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라졸람과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극복중..

공황장애 초기 증상을 겪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원인이 꽤 명확하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저랑 비슷한 상황의 사람을 비판하는 글을 본 게 시작이었어요. 그 뒤로 계속 비슷한 글을 찾아보고, 사람들 눈치 보고,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 이 부정적인 패턴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반복됐어요.

 

처음엔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터질 것처럼 뛰는 증상을 단순한 스트레스인 줄 알았어요. 하지만 일상생활이 흔들릴 정도로 불쑥 찾아오는 불안감에 결국 병원을 찾았습니다. 다행히 증상이 아주 심한 편은 아니어서, 의사 선생님이 불안감을 즉각적으로 낮춰주는 알프라졸람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셨어요.

 

처음 알프라졸람을 먹기 시작했을 때는 신기하게도 쿵쾅거리던 심장이 차분해지고 숨 쉴 여유가 생기더라고요. 불안을 잡아주는 효과는 확실히 좋았어요. 그런데 며칠 지나니까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찾아왔습니다. 온종일 머리에 안개가 낀 것처럼 몽롱하고, 낮에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졸음과 무기력감이 쏟아지는 거예요. 집중력이 너무 떨어져서 일상적인 대화나 업무를 하기가 힘들 정도였어요.

 

안 되겠다 싶어서 의사 선생님께 부작용을 말씀드렸더니, 약효가 잘 듣는 편이니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용량을 낮춰서 다시 처방해 주셨어요. 다행히 용량을 줄이니까 졸음과 몽롱함이 훨씬 덜해졌고, 딱 3주 동안 감량된 약을 먹으면서 몸과 마음에 작은 틈이 생기자 비로소 제 상태를 객관적으로 돌아볼 힘이 생겼습니다.

 

'아, 내 마음이 아픈 건 결국 그 커뮤니티 때문이었구나.'

 

약으로 증상을 가라앉힌 덕분에 스스로 원인을 자각할 수 있었어요. 제 마음을 갉아먹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그 커뮤니티를 눈 딱 감고 탈퇴하고 앱도 지워버렸습니다.

 

그리고 늘 스마트폰을 쥐고 화면을 새로고침 하던 손에 다른 걸 쥐여주기로 마음먹었어요. 바로 '독서'였습니다. 처음엔 활자가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서 성우들이 읽어주는 오디오북으로 귀로 먼저 듣기 시작했어요. 《동물농장》이나 《1984》 같은 재미있는 소설부터 들었는데, 이야기에 푹 빠져드니까 신기하게 불안한 생각이 끼어들 틈이 없더라고요. 오디오북으로 책과 친해진 뒤에는 직접 종이책을 넘기는 재미에 빠져서, 요즘은 서점 매대에 깔린 따끈따끈한 창작 소설 베스트셀러 위주로 읽고 있어요. 온전히 책 속 삶에 몰입하는 건강한 취미를 가지면서, 마음의 면역력이 눈에 띄게 회복되는 걸 느꼈습니다.

 

물론 지금 100% 완치되어 공황에서 완전히 해방됐다고 자신할 순 없어요. 요즘도 가끔 만원 지하철을 타거나 꽉 막힌 터널 속에서 차가 멈춰 설 때처럼, 사방이 막혀 피할 곳이 없다는 느낌이 들면 순간적으로 가슴이 답답해지고 식은땀이 흐르곤 해요. 하지만 예전처럼 공포에 휩쓸려 무너지지는 않습니다. '아, 내 몸이 또 잠깐 경고등을 켜는구나' 하고 천천히 심호흡하면서 흘려보낼 수 있는 요령이 생겼거든요. 3주간 먹었던 알프라졸람의 도움과 적절한 용량 조절, 커뮤니티 차단, 그리고 독서의 3박자 -치료와 원인 제거 그리고 그 원인을 대체할 다른 취미가 잘 맞았던거 같아요.

 

이 경험을 하고 나서 느낀 건데, 공황 증상이라는 게 다 원인 없이 갑자기 오는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진짜 아무 계기 없이 훅 오는 경우도 많지만, 저처럼 특정 스트레스원이 뚜렷하게 있는 분들은 초기에 병원 치료를 병행하면서 부작용이 있으면 의사와 상의해서 용량을 조절하고, 원인을 곱씹어본 뒤 과감히 끊어내는 시도를 해보시길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오디오북이 유료라서 꺼려지는 분들은 ebs 라디오 다시듣기 가면 무료로 오디오 북을 들을 수 있어요.
재미있는 것들이 많으니 정말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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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5
  • 익명2
    약물 치료와 더불어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일상을 채워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아요.
    자신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일상을 되찾아가는 소중한 여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 익명4
    알프라졸람 복용과 함께 새로운 취미활동도 시작하면서 조금씩 극복해가고 계시다니 다행이에요. 치료와 더불어 일상에서 나에게 맞는 즐거움을 하나씩 찾아가는 것도 큰 힘이 될 것 같아요. 
  • 익명3
    작성자
    공황 초기에 병원 가서 알프라졸람 도움 받고 커뮤니티를 끊어낸 용기가 진짜 대단해 보여요. 독서랑 오디오북으로 불안한 생각 대신 다른 세계에 몰입하는 루틴을 꾸준히 이어가다 보면 지금처럼 몸이 보내는 경고등도 더 빨리 알아차리고 다독일 힘이 더 단단해질 거라고 믿어요.
  • 익명2
    약이 잘 들면서도 부작용 때문에 고생이 많으시네요. 꼭 맞는 처방 찾으시길 바라요!
  • 익명1
    초기에 빨리 치료를 받았다니 너무 다행이예요..
    공항장애는 무엇보다 상담과 약물치료 그리고 원인을 제거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더라구요.
    저도 완치는 기대하진 않지만 지금은 불쑥불쑥 증상이 나타나면 받아들 일 수 있다는게 제일 좋더라구요..
    집중할 수 있는 독서를 통해 많은 도움 받으셨다니 저도 한번 꼭 해봐야겠어요..
    처음엔 쉽지 않겠지만 좋은 정보 주신대로 꼭 실천해봐야겠어요..
    폭염에 건강 잘 챙기면서 건강한 날 되시길 응원할께요..