회색 돌기법과 기록으로 자신을 지켜내기 시작하신 것이 정말 중요한 전환점이었을 것 같아요. 저도 관계 안에서 상대 말이 계속 바뀌면 처음에는 내가 예민한가 내가 잘못 기억했나 하며 제 판단부터 의심했던 적이 있는데, 그럴수록 짧게라도 날짜와 상황과 내 감정을 적어두는 일이 현실을 붙잡는 데 도움이 되더라고요. 다만 회색 돌기법은 상대를 바꾸기 위한 방법이라기보다 내 감정과 에너지를 덜 소모하기 위한 방패라고 생각하면 조금 덜 지치실 것 같고, 새 부서에서 평온을 되찾는 지금도 관련 글을 보며 심장이 철렁하는 날에는 그때의 내가 약했던 것이 아니라 살아남으려고 애썼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주시면 좋겠어요. 결국 기록을 정리해 도움을 요청하고 안전한 환경으로 옮긴 선택은 도망이 아니라 작성자님 삶을 지켜낸 아주 단단한 용기였다고 느껴져요.
  • 프로필 이미지
    해피데이지
    청소년상담사
    답변수 2,085채택률 4%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글을 읽으면서 작성자분이 겪은 2년은 단순히 ‘상사와 성격이 맞지 않았다’고 설명하기에는 훨씬 큰 영향을 남긴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반복적으로 자신의 기억과 판단을 의심하게 되고, 출근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뛰고 숨이 막히며, 퇴근 후에는 아무것도 할 힘이 남지 않을 정도였다면 이미 직장생활을 넘어 일상 전체가 상당한 영향을 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적어주신 행동만으로 해당 상사를 ‘나르시시스트’ 또는 자기애성 성격장애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담당 정신건강의학과 선생님께서도 작성자분이 전달한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의 행동에서 자기애적인 특성을 설명해주셨을 가능성이 있으며, 직접 평가하지 않은 사람에게 성격장애를 확정적으로 진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진단명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작성자분이 실제로 반복적인 공개 비난과 책임 전가, 공로 가로채기, 말 바꾸기와 구성원 간 이간질 등을 경험했다는 점입니다.
    
    특히 가장 힘들었던 것은 상사의 비난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작성자분이 점점 자신의 판단을 믿지 못하게 되었다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분명히 들었던 지시인데도 ‘내가 잘못 들었나?’, 문제가 생기면 ‘역시 내가 능력이 부족한가?’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면 오랫동안 타인의 평가를 자신의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사실처럼 받아들이게 되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후 업무 지시와 자신의 성과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현실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의미 있는 대응이었을 것 같습니다. 기록은 누군가를 공격하기 위한 자료만은 아닙니다. ‘내가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면서 자신의 기억과 판단을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다만 ‘회색 돌 기법’을 모든 상황에서 정답처럼 적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불필요한 감정적 충돌을 줄이고 업무적인 내용만 간결하게 주고받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부당한 행동까지 계속 참으면서 무반응으로 견뎌야 한다는 의미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녹음이나 자료 확보 역시 회사 규정이나 관련 법률, 정보보호 문제 등이 얽힐 수 있으므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절차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작성자분이 결국 혼자 버티는 데서 멈추고 상위 관리자와 인사팀에 도움을 요청하고, 환경 자체를 바꾸었다는 부분도 중요해 보입니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때 ‘내가 어떻게 하면 저 사람에게 덜 공격받을까’만 고민하다 보면 결국 모든 책임이 자신의 적응 능력에 있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인 대응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면 조직적인 개입이나 부서 이동, 휴직, 이직 등을 고려하는 것도 충분히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그리고 부서를 옮긴 뒤에도 처음에는 새로운 사람들이 언제 돌변할지 몰라 방어적으로 대했다고 하셨는데, 이것 역시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힘든 관계에서 빠져나왔다고 해서 몸과 마음이 곧바로 이전 상태로 돌아오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 환경에서 학습된 경계심이 새로운 환경에서도 한동안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다시 안정감을 찾아가고 계신 것 같지만, 비슷한 불안이나 신체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료와 상담을 이어가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편 ‘원인 모를 우울감과 억울함이 있다면 상대가 나르시시스트인지 확인하라’기보다는 조금 다른 기준을 권하고 싶습니다. 상대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는 것보다 ‘문제를 이야기했을 때 책임을 인정하는가’, ‘업무적인 피드백과 인신공격을 구분하는가’, ‘구성원들의 경계를 존중하는가’, ‘실수와 성과에 대한 책임을 공정하게 나누는가’를 살펴보는 편이 실제 상황을 판단하는 데 더 도움이 됩니다.
    
    또 모든 부정적인 업무 피드백이 부당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상사의 말 전체를 무시하는 것보다는 피드백 중 객관적으로 개선할 부분과 모욕·책임 전가에 해당하는 부분을 분리하는 연습도 중요합니다. 그래야 이전 상사의 부당한 평가 때문에 앞으로 건강한 피드백까지 두려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작성자분이 이번 경험을 통해 얻은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르시시스트를 알아보는 방법’보다 자신의 판단을 다시 믿고 필요할 때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앞으로는 누군가의 평가 때문에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버티기보다, 자신의 몸과 마음이 보내는 신호를 조금 더 일찍 알아차리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으셨으면 합니다. 견디는 것만이 직장생활의 능력은 아니며, 자신을 보호하면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하는 것 역시 중요한 능력입니다.
  • 프로필 이미지
    찌니
    상담교사
    답변수 4,311채택률 3%
    직장 내 나르시시스트 상사 밑에서 겪으셨을 깊은 상처와 극심한 고통이 글 너머로도 고스란히 느껴져 마음이 아픕니다. 통제와 가스라이팅 속에서 스스로를 의심하며 공황까지 견뎌내셔야 했을 시간이 얼마나 외롭고 아득했을지 감히 다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그 벼랑 끝에서도 용기를 내어 전문가를 찾고, 회색돌 기법과 냉철한 기록으로 자신을 지켜내며 지옥을 탈출해 내신 모습은 진심으로 경이롭고 숭고합니다.
    ​작성자님의 이 가슴 아픈 고백과 지혜로운 극복기는 지금도 어둠 속에서 자책하며 울고 있을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가장 실질적이고 강력한 구원의 빛이 될 것입니다. 아픔을 딛고 되찾으신 소중한 일상과 평안에 따뜻한 응원을 보내며, 이제는 매일 아침이 자유롭고 평화롭기를 마음 깊이 바랍니다.
    익명2
    작성자
    용기를 내어 시작한 회색돌 기법과 기록들이 저를 살리는 단단한 방패가 되어주었습니다. 감정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인 사실로만 맞섰을 때, 비로소 그 단단해 보였던 상사의 가짜 자아가 무너지는 것을 보았습니다.
    
    제 가슴 아픈 고백이 지금도 혼자 참고 버티며 모든 원인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고 있을 누군가에게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는 명확한 구원의 신호이자 등불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보내주신 따뜻한 지지와 응원 덕분에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응어리까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입니다. 이제는 그늘진 기억은 모두 훌훌 털어버리고, 아침에 출근할 때 숨이 막히지 않는 이 평온한 일상을 온전히 누리며 눈부신 하루하루를 살아가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프로필 이미지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533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지금 하신 이야기는 자기애적 성향의 상사에게서 겪은 고통을 딛고 잘 빠져나와 회복하신 극복기예요. 그 값진 이야기에 편하게 답할게요.
    
    다만 글에 담긴 그 시절의 고통이 워낙 무거워서, 먼저 한 가지만 짚고 싶어요. 그때 일요일 오후마다 공황이 오고, 불도 안 켜고 천장만 바라보고, "벼랑 끝으로 내몰릴 것 같은" 위기감까지 느끼셨잖아요. 지금은 그 상황에서 벗어나 평안을 되찾으셨다니 정말 다행이에요. 그런데 혹시 지금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를 때 마음이 많이 힘들어지거나, 무겁게 가라앉는 순간이 있진 않으신가요? 만약 그런 순간이 있다면 그 이야기도 편하게 해주셔도 괜찮아요. 그건 회복기와 별개로 여전히 돌봐야 할 마음이니까요.
    
    이제 하신 이야기에 답할게요. 먼저 짚어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작성자님이 겪은 것들, 즉 지시를 해놓고 안 했다며 사람들 앞에서 지능을 깎아내리고, 증거를 들이밀어도 말장난으로 뒤집고, 실수는 부하에게 전가하고 성과는 가로채고, 이간질로 팀 전체를 고립 구조로 만든 것. 이건 정말 지독하고 계산된 폭력이에요. 그 속에서 작성자님이 자기 판단력과 기억력을 불신하게 되고, 긍정적이던 사람이 눈치 보는 기계처럼 됐다고 하셨는데, 그건 작성자님이 약하거나 무능해서가 절대 아니에요. 그렇게 교묘하고 지속적인 가스라이팅 앞에서는 누구라도 무너져요. 그러니 그 시절의 자신을 조금도 탓하지 마세요.
    
    그리고 작성자님이 정말 대단하게 해내신 걸 짚고 싶어요.
    
    먼저, 벼랑 끝 위기감에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으신 것. 그게 회복의 결정적 전환점이었어요. 그렇게 몸과 마음이 망가진 상태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구한 건,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살리려는 용기였어요. 그리고 "이건 내 무능 탓이 아니라 계산된 폭력의 결과"라는 걸 깨달은 것, 그 깨달음이 극복의 첫걸음이었다고 하셨잖아요. 정확해요.
    
    둘째, 감정적 반응을 차단한 회색돌 기법. 그런 사람이 원하는 게 상대의 고통스러운 반응이라는 걸 간파하고, 그 먹잇감을 끊어버리신 거잖아요. 정말 지혜로운 대처예요.
    
    셋째, 철저한 기록. 지시를 텍스트로 재확인하고, 녹음하고, 육하원칙으로 기록한 것. 이게 결국 작성자님을 구했어요. 말장난으로 뒤집던 사람이 명백한 물증 앞에서는 당황하고 물러섰잖아요.
    
    넷째, 가장 결정적인, 증거를 모아 상위 부서장과 인사팀에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신 것. 감정을 덜어내고 객관적 사실과 증거만으로 조목조목 짚어 결국 부서 이동을 이뤄내신 거잖아요. 이건 엄청난 용기와 전략이 필요한 일이었어요. 많은 사람이 두려워서 못 하는 걸, 작성자님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해내셨어요.
    
    작성자님의 이 경험은 다른 분들께 정말 큰 힘이 될 거예요. 특히 마지막에 남기신 말씀, "나르시시스트와의 관계에서 가장 위험한 건 그들의 비정상적 사고를 상식선에서 이해하려 애쓰고 그 원인을 내 탓으로 돌리는 것"이라는 것. 이건 지금 같은 고통 속에서 자기를 탓하며 무너지고 있는 누군가에게, 그 자책의 늪에서 빠져나올 결정적인 열쇠가 될 거예요.
    
    한 가지 관점을 조심스럽게 보태면요. 상위 부서장과 인사팀에 문제를 제기해 부서 이동을 이뤄낸 그 과정은, 사실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정당한 대응이기도 했어요. 혹시 지금 비슷한 상황에서 고통받는 분이 이 글을 본다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국번 없이 1350)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상담과 대응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도움이 될 거예요.
    
    한 가지 여쭤보고 싶어요. 지금 새 부서에서 평안을 되찾으셨다니 정말 반가운데, 그때 겪은 일이 남긴 흔적은 어떠신가요? 아침에 더 이상 가슴이 조여오지 않는다니 다행이지만, 유튜브에서 관련 글만 봐도 심장이 철렁한다고 하셨잖아요. 그 부분이 마음에 남아요. 그런 순간이 아직 자주 있다면, 그 상처를 조금 더 돌보는 것도 생각해보셨으면 해서요.
    
    한 가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작성자님은 그 지옥 같은 2년을 견뎌내고, 스스로를 살리기 위해 병원을 찾고, 전략적으로 대응해 결국 벗어난, 정말 강하고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그런데 그렇게 큰일을 겪은 마음은, 상황이 해결된 뒤에도 흔적이 남을 수 있어요. 그 상사가 심어놓은 "나는 무능하다"는 감각이나, 사람을 경계하게 되는 마음 같은 거요. 새 부서 사람들도 언제 돌변할지 몰라 방어적으로 대했다고 하셨잖아요. 그러니 지금의 평안을 누리시면서도, 혹시 그 흔적이 계속 마음을 힘들게 한다면 상담을 통해 그 상처를 마저 치유하는 것도 좋아요. 트라우마 같은 경험은 벗어난 뒤에 천천히 돌보는 것도 중요하거든요.
    
    작성자님은 이미 자신을 지켜냈고, 그 경험을 다른 사람들을 위해 나누기까지 하시는 따뜻하고 강한 분이에요. 이제 되찾은 그 평안을 온전히 누리시고, 아침에 가슴이 조여오지 않는 그 감사한 일상을 마음껏 살아가시길 바랄게요. 그리고 그때의 흔적이 남아 힘든 순간이 있다면, 그 마음도 꼭 돌봐주세요. 잘 견뎌내고 잘 빠져나오셨어요.
    익명2
    작성자
    전문가의 시선으로 제 글을 깊이 있게 분석해 주시고 진심 어린 조언을 남겨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말씀하신 대로 여전히 유튜브나 커뮤니티에서 관련 글을 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흔적이 남아있긴 합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약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살리려는 용기였다"고 제 지난 선택들을 따뜻하게 지지해 주셔서 마음이 정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알려주신 직장 내 괴롭힘 상담 정보도 이 글을 보는 다른 분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제 마음에 남은 흔적과 트라우마도 가만가만 돌보며, 온전한 평안을 채워나가겠습니다. 정성 가득한 댓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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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erastar
    임상심리사
    답변수 1,533채택률 6%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아직은 내 몸 안에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을 수 있어요. 그것들을 잘 조절하고 다룰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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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트홀릭
    상담심리사
    답변수 3,008채택률 7%마음·정신건강, 스트레스·감정조절 전문
    작성자님께서 겪어내신 시간들이 얼마나 막막하고 고통스러웠을지 가슴이 아려와요.
    ​하지만 감정을 쏙 빼고 차분하게 증거를 모아 당당히 벗어난 그 지혜로운 대처는 정말 대단했어요.
    ​상식 통하지 않는 사람 앞에서 내 영혼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거든요.
    ​그 지옥 같은 터널을 맨몸으로 버텨내고 마침내 평온한 아침을 되찾으신 모습이 너무 장하고 멋져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숨죽여 울고 있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작성자님의 이야기는 큰 빛이 되어줄 거예요.
    ​이제는 그늘진 기억 따위는 훌훌 털어버리고 매일 아침 가벼운 발걸음으로 눈부신 일상을 만끽하셨으면 좋겠어요.
    익명2
    작성자
    민트홀릭 상담심리사님, 남겨주신 따뜻한 위로와 격려의 말씀에 가슴이 깊이 울컥해집니다. 전문가의 시선에서 제 지난 시간들을 장하고 멋지다고 인정해 주시니, 마음속에 남아있던 마지막 응어리까지 사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입니다. 
    
    '내 영혼을 지키는 일은 결코 쉬운 게 아니다'라는 말씀이 참 큰 힘이 되네요. 보내주신 응원대로 이제 그늘진 기억은 모두 털어버리고, 매일 아침 찾아오는 평온함을 온전히 누리며 눈부신 일상을 살아가겠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